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과학의 날’ 행사에서는 파란 눈동자를 가진 프랑스 사람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금속연구센터의 에릭 플러리 박사.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인 플러리 박사는 KIST의 첫 번째 외국인 정규 연구원으로 2005년 세계 최초로 고강도 액체금속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2VdAXtkWg41x92p7AmLM_32220090529.JPG)
“한국 사람들은 머리도 뛰어나지만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오늘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일이 끝나기 전에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저도 ‘연구원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을 하는 나라, 잠자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인 대한민국에 온 덕분에 훌륭한 연구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플러리 박사 연구팀에서 개발한 고강도 액체금속은 현재 산업 재료로 쓰이는 액체금속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액체 금속은 구리나 철 같은 금속을 혼합해 녹인 뒤 빠르게 냉각시킨 합금이다. 보통 고체의 원자 배열 구조는 규칙적인 데 비해 액체의 원자 배열 구조는 불규칙적이다. 액체금속은 고체지만 원자 배열 구조가 불규칙해 원자 배열 구조가 규칙적인 금속에 비해 더 단단하고 탄성이 좋다. 또 특정 온도 400~500℃에서는 젤리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점토 다루듯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이미 휴대전화나 휴대용컴퓨터 케이스, 골프채 헤드의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강한 만큼 휘어져라
기존의 액체금속은 단단하고 탄성이 높지만 대신 쉽게 부러지는 단점이 있다. 지난 2005년 플러리 박사팀과 고려대 이재철 교수팀, 포항공대 이병주 교수팀은 공동연구 끝에 기존의 액체금속이 가진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고강도 액체금속을 개발했다. 고강도 액체금속은 얼마나 큰 힘을 버틸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2aX2Q7amf20rzUInbrvH_22020090529.JPG)
원자 배열 구조가 규칙적인 강철은 압력이 최소 600MPa(대기압의 600배)일 때 휘어졌지만, 고강도 액체금속은 1800MPa이나 되는 압력에도 끄떡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외부 압력이 크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휘기만 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들을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와 ‘액타 머터리얼리아’ 등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15여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고강도 액체금속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렇게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고강도 액체금속을 개발하는 데에는 플러리 박사의 역발상이 한 몫했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기존의 액체금속에 다양한 금속들을 하나씩 섞어봤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단단한 재료에 단단한 재료를 첨가해야 더 단단해진다는 생각을 버리고 단단한 액체금속 안에 그보다 연한 금속을 섞어 오히려 더 단단한 액체금속을 탄생시킬 가능성에 도전했다.
그는 “액체금속의 주요 재료인 구리를 녹인 다음 급속 냉각으로 굳힐 때 텅스텐과 탄탈륨을 균일하게 첨가했다”고 설명했다. 원자 배열 구조가 불규칙한 액체금속 안에 원자 배열 구조가 규칙적인 금속을 더한 셈이다.
고강도 액체금속은 기존 액체금속보다 활용 범위가 더 넓다. 바로 ‘유연성’ 때문이다.
현재 철근을 기초로 지어진 다리들은 자동차들의 무게와 속도를 일정한 한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힘을 계속 받다 보면 철근이 변형되고 부식돼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더 단단하고 유연한 고강도 액체금속을 이용해 다리 기초를 만들면 기존의 철근 재료보다 수 십 배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변형되기 때문에 한계초과로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고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그는 액체금속으로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를 추출하거나 연료처럼 저장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알루미늄 포일처럼 얇은 은박 모양인 금속분리막은 니켈과 나이오븀의 합금으로 원자 배열 구조가 불규칙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다. 여기에 공기를 투과시키면 커다란 기체 분자들은 튕겨나가고 크기가 작은 수소 분자만 금속분리막 안에 확산되면서 미세한 구멍을 통과한다. 결국 여러 기체들이 혼합된 공기에서 순도 100%인 수소만 추출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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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속이 수소를 흡수하면 구조가 변하면서 약해진다. 이런 현상은 결국 금속이 부식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플러리 박사팀에서는 수소가 쉽게 확산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수소에 부식되지 않는 금속분리막을 연구 중이다.
