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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
시각은 인류의 가장 큰 정보원이다. 시각을 잃는 경우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아가 성능 좋은 눈을 만든다면?
드라마 ‘600만 달러의 사나이’에서 주인공은 20배 이상의 배율을 갖는 인공 눈을 갖췄다. 우선 확대 능력은 상대적으로 쉽다. 2015년, 스위스 로잔공대의 에릭 트렘블라이 교수팀은 눈 앞에 착용하면 사물을 약 2.8배 크게 볼 수 있는 망원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두께가 약 1.5mm에 불과한 이 렌즈를 착용하면 윙크 한 번에 멀리 떨어진 물체를 당겨서 볼 수 있다. 이 렌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특수 안경을 함께 착용해야 한다. 안경테에는 윙크를 일반 눈 깜빡임과 구별하기 위한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센서가 윙크를 검출하면 안경이 빛을 굴절시켜 렌즈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도록 한다.
렌즈의 가장자리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작은 거울이 네 개 장착돼 있어서 빛이 이 거울들에 부딪히며 진행해 사물의 크기가 커져 보인다. 긴 망원경을 압축시켜서 눈 가장자리에 붙여 놓은 셈이다(구글이 2013년 발표한 구글 글래스도 비슷한 원리다). 2.8배가 성공했으니, 20배도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인공 눈의 영상을 뇌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드라마에서는 영상 정보가 대뇌의 일차시각피질(시각 정보가 대뇌에 일차적으로 들어오는 영역으로 뒤통수 아래 부위, 즉, 후두엽에 위치한다)로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이 설정은 원래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인간 뇌의 시각피질은 시각위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시야에서 보는 화소 하나 하나가 시각피질의 신경세포 하나 하나에 일대일 대응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시각피질에 있는 신경세포 하나 하나의 활동을 읽어낼 수 있으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각 신경세포에 전류를 흘려 자극하면 어떤 영상을 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각 피질을 완전히 덮어서 개별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다.
Retina
시각피질보다는, 망막을 자극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이다. ‘인공망막’이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서 광수용체 세포 위치에 전류를 흘려주는 원리다. 이 전류는 광수용체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시신경세포를 자극해서 대뇌 시각피질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기술의 성패는 영상을 얼마나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1000만 화소를 넘은 시대건만, 2013년에 최초로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승인을 받은 인공망막 시스템 ‘아거스II(왼쪽 사진)’의 화소는 겨우 60개(60만 개가 아니다!)에 불과하다. 그래도 인공망막 삽입 수술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환자가 사람과 사물의 윤곽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니 대단한 성취다. 해상도를 높이는 것도 시간문제다. 아거스II를 만든 세컨드사이트 사는 240개의 전극이 있는 시스템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독일의 레티나임플란트 사는 1500개의 전극이 달린 시스템(1500화소)의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생체공학자들이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전류가 빛처럼 직진하지 않고 퍼져서 흐르는 특성과 다시 되돌아오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 전극이 만드는 전류가 아래에 있는 하나의 시신경 세포만이 아니라, 이웃하고 있는 다른 시신경세포까지 영향을 준다. 영상이 흐릿하게 번져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수십 년간의 생체공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Optogenetics
최근에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광유전학이다. 망막 시신경세포에 채널로돕신 단백질을 골고루 발현시킨 다음에 특정한 망막 위치에만 빛을 쪼여 주면 된다. 우리 뇌에서 빛을 받은 신경세포는 흰색, 그렇지 않은 신경세포는 검은색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을 흑백 영화처럼 인식할 수 있다. 다른 인공 망막과 달리 망막에 직접 전극을 이식할 필요가 없고, 외과 수술도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5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앨런 호사저 교수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눈이 먼 생쥐의 시력을 기초적인 수준까지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본 오카야마대 연구팀은 아우어렙(OUReP)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인공망막을 개발 중이다. 얇은 폴리에틸렌 필름 위에 특수한 색소를 입혀 망막 바로 아래층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 색소는 빛에 반응하는 특수 재질로 돼 있어서 빛이 쪼여지면 바로 아래에 있는 시신경을 직접 자극할 수 있다. 배터리도, 외부 광원도, 심지어는 카메라도 필요 없다. 아직은 생쥐를 이용해서 가능성을 시험하는 수준이지만 성공만 한다면 다른 어떤 방식보다 강력하다.
