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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집 나간 국민생선이 돌아왔다! 명태의 귀환



명태만큼 이름이 많은 생선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막 잡아올렸거나 얼리지 않은 싱싱한 명태(생태)나 꽁꽁 얼린 명태(동태)로 얼큰하게 탕을 끓이거나 매콤하게 쪄먹었다. 꾸덕꾸덕하게 말려 찜 요리에 적당한 코다리, 노릇노릇하게 구워먹는 노가리, 통통한 주머니 안에 작은 알들이 가득 담겨 있는 명란젓, 꼬들꼬들한 식감을 자랑하는 창란젓 등도 명태로 만든 것이다. 눈과 비, 바람을 맞으며 오랫동안 말린 명태(황태)나 바짝 말린 명태(북어)로 육수를 우려내 여러 요리의 베이스로 쓰기도 한다. 이름이 많은 만큼, 우리 식탁에서 한 끼라도 명태가 끼지 않은 경우는 찾기 힘들다.

니다. 살코기 자체에 별다른 맛이나 식감이 없어 불에 직접 구워먹는 것을 좋아하는 식문화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생선과 함께 잘게 다져서 어묵을 만들거나, 바삭하게 튀김옷을 입히고 소스를 묻혀 먹는다.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과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지는 ‘국민생선’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소비하는 명태는 25만t이나 된다.


우리 바다에 사는 물고기 가족, 어떻게 달라졌나
국립수산과학원은 1970년대부터 2015년까지 우리 바다에서 잡힌 어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1970, 1980년대에 많이 잡혔던 명태와 정어리, 쥐치와 갈치는 이후 감소했다. 특히 명태와 정어리는 2000년대 이후 찾기가 힘들어졌다. 반면 1990년대부터 오징어와 멸치, 고등어가 점차 늘어나 지금도 상당히 많이 잡히고 있다. 주요 어종은 아니지만 다랑어와 삼치, 방어도 어획량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이 같은 표층성 어류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식용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우리 바다에 거의 없었던 흑새치와 제비활치, 꼬리줄나비고기 같은 온대성, 아열대성 어종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바다에서 어획량이 감소한 이유
① 과도한 어획 : 우리나라의 어선은 2000년에는 6만8629척으로 최고치였다가 2012년에는 4만8435척으로 줄었다. 하지만 한 척당 마력이 1990년(약 64마력)에 비해 2012년에는 3배나 강해졌다(약 197마력). 배는 줄었지만 어획 능력이 크게 향상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어획하면서 자원량이 감소했다.

② 기후변화 :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류가 살아가는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그 결과 어종과 개체 수, 성장, 분포, 회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80년대 동해에서 많이 잡혔던 한류성 어류인 명태와 정어리는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찾기가 힘들다.

③ 어업 환경의 변화와 극심한 경쟁 : 한일, 한중 어업협정, 유류비 증가 등으로 어장 면적이 줄어들고, 어장 위치도 근해에서 연안으로 이동했다. 어업을 할 수 있는 면적이 1990년대 초(86만4336km2)에 비해 2012년에는 23%나 줄어들었다(66만9860km2). 이에 따라 어업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미성어(다 자란 물고기와 생김새는 같으나 아직 생식적으로 미성숙한 물고기)까지 잡아들이면서 자원량이 줄어들었다.
 
국산 명태가 사라졌다!
명태는 1930년대만 해도 동해에서 매년 25만t 내외로 잡힐 만큼 흔했다. 알을 밴 고기일수록 맛이 좋고, 어린 고기까지 술안주로 인기 있었던 탓일까. 결국 우리 바다에서 명태의 씨가 말라버렸다. 2008년부터 매년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힌 명태는 1t 내외다. 지금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명태는 거의 다 수입해온 것이며,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전문가들은 국산 명태가 사라진 것을 어린 명태까지 마구잡이로 잡은 결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해 동해 표층수온이 변화한 것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태는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어류인데, 수온이 올라가면서 동해가 예전처럼 명태가 살기에 적당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동해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1970년부터 2016년까지 47년간 약 0.93℃ 올랐다.

이대로 국민생선의 명성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국산 명태를 복원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한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 강릉원주대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산 명태를 인위적으로 대량 번식시킬 수 있는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였다.

