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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반려앵무새, 사이테스 신고에 도전하다

3월 3일은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


현재 개나 고양이가 아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데 사이테스(CITES)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사이테스 신고 때문이다.
기자도 몰랐던, 그래서 직접 경험해 본 사이테스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인정한다.
충동적이었다는 것을. 천재 앵무새 알렉스 이야기를 통해 앵무새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던 기자는 언젠가 한번은 앵무새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앵무새 장난감을 사달라는 아이의 말에 남편에게 말했다. 장난감 앵무새가 아니라 진짜 앵무새를 키워보는 것이 어떠냐고. 내 말에 남편은 아이보다 더 좋아했다. 다음날 우리 가족은 청계천 조류원으로 달려가 가장 애교스러운 앵무새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그린칙 코뉴어(초록뺨비늘무늬앵무) ‘나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16년 동안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었고, 앵무새 역시 책임지고 키울 수 있다는 자신은 있었다. 앵무새를 키우기로 결정한 날 저녁에는 앵무새의 수명과 종류 등 앵무새에 대해 많은 것을 검색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몰랐다. 내 앵무새가 ‘사이테스 부속서Ⅱ’에 속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이게 뭐지?


내 앵무새가 사이테스 종이라고?
나리를 데려온 뒤, 코뉴어에 대한 검색을 하고 나서야 사이테스 부속서Ⅱ에 해당하는 종을 거래할 때는 양도·양수 신고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안 했는데…?’ 시쳇말로 ‘멘붕’이 찾아왔다. 일단 사이테스가 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검색사이트 N에 사이테스를 입력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사이트 주소를 누르자 영어로 가득한 해외 사이트로 연결이 됐다. ‘헉! 이게 뭐지?’ 나도 모르게 닫기 버튼을 눌렀다. 다시 N으로 돌아와 아래에 있는 사이테스 설명 더보기를 눌렀다. 다시 해외 사이트로 연결이 됐다.

더 아래의 지식백과를 통해서야 사이테스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사이테스(CITES)란 ‘멸종위기에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1973년 3월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 80개국이 참여해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1993년 7월에 가입했으며, 현재 183개국이 가입해 있다. 지난 2013년 12월에 열린 제68회 유엔총회에서는 협약이 체결된 3월 3일을 ‘세계 야생 동식물의 날’로 선언했다.

사이테스를 통해 5000여 종의 동물과 2만8000여 종의 식물 등 총 3만3000여 종의 생물을 보호하고 있다. 이 생물들은 부속서Ⅰ, Ⅱ, Ⅲ로 나뉘는데, Ⅰ은 멸종위기 종으로 상업적 국제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Ⅱ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는 않으나 국제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이다. Ⅲ는 협약당사국이 자국 내에서 생물의 과도한 이용을 막기 위해 국제 거래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지정한 종이다. Ⅱ와 Ⅲ는 상업적인 거래가 가능하지만 협약국 사이에 수출입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사이테스 부속서Ⅰ은 물론 Ⅱ와 Ⅲ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살아있는 조류(앵무목, 문조, 검은턱금정조 제외)와 포유류는 상업적 거래를 할 수 없고, 개인이 사육할 수 없다. 
 

사이테스 신고, 어떻게 해야 하나?
수출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거래할 때도 사이테스 신고가 필요하다. 거래와 사육이 가능한 부속서 Ⅱ의 앵무새와 양서·파충류의 경우다. 부속서Ⅰ에 해당하는 생물의 경우 개인이 소유할 수 없지만 인공번식이 된 경우에는 부속서Ⅱ로 간주한다. 이때는 인공번식증명서가 있어야만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몰수당하게 된다.

부속서Ⅱ를 거래할 때는 분양하는 사람은 양도 신고를, 분양받는 사람은 양수 신고를 해야 한다. 사육이나 재배 장소의 이동이 있을 때나 생물이 폐사한 경우에도 신고해야 한다. 번식해 증식된 경우에도 신고해야 하는데, 치타나 사자, 호랑이, 말레이 곰과 같은 거대 포유류나 악어, 코브라와 같이 위험할 수 있는 20종의 생물은 사이테스 부속서 등급에 상관없이 미리 인공증식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양도·양수 신고는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걸까. 다시 N에 ‘사이테스 신고’를 검색해 봐도 제대로 된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멘붕이 찾아왔다. 여러 사람의 블로그를 들락날락 한 뒤에야 국가 생물다양성 정보공유체계(kbr.go.kr) 홈페이지를 발견해 사이테스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양도·양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지난해 7월에 만든 60쪽짜리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이테스 안내서’도 내려 받아 읽어봤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신고는 관할 유역 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로 직접방문, 우편, e메일로 접수가 가능하다고 안내돼 있었지만 더 이상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다시 검색을 시작했다. 더 많은 블로그와 카페를 들러서야 환경부 환경민원포털(minwon.me.go.kr)을 통해서 신고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출서류 안내에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지만,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개체의 사진도 첨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앵무(잉꼬)와 왕관앵무, 모란앵무(일부 제외)는 사이테스 신고가 필요없지만
대부분의 앵무새는 사이테스 신고가 필요하다.

