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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티타늄과 그 광물들 下 예술이 된 광물

광물이야기 시즌2 ❷

필자는 지난해 말 스페인을 방문했다. 눈부신 태양과 맑은 하늘을 기대했지만,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는 잿빛 하늘과 음산한 분위기로 필자를 맞이했다. 하지만 실망감도 잠시, 강을 따라 항해하는 거대한 유람선 혹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흐린 날씨에도 황금색에서 은회색 빛으로 다양하게 변하는 색감과, 다양한 곡선이 교차하는 부드러움, 그리고 따뜻한 느낌이 어우러져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가왔다. 마법의 주인공은 미술관을 감싸고 있는 주 소재인 티타늄 패널이었다.

세계인을 끌어 모은 0.38mm의 예술
바스크 지역의 경제 중심인 빌바오는 한때 바르셀로나에 못지않은 산업도시였지만, 1990년대 들어 주력인 철강업과 조선업이 사양화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변신이 절실했던 빌바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건축가 플랭크 게리를 설계자로 선정했다. 건축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1989년에 수상한 그는 건축은 조각품과 같은 예술품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스페인 여느 지역과 달리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은 빌바오에서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찾던 그는, 고심 끝에 과감히 티타늄을 선정했다. 어릴 때 고향에서 본 물고기의 비늘에서 영감을 얻었다.

문제는 티타늄이 워낙 비싼 소재라는 점이다. 플랭크 게리는 몇 달 동안의 실험 끝에 0.38mm의 얇은 티타늄 패널(실리콘과 강판시트로 보강)을 개발해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가로세로 80cm×115cm 규격의 티타늄 패널 3만3000장으로 건물을 감싸고, 따뜻한 질감을 주는 석회암을 부분적으로 사용해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완성시켰다.

티타늄의 밀도는 1cm3 당 4.5g으로 강철(7.8g)에 비해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하다. 또 내식성이 좋아 해풍이나 산성비에도 부식되지 않으며, 반사도가 높아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연출해 낸다. 특히 가장자리를 접는 방식으로 보강한 티타늄 패널의 마감은 마치 조각천을 이어붙인 퀼트 공예품 같은 느낌을 준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소장품뿐만 아니라 건물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세계인들을 빌바오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필자가 감동받은 것은 미술관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미술관 안내 책자에서도 큰 감명을 받았다. 안내 책자에서는 미술관에 사용된 소재들, 특히 티타늄에 대해서는 웬만한 과학책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티타늄을 발견한 역사는 물론 원자 구조와 결정 구조, 특성, 광석에서 제련하는 방법, 전세계 주요 산지와 산출량, 그리고 현재 응용되는 분야를 일목요연하게 담고 있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안내 책자가 이 정도이니, 구겐하임 빌바오는 미술관이면서 동시에 과학관이라 부를 만하다. 과학과 미술의 융합은 물론, 더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할수록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제 과학은 높은 성벽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언제나 가까이해야 할 필수 교양이다. 우리의 일상을 더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소양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도 예술인 광물
티타늄 광물은 유용한 소재일 뿐만 아니라, 드물게 보석으로 쓰이기도 한다. 티타늄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 광석 티타나이트(왼쪽 큰 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다이아몬드에 비해 상대굳기는 약하지만, 빛을 분산시키는 특성이 뛰어나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현란한 광채를 나타낸다. 그 때문에 보석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티타나이트라는 이름은 1982년 국제광물협회에서 정했다. 원래 티타나이트는 ‘스펜’이라고도 불렀는데, 아직도 보석으로 쓰는 경우에는 스펜이라는 이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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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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