완전양식은 인공적으로 키운 명태의 수정란을 얻어 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먼저 동해에서 살아있는 자연산 명태를 잡아 수정란을 얻어 인공적으로 부화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부화한 어린 고기를 건강한 성체로 잘 사육한 다음, 다시 수정란을 얻는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되풀이된다면 명태를 바다에서 낚지 않고도 계속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명태를 완전양식하기에는 걸림돌이 있었다. 우선 동해에서 살아 있는 명태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어쩌다 명태를 잡더라도 수정란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하거나 건강하지 않았다. 명태를 잡아 올리는 과정도 문제였다. 명태는 깊은 바닷속에서 살기 때문에 자망을 이용해서 잡는다. 자망의 그물코는 물고기 덩치보다 작아서, 지나가던 물고기들이 그 구멍에 끼이는 원리로 낚는다. 그물에 걸릴 때 상처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잡은 명태는 2~3일 내에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연구팀은 한 마리당 50만 원씩 현상금까지 걸어가며 ‘살아 있는 명태 어미고기’를 찾아 나섰다.

몸값까지 걸어가며 간절히 찾은 덕분일까.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듬해인 2015년, 한 어업인으로부터 건강한 자연산 명태 어미 한 마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해 2월, 실내 수조에서 질 좋은 수정란 53만 개를 얻어 인공부화시켰다.

 


명태 완전양식 과정
2015년 2월 바다에서 살아 있는 명태(어미고기)를 잡아 사육했다.
2015년 2월 자연산 어미고기가 낳은 알에서 어린 고기가 부화했다(인공 1세대).
이 고기들은 부화 후 동물성 플랑크톤인 로티퍼를 먹고 자랐다. 일부는 약 10개월동안 키운 뒤 동해안에 방류했다.
2015년 2월~2016년 9월 환경에서 어린 고기는 크릴새우 또는 고에너지 배합사료를 먹고 쑥쑥 자랐다. 바다에서 자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라고 성숙했다.
2016년 9월 부화한 지 18개월 만에 어른고기(인공산 어미고기)가 돼 산란을 시작했다.
2016년 10월 수정란 50만 개 중에서 어린고기 6만 마리가 부화했다(인공 2세대).
2017년 현재 1월 23일 해양수산부는 동해에서 잡은 명태 67마리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그 중 두 마리가 2015년에 방류한 인공 1세대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인공 2세대가 산란기를 맞는 시기로 추정된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연구팀은 명태가 살아가는 데 가장 적절한 수온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7~12℃에서 잘 자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명태를 키우는 실내 수조에 병원체가 얼마나 분포하는지, 이것이 어린 고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관관계도 연구했다. 어린 고기가 질병에 걸리는 일을 예방해 초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 특별하게 고려한 것은 먹이였다. 알에서 부화한 어린 새끼고기에게 적합한 저온성 먹이생물이 당장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류 종자를 생산하는 데 먹이생물로 사용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인 로티퍼는 25℃ 이상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명태가 살고 있는 차가운 물에 로티퍼를 넣자 활력을 잃고 수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심지어 바닥에 가라앉은 로티퍼가 수질을 악화시켰다.

연구팀은 ‘저온성 먹이생물 배양장치’를 개발해, 로티퍼가 자라는 수조의 온도를 단계적으로 낮췄다. 그리고 차가운 물에서도 활력이 좋은 로티퍼만 고른 뒤 따로 배양했다. 이렇게 배양한 로티퍼는 약 10℃ 정도의 물에서 10% 이상 증식했다. 저온성 로티퍼는 명태뿐만 아니라 대구나 다른 냉수성 품종을 사육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고도불포화지방산(EPA, DHA) 같은 영양성분이 든 고에너지 명태 전용 배합사료도 개발했다. 명태가 잘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영양성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이 사육하는 명태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훨씬 빨리 자랐다. 명태는 원래 알을 낳기까지 성숙하는 데 3~4년이 걸리지만, 연구팀이 키운 명태는 약 1년 8개월 만에 성숙해 지난해 10월, 인공부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명태를 완전양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올해 1월 23일,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동해에서 잡힌 명태 가운데 67마리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 중 두 마리의 유전정보가 2015년에 방류한 인공 1세대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인공적으로 키워 방류한 명태가 자연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해 살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앞으로는 명태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순규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자연산 명태 어미고기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1세대 어미를 관리해 질 좋은 수정란을 얻는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우량종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렇게 키운 명태를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 이제 막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수준이기 때문에 당장 식탁에 오르기는 힘들다. 변 박사는 “어업인들에게 수정란을 분양하고 기술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면 육상 수조식 양식과 해상 가두리 양식으로 동시에 명태를 키워낼 계획도 있다. 이대로라면 2020년에는 우리 식탁에 양식 명태가 올라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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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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