사이테스 신고 문제 있다
2014년 7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사이테스 양도·양수 신고 제도가생겼다. 2015년 8월 1일부터 10월 31일에는 소유자가 관련 규정을 잘 알지 못해 불법으로 사육·보관하던 야생생물을 자진 신고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진 신고 기간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업체나 개인은 징역이나 벌금 등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자진 신고 결과 총 2659건이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사이테스 관련 신고는 2549건으로 96%를 차지했다. 또 자진 신고 기간 이후 양도·양수 신고에 대한 인식이 확대돼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사이테스 종 허가·신고 현황만 봐도 수입 건수에 비해 양도·양수 건수가 확연히 적다. 이에 대해 허헌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환경사무관은 “사이테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신고 절차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며 “홍보를 더 늘리는 것은 물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게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6년에 새로운 사이테스 시스템을 위한 전략을 수립했으며, 2018년쯤에는 새로운 신고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양하는 사람이 사이테스에 대해 몰라서 신고하지 않으면 분양받은 사람 역시 양수 신고를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분양한 사람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사설연구소인 앵무새연구소의 심용주 소장은 “현재의 신고 제도로는 오히려 밀수한 개체를 신고한 정식 개체로 둔갑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앵무새 한 쌍을 들여다 놓고 밀수한 알에서 태어난 앵무새를 국내에서 번식한 개체라며 사이테스 신고만 하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정식 등록 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진을 첨부하는 방식으로는 각각의 개체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 심 소장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사이테스 부속서Ⅰ에 해당하는 종을 제외하고는 개인 간의 거래에는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는다”며 “현재의 제도는 행정력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제약”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선만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생태계가 좁아 외래종이 큰 문제가 된다”며 “생물의 소재 파악을 위해 양도·양수 신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개체 구분이 어려워불법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개체를 구분할 수 있을까. 앵무새의 경우 발목에 끼우는 폐쇄발목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폐쇄발목링은 앵무새가 태어난 지 2주 이내에만 발에 끼울 수 있고 이 기간이 지나면 옮겨 끼울 수 없기 때문이다. 폐쇄발목링이 잘려 있다면 불법 개체라는 사실도 바로 알 수 있다. 다른 동물의 경우 현재 반려견에 사용하고 있는 신체 삽입형 마이크로칩으로 개체 구분을 할 수 있다. 현재 사이테스 부속서I에 속하는 어류 ‘아로와나’의 경우 모든 개체에 마이크로칩을 넣도록 하고 있다. 권 연구사는 “마이크로칩을 이용하면 관리는 편하지만 비용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 강제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문제라 환경부에서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인공 증식 개체만 거래되고 있어 야생에서의 포획과 밀수 우려가 없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종은 양도·양수 신고를 면제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조는 사이테스 부속서Ⅱ에 해당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수입이 없고, 국내 인공 증식만으로 거래되고 있어 야생에서의 포획과 밀수 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허 환경사무관은 “전문가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양도·양수 신고 제외 종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싶다면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희귀동물 개인 사육과 거래 실태 보고 ’를 작성했다”며 “무엇보다 큰 문제는 기본 지식 없이 동물을 거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희귀동물 관련 온라인 카페의 경우 동호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가 운영하거나 업체와 연관돼 있었다(상위 6개 카페 중 5개). 일부 회원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는 사육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2개 온라인 쇼핑몰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21개 업체가 사이테스 종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대다수가 수명, 성체 사이즈, 원래 서식지 및 사육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정보 부족은 동물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의 동물단체 ‘엔드캡(ENDCAP)’이 2012년 내놓은 보고서 ‘유럽연합의 야생동물’을 보면, 영국 가정에서 키우는 파충류의 75%가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전 대표는 “판매 중인 파충류는 1m 이상 자라는 경우도 있다”며 “성체의 크기를 잘 모르고 어린 개체를 입양하는 것은 사육을 포기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많은 업체가 택배를 통해 동물을 거래하고 있다는 점과, 동물로부터 감염될 수 있는 질병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류는 앵무병, 파충류는 살모넬라증 같은 질병을 옮길 수 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귀동물을 키우는 개인의 최소한의 자격과 지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공인시험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또 현재 사이테스 종의 사육·관리 기준으로 면적 외에 별다른 조건이 없는데, 온도와 습도, 행동풍부화 등 서식지에 맞는 조건을 제공할 수 있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를 하면서 사이테스 관련 다양한 의견을 들었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었다. 키우기 전에 좀 더 심사숙고하고, 한번 키우게 됐다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와 달리 사이테스종이나 희귀동물은 정보가 많지 않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싶다면, 특히 그 동물이 사이테스 종이라면, 좀 더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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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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