외국 과학계와 교류 늘려야
처음 만난 플러리 박사는 차갑고 똑 부러지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점점 훈훈한 정이 느껴졌다. 그의 따뜻한 성격은 제자 사랑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제자들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영어로 나누지만 어제 있었던 일 같은 가벼운 이야기는 서툴지만 한국어로 한다. 서로에게 외국어인 영어를 할 때보다 제자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플러리 박사에게 제 2의 고향인 대한민국은 어떤 느낌일까. 그는 “프랑스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우선 그는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고향인 프랑스에도 높은 산이 많지만 그가 살았던 노르망디나 파리 근방은 구릉도 거의 없을 정도로 편평하다. 그래서 그는 산이 많은 한국이 좋단다. 그가 주로 오르는 곳은 서울에서 멀지만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높은 산들이다. 좋아하는 산을 물으니 지리산, 계룡산, 속리산, 설악산…, 이름이 줄줄 나온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그는 한국 음식에도 완전히 적응했다. 1991년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김치 냄새를 맡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김치가 너무 맛있어 한꺼번에 먹다가 배탈이 난 적도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요리는 바로 청국장이다. 특이한 냄새 때문에 한국 사람 중에도 못 먹는 경우가 많은 청국장이 왜 맛있을까. 그는 씁쓸한 맛과 향이 고향에서 먹었던 치즈랑 비슷하단다.
“한국 사람들은 다정하고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0905/kxdtM6mPH9u5lLfILhbq_61320090529.JPG)
그는 한국 문화를 거의 몰랐던 이민 생활 초기에도 대인 관계에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제자들 가운데 플러리 박사와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했던 권오집 연구원은 플러리 박사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라며 “창의적으로 고민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미 나온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플러리 박사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연구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해 외국인이 생활하기 편한 곳”이라며 “한국 과학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외국 과학계와 교류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 우수한 외국인 연구원을 데려오거나 선진국에 있는 연구소에 한국 사람이 진출할 기회가 많아지려면 차별이나 편견 없이 모든 국가와 인종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의 꿈은 제자들이 큰 뜻을 품고 넓은 세상에 나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먼 나라에서 찾아와 서투른 말과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플러리 박사를 따뜻하게 안아준 한국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란다.
그는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취미가 있다.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정말 가까운 사람만을 집으로 초대한다. 플러리 박사는 제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한다. 또 제자가 힘들어 할 때는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삼겹살과 소주를 시키는 사람이다.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프랑스에는 언제든지 놀러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대답을 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제 2의 고향으로서 충분히 편안하다는 의미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소박했다.
“아이들이 원한다면 프랑스나 다른 곳으로 유학을 보낼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에 남고 싶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강릉에 있는 KIST 분원에 가고 싶습니다. 태백산맥 품에 안겨서 마음껏 연구하는 것, 그게 제 꿈이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머리도 뛰어나지만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오늘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일이 끝나기 전에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저도 ‘연구원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을 하는 나라, 잠자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인 대한민국에 온 덕분에 훌륭한 연구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플러리 박사 연구팀에서 개발한 고강도 액체금속은 현재 산업 재료로 쓰이는 액체금속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액체 금속은 구리나 철 같은 금속을 혼합해 녹인 뒤 빠르게 냉각시킨 합금이다. 보통 고체의 원자 배열 구조는 규칙적인 데 비해 액체의 원자 배열 구조는 불규칙적이다. 액체금속은 고체지만 원자 배열 구조가 불규칙해 원자 배열 구조가 규칙적인 금속에 비해 더 단단하고 탄성이 좋다. 또 특정 온도 400~500℃에서는 젤리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점토 다루듯 모양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이미 휴대전화나 휴대용컴퓨터 케이스, 골프채 헤드의 재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강한 만큼 휘어져라
기존의 액체금속은 단단하고 탄성이 높지만 대신 쉽게 부러지는 단점이 있다. 지난 2005년 플러리 박사팀과 고려대 이재철 교수팀, 포항공대 이병주 교수팀은 공동연구 끝에 기존의 액체금속이 가진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고강도 액체금속을 개발했다. 고강도 액체금속은 얼마나 큰 힘을 버틸까.
원자 배열 구조가 규칙적인 강철은 압력이 최소 600MPa(대기압의 600배)일 때 휘어졌지만, 고강도 액체금속은 1800MPa이나 되는 압력에도 끄떡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외부 압력이 크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휘기만 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들을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와 ‘액타 머터리얼리아’ 등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15여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고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고강도 액체금속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렇게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고강도 액체금속을 개발하는 데에는 플러리 박사의 역발상이 한 몫했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기존의 액체금속에 다양한 금속들을 하나씩 섞어봤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단단한 재료에 단단한 재료를 첨가해야 더 단단해진다는 생각을 버리고 단단한 액체금속 안에 그보다 연한 금속을 섞어 오히려 더 단단한 액체금속을 탄생시킬 가능성에 도전했다.
