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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화석 수집가 프랜시스 툴리(오른쪽 사진)가 1955년 여름, 미국 일리노이 주 마존 강 화석 지층에서 화석 수집을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이름이 고생물학 역사에 영원히 새겨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진흙 더미를 샅샅이 뒤졌고, 특이한 돌덩이 두 개를 발견했다. 조각난 돌 안에는 놀라운 것이 들어 있었다. 32년 뒤인 1987년 7월 9일,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툴리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무언가 완전히 다른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알았죠. 그런 것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책에도 나와있지 않았고, 박물관이나 암석 동호회에서도 본 적이 없었죠.” 그것은 마치 스페이드 모양의 꼬리가 있는 뚱뚱하고 길다란 지렁이 같았다.
툴리몬스트룸 그레가리움, 세상의 빛을 보다
프랜시스 툴리는 시카고의 필드자연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당시 무척추동물 화석 전시 책임자였던 유진 리처드슨은 ‘필드자연사박물관 회보’ 1966년 3월 제37권 3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1958년 한 남자가 박물관에 와서 그 당시 식물 화석 전시 책임자였던 조지 랭포드를 만났다. 로크포트에서 온 프랜시스 툴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는 (중략) 그의 가방에 손을 넣어 꺼냈다…. 그 괴물을. 랭포드 씨가 그것을 내게 보여줬을 때 난 그렇게 불렀다. 그건 특별했고, 정말로 자연스럽지 않았다. 갈라진 조각의 갓 노출된 표면에 명확한 윤곽이 있다는 것이 이 흥미로운 화석의 첫인상이었다. (중략) 아무도 이 생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어느 문(phylum, 門)에 넣어야 할지도 몰랐다. 심각하고 창피한 문제였다.”
“60년 된 수수께기가 풀렸다!”
그런데 작년 3월에 수수께끼를 풀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 2016년 3월 16일자에 발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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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지질학및지구물리학과 데렉 브릭스 교수팀은 필드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툴리 괴물 표본 1200개 이상을 분석해 그 중 일부에서 몸통의 정 중앙을 가로지르는 얇은 띠를 관찰했다(134쪽 사진). 연구팀은 이를 몸통의 정점이 되는 등뼈라고 추정했다. 또, 장 등 내부 기관의 구조가 척추동물과 비슷하며 이빨도 척추동물의 일종인 칠성장어와 비슷하기 때문에,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라고 주장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빅토리아 맥코이 연구원은 “현대의 친척 동물들과는 모습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툴리 괴물이 어떻게 살았을지는 알기 어렵지만, 눈이 크고 이빨이 많아 포식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 달 뒤인 작년 4월 13일, 또 다른 연구팀이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영국 레스터대 지질학과 토마스 클레멘츠 박사팀은 툴리 괴물의 눈 부위에서 관찰한 구조를 근거로 들었다.
한 달 뒤인 작년 4월 13일, 또 다른 연구팀이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영국 레스터대 지질학과 토마스 클레멘츠 박사팀은 툴리 괴물의 눈 부위에서 관찰한 구조를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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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주사전자현미경(SEM)을 사용해 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즉 어두운 얼룩으로 보이는 구조를 관찰했다. 그 결과, 어두운 얼룩이 실제로는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보다 50배 작은 미세한 알갱이 수십만 개로 구성돼 있음을 관찰했다. 이 알갱이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한 결과, 멜라노좀이라는 세포 소기관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멜라노좀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고 저장하는 기관이다. 멜라닌 색소는 오늘날 거의 모든 동물의 눈에서 발견되는데, 안구 안쪽에서 빛의 반사를 차단해 상을 명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멜라노좀을 좀 더 확대해 분석하자, 결정적인 특징이 드러났다. 두 가지 서로 다른 형태의 멜라노좀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135쪽 사진). 일부는 길쭉한 소시지처럼 보였고 나머지는 동글동글한 미트볼처럼 보였다. 연구팀은 척추동물만이 두 가지 다른 형태의 멜라노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툴리 괴물이 틀림없이 척추동물이라고 주장했다.