시각은 인류의 가장 큰 정보원이다. 시각을 잃는 경우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아가 성능 좋은 눈을 만든다면?
드라마 ‘600만 달러의 사나이’에서 주인공은 20배 이상의 배율을 갖는 인공 눈을 갖췄다. 우선 확대 능력은 상대적으로 쉽다. 2015년, 스위스 로잔공대의 에릭 트렘블라이 교수팀은 눈 앞에 착용하면 사물을 약 2.8배 크게 볼 수 있는 망원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두께가 약 1.5mm에 불과한 이 렌즈를 착용하면 윙크 한 번에 멀리 떨어진 물체를 당겨서 볼 수 있다. 이 렌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특수 안경을 함께 착용해야 한다. 안경테에는 윙크를 일반 눈 깜빡임과 구별하기 위한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센서가 윙크를 검출하면 안경이 빛을 굴절시켜 렌즈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도록 한다.
렌즈의 가장자리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작은 거울이 네 개 장착돼 있어서 빛이 이 거울들에 부딪히며 진행해 사물의 크기가 커져 보인다. 긴 망원경을 압축시켜서 눈 가장자리에 붙여 놓은 셈이다(구글이 2013년 발표한 구글 글래스도 비슷한 원리다). 2.8배가 성공했으니, 20배도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인공 눈의 영상을 뇌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드라마에서는 영상 정보가 대뇌의 일차시각피질(시각 정보가 대뇌에 일차적으로 들어오는 영역으로 뒤통수 아래 부위, 즉, 후두엽에 위치한다)로 직접 전달되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이 설정은 원래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인간 뇌의 시각피질은 시각위상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시야에서 보는 화소 하나 하나가 시각피질의 신경세포 하나 하나에 일대일 대응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시각피질에 있는 신경세포 하나 하나의 활동을 읽어낼 수 있으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각 신경세포에 전류를 흘려 자극하면 어떤 영상을 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각 피질을 완전히 덮어서 개별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다.
Retina
시각피질보다는, 망막을 자극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이다. ‘인공망막’이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서 광수용체 세포 위치에 전류를 흘려주는 원리다. 이 전류는 광수용체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시신경세포를 자극해서 대뇌 시각피질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기술의 성패는 영상을 얼마나 정밀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1000만 화소를 넘은 시대건만, 2013년에 최초로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승인을 받은 인공망막 시스템 ‘아거스II(왼쪽 사진)’의 화소는 겨우 60개(60만 개가 아니다!)에 불과하다. 그래도 인공망막 삽입 수술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환자가 사람과 사물의 윤곽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니 대단한 성취다. 해상도를 높이는 것도 시간문제다. 아거스II를 만든 세컨드사이트 사는 240개의 전극이 있는 시스템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독일의 레티나임플란트 사는 1500개의 전극이 달린 시스템(1500화소)의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생체공학자들이 넘어야 할 난관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전류가 빛처럼 직진하지 않고 퍼져서 흐르는 특성과 다시 되돌아오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 전극이 만드는 전류가 아래에 있는 하나의 시신경 세포만이 아니라, 이웃하고 있는 다른 시신경세포까지 영향을 준다. 영상이 흐릿하게 번져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수십 년간의 생체공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Optogenetics
최근에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광유전학이다. 망막 시신경세포에 채널로돕신 단백질을 골고루 발현시킨 다음에 특정한 망막 위치에만 빛을 쪼여 주면 된다. 우리 뇌에서 빛을 받은 신경세포는 흰색, 그렇지 않은 신경세포는 검은색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을 흑백 영화처럼 인식할 수 있다. 다른 인공 망막과 달리 망막에 직접 전극을 이식할 필요가 없고, 외과 수술도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5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앨런 호사저 교수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눈이 먼 생쥐의 시력을 기초적인 수준까지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본 오카야마대 연구팀은 아우어렙(OUReP)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인공망막을 개발 중이다. 얇은 폴리에틸렌 필름 위에 특수한 색소를 입혀 망막 바로 아래층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 색소는 빛에 반응하는 특수 재질로 돼 있어서 빛이 쪼여지면 바로 아래에 있는 시신경을 직접 자극할 수 있다. 배터리도, 외부 광원도, 심지어는 카메라도 필요 없다. 아직은 생쥐를 이용해서 가능성을 시험하는 수준이지만 성공만 한다면 다른 어떤 방식보다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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