그는 “액체금속의 주요 재료인 구리를 녹인 다음 급속 냉각으로 굳힐 때 텅스텐과 탄탈륨을 균일하게 첨가했다”고 설명했다. 원자 배열 구조가 불규칙한 액체금속 안에 원자 배열 구조가 규칙적인 금속을 더한 셈이다.
고강도 액체금속은 기존 액체금속보다 활용 범위가 더 넓다. 바로 ‘유연성’ 때문이다.
현재 철근을 기초로 지어진 다리들은 자동차들의 무게와 속도를 일정한 한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힘을 계속 받다 보면 철근이 변형되고 부식돼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더 단단하고 유연한 고강도 액체금속을 이용해 다리 기초를 만들면 기존의 철근 재료보다 수 십 배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변형되기 때문에 한계초과로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고도 줄일 수 있다.
최근 그는 액체금속으로 차세대 에너지인 수소를 추출하거나 연료처럼 저장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알루미늄 포일처럼 얇은 은박 모양인 금속분리막은 니켈과 나이오븀의 합금으로 원자 배열 구조가 불규칙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다. 여기에 공기를 투과시키면 커다란 기체 분자들은 튕겨나가고 크기가 작은 수소 분자만 금속분리막 안에 확산되면서 미세한 구멍을 통과한다. 결국 여러 기체들이 혼합된 공기에서 순도 100%인 수소만 추출하거나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금속이 수소를 흡수하면 구조가 변하면서 약해진다. 이런 현상은 결국 금속이 부식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플러리 박사팀에서는 수소가 쉽게 확산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수소에 부식되지 않는 금속분리막을 연구 중이다.
외국 과학계와 교류 늘려야
처음 만난 플러리 박사는 차갑고 똑 부러지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점점 훈훈한 정이 느껴졌다. 그의 따뜻한 성격은 제자 사랑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제자들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영어로 나누지만 어제 있었던 일 같은 가벼운 이야기는 서툴지만 한국어로 한다. 서로에게 외국어인 영어를 할 때보다 제자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플러리 박사에게 제 2의 고향인 대한민국은 어떤 느낌일까. 그는 “프랑스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우선 그는 주말마다 산에 오른다. 고향인 프랑스에도 높은 산이 많지만 그가 살았던 노르망디나 파리 근방은 구릉도 거의 없을 정도로 편평하다. 그래서 그는 산이 많은 한국이 좋단다. 그가 주로 오르는 곳은 서울에서 멀지만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높은 산들이다. 좋아하는 산을 물으니 지리산, 계룡산, 속리산, 설악산…, 이름이 줄줄 나온다.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그는 한국 음식에도 완전히 적응했다. 1991년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김치 냄새를 맡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김치가 너무 맛있어 한꺼번에 먹다가 배탈이 난 적도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요리는 바로 청국장이다. 특이한 냄새 때문에 한국 사람 중에도 못 먹는 경우가 많은 청국장이 왜 맛있을까. 그는 씁쓸한 맛과 향이 고향에서 먹었던 치즈랑 비슷하단다.
“한국 사람들은 다정하고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는 한국 문화를 거의 몰랐던 이민 생활 초기에도 대인 관계에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제자들 가운데 플러리 박사와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했던 권오집 연구원은 플러리 박사가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라며 “창의적으로 고민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미 나온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플러리 박사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연구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해 외국인이 생활하기 편한 곳”이라며 “한국 과학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외국 과학계와 교류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 우수한 외국인 연구원을 데려오거나 선진국에 있는 연구소에 한국 사람이 진출할 기회가 많아지려면 차별이나 편견 없이 모든 국가와 인종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의 꿈은 제자들이 큰 뜻을 품고 넓은 세상에 나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먼 나라에서 찾아와 서투른 말과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플러리 박사를 따뜻하게 안아준 한국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란다.
그는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취미가 있다.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잦은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정말 가까운 사람만을 집으로 초대한다. 플러리 박사는 제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한다. 또 제자가 힘들어 할 때는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삼겹살과 소주를 시키는 사람이다.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프랑스에는 언제든지 놀러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대답을 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제 2의 고향으로서 충분히 편안하다는 의미다. 그가 대한민국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소박했다.
“아이들이 원한다면 프랑스나 다른 곳으로 유학을 보낼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에 남고 싶어요. 지금 생각으로는 강릉에 있는 KIST 분원에 가고 싶습니다. 태백산맥 품에 안겨서 마음껏 연구하는 것, 그게 제 꿈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