“꼭 있어야 할 건 없고, 반드시 없어야 할 것이 있다”
한 달 간격으로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 두 편의 논문이 실리면서, 반세기 이상 이어져 온 미스터리에 종지부가 찍힌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올해 2월 20일, 학술지 ‘고생물학’에 반박 논문이 실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지구환경과학과 로렌 살란 교수팀은 작년에 발표된 두 논문이 일부 근거만 갖고 확대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첫 번째 논문. 살란 교수팀은 예일대 연구팀이 마존 강의 화석이 어떻게 보존돼 왔는지 잘 몰라서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살란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툴리 괴물 표본이 나온 마존 강 해양 암석에서는 보통 물고기의 윤곽선, 눈, 색소, 이빨 잔해 같은 조직만 보존되고, 빅토리아 맥코이 연구원이 발견한 뼈는 잘 보존되지 않는다”며 “이는 마존 지류의 진흙이 강산성을 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물이 마존 강의 진흙에 빠르게 묻히면서 박테리아가 부드러운 조직을 분해하지 못해 화석에 흔적이 남지만, 뼈는 산성 진흙에 녹아 사라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논문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눈의 특징만으로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살란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눈은 수십 번 진화했다”며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 아니더라도) 척추동물과 닮은 눈을 진화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1000개 이상의 툴리 괴물 화석 표본 중 어느 것에서도 수생 척추동물이 가진 보편적인 구조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동물이 균형을 잡도록 해주는 귀와, 물고기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옆줄이 없었다. 살란 교수는 “이 생물체는 척추동물에게 남아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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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논쟁의 막이 올랐다
척추동물 쪽을 지지하는 두 연구팀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연구를 진행한 맥코이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마존 강의 화석들은 보존 형태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며 “살란 교수는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살란 교수가 새 논문에서 새로운 표본 분석이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연구를 이끈 영국 브리스톨대 지구과학과 야콥 빈터 교수는 “멜라닌 색소나 카메라 형태의 눈 자체는 척추동물의 고유 특성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발견한 멜라노좀의 두 가지 독특한 형태만이 척추동물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말했다. 살란 교수가 눈의 형태를 들어 연구 결과를 비판한 게 틀렸다는 얘기다. 그는 또, “살란 교수는 툴리 괴물을 복족류와 오파비니아(고생대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화석으로 발견되는 멸종 동물)와 비교했는데, 이들은 오히려 멜라닌과는 다른 색소를 이용한다”며 “살란 교수가 든 예시는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영국 레스터대 지질학과 사라 가보트 교수는 “살란 교수는 우리의 논문을 주의 깊게 읽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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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동물의 분류가 중요한 이유
이들은 왜 이토록 툴리 괴물의 정체를 밝히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걸까. 살란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툴리 괴물이 어떤 동물로 분류되는지에 따라 화석 기록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툴리 괴물이 척추동물이라면 인류가 지금까지 화석기록을 보고 물고기가 어떻게 숨 쉬었고 기능했으며, 어떻게 발달하고 진화했고 또 보존됐는지 알아내던 방식 전체를 바꿔야 할 겁니다. 연체동물이나 절지동물이라면 문제는 줄어듭니다. 단지 그 분류군의 다양성이 확장되겠죠. 만약 툴리 괴물이 껍질 없는 달팽이의 일종이라면, 알려진 유일한 화석 종이 되는 겁니다.”
작년에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한 두 연구팀은 모두 살란 교수의 반박을 반박할 후속 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툴리 괴물 논쟁의 다음 막이 오르기 직전이다. 또 어떤 논의가 시작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더 읽을거리
빅토리아 맥코이 외, ‘툴리 괴물은 척추동물이다’(doi:10.1038/nature16992)
토마스 클레멘츠 외, ‘툴리몬스트룸의 눈이 척추동물과의 관련성을 밝히다’(doi:10.1038/nature17647)
로렌 살란 외, ‘툴리 괴물은 척추동물이 아니다 : 고생대 문제적 동물의 특징, 수렴, 화석생성론’(doi:10.1111/pala.12282)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두 발 괴물, 빅풋은 없었다!’(2015.01)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501N046
빅토리아 맥코이 외, ‘툴리 괴물은 척추동물이다’(doi:10.1038/nature16992)
토마스 클레멘츠 외, ‘툴리몬스트룸의 눈이 척추동물과의 관련성을 밝히다’(doi:10.1038/nature17647)
로렌 살란 외, ‘툴리 괴물은 척추동물이 아니다 : 고생대 문제적 동물의 특징, 수렴, 화석생성론’(doi:10.1111/pala.12282)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두 발 괴물, 빅풋은 없었다!’(2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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