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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뉴스] 생물인 듯 생물 아닌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 발견


생물이 아니면서 생물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미국 에너지부(DOE) 조인트게놈연구소(JGI) 프레데릭 슐츠 박사, 이태권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당시 오스트리아 빈대 연구원)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생물처럼 단백질 번역 시스템을 갖춘 ‘클로스노이바이러스(Klosneuvirus)’를 발견해 4월 7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하수처리장에서 우연히 찾은 바이러스
클로스노이바이러스는 오스트리아의 한 하수처리장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연구팀은 하수에서 암모니아를 질산염 으로 전환시키는 박테리아를 분리해 조사하던 중 우연히 거대한 게놈을 가진 바이러스를 검출해냈다. 클로스노이 바이러스는 입자의 지름이 300nm(1nm는 10억 분의 1m) 로 광학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컸고, 갖고 있는 유전정보도 방대했다. 유전체 속 염기가 157만 쌍에 달했는데, 이는 박테리아와 맞먹는 규모다. 

특히 클로스노이바이러스는 생물처럼 단백질을 합성 해내는 유전자 번역 시스템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는 tRNA를 20개 이상 가지고 있었고, tRNA를 합성하는 핵심효소도 19개나 됐다. 이태권 교수는 “보통의 바이러스는 이런 유전자를 고작 예닐곱 개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밝혀진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세포생물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숙주 전전하며 유전자 끌어 모아
거대한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최초의 거대 바이러스는 1992년 발견된 ‘미미바이러스(Mimivirus)’ 다. 당시 과학자들은 지름이 500nm, 유전체 염기쌍이 100만 개가 넘는 이 바이러스를 박테리아라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지역에 있는 하수처리장.
국제공동연구팀은 여기서 찾아낸 거대 바이러스에 클로스노이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제공동연구팀이 새롭게 발견한 4개의 거대 바이러스.
GC함량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DNA 중 구아닌(G)과 시토신(C)의 비율을 의미한다.
GC 함량이 높을수록 DNA의 밀도가 높으며 변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1Mb는 100만 염기쌍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거대 바이러스가 진화한 배경으로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거대 바이러스가 고대의 어떤 세포 생물체에서 진화했다는 것. 즉 박테리아, 고세균, 진핵생물이 아닌 네 번째 새로운 영역에 속한 세포 생명체 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거대한 바이러스의 게놈이 하나의 생물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고, 여러 숙주 생물에서 유전자를 가져와 점점 커졌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발견된 클로스노이바이러스는 두 번째 가설에 힘을 실었다. 연구팀은 이 바이러스에서 발견한, 다른 바이러스에는 없는 새로운 유전자가 아메바나 조류와 같은 서 로 다른 숙주에서 유래했다고 밝혔다. 조인트게놈연구소 타냐 워키 연구원은 “처음에는 작은 바이러스가 진핵생물을 감염시키며 유전자를 훔쳐 자신의 유전자로 삼았을 것” 이라며 “장기적으로 여러 유전자를 끌어 모아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 체계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로스노이바이러스는 왜 숙주세포의 유전체계를 그대로 쓰지 않고 자신만의 번역 시스템을 만들었을까. 이 교수는 숙주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시간을 절약해 바이러스 자신의 번식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 했다. 거대 바이러스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구팀이 환경유전체 데이터베이스 7000개를 검색한 결과, 클로스 노이바이러스와 유사한 번역 시스템을 갖춘 거대 바이러스 를 3종이나 추가로 발견했다. 이 교수는 “그 중 하나는 하수처리장처럼 세균이 밀집한 환경이 아닌, 영양이 부족한 상태의 호수에서 발견됐다”며 “전세계에서 새로운 거대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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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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