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갈릴레오호, 목성 도착 카운트다운

지구출발 6년, '작은 태양계' 형성 메커니즘 밝힌다

목성대기에 탐사구를 투입하는 등 '작은 태양계'라 불리는 목성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정밀탐사를 벌릴 갈릴레오 우주선이 이제 목성궤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무려 6년에 걸친 긴 여정 끝에 갈릴레오 우주선이 올해 12월 목성 궤도에 도착한다. 1970년대 파이어니어호, 보이저호가 태양계 외행성(지구 궤도 바깥쪽의 행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을 성공적으로 탐사하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중심이 돼 목성을 본격적으로 탐사하는 우주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목성의 위성을 처음 발견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름을 따 갈릴레오 우주선이라고 명명했다.

이 우주선은 NASA와 독일의 과학기술처(GMT)가 공동으로 제작해 80년대 중반에 제작을 완료했다. 원래는 86년 5월 미국 우주왕복선에 의해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로 갈릴레오 우주선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챌린저 충격으로 NASA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더이상 우주왕복선에 센타우르로켓의 탑재를 금지시켰다. 센티우르로켓은 우주왕복선이 돌고 있는 지구저궤도에서 단번에 소행성대나 목성궤도까지 탐사우주선을 추진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상단계(upper stage) 로켓이다. 이 금지 조치로 말미암아 갈릴레오호는 물론이고 외행성 탐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것. 당시에는 이 로켓 없이는 목성으로의 여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갈릴레오호의 구조


3번의 묘기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과학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이른바 행성 중력 이용 궤도법(gravity assist trajectory)이 등장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적은 추진력으로도 지구를 출발해 목성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전에도 이 방법이 알려지긴 했으나 갈릴레오호의 경우는 행성의 중력을 3번이나 이용해야 하므로 그 단계가 매우 복잡하다.

갈릴레오 우주선은 1989년 10월 우주왕복선으로 지구저궤도에 올려졌다. 다음 저추진로켓으로 목성이 아닌 금성에 보내졌다. 90년 2월에 금성 주위에 도착해서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 다시 지구로 보내졌다. 90년 12월에는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소행성대(화성과 목성 사이)까지 진출했다. 소행성대에는 도움을 받을 만한 큰 행성이 없으므로 자체 추진력을 사용해 지구로 되돌아 온 다음, 92년 12월 드디어 마지막으로 목성을 향했다. 지금 현재 갈릴레오호는 목성에 거의 다다른 지역을 항해하고 있으며, 12월에는 목성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경로를 거치게 됨으로써 갈릴레오호는 얻은 것이 있는 반면에 잃은 것도 많다. 소득은, 적은 연료로 태양계 이곳 저곳을 방문해 목성 이외의 천체에 대해서도 과학적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금성의 구름을 가까이 촬영할 수 있었고 소행성 이다와 가스파라를 처음으로 근접촬영할 수 있었다.

고감도 안테나 작동 불능

그러나 태양 가까이 금성궤도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태양빛으로부터 섬세한 장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선에 태양 차양을 추가해야 했다.

뿐만아니라 금성궤도를 도는 1년 동안은 고감도 안테나를 우산처럼 접고 있어야 했다. 그 결과 후에 안테나를 펴려고 했을 때 펴지지 않아 현재까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고감도 안테나는 갈릴레오호에서 얻어진 각종 과학자료를 최대 1백34.4kbps(1초에 13만4천4백 비트)로 전송할 수 있는장비로서 화상자료 전송시 필수적이다. 갈릴레오호가 가치있는 과학자료를 아무리 많이 수집한다 할지라도 이 안테나 없이는 전송이 불가능하다. 극히 일부만 현재 작동하고 있는 저감도 안테나로 전송할 수밖에 없다(전송속도 1.2kbps). 지름 4.8m인 우산 모양의 고감도 안테나를 펴려고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제는 자체 연료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시도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운이 좋아 갈릴레오호가 목성궤도에 진입하는 순간의 충격으로 안테나가 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우주에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을 보내는 일에는 항상 이와같은 예기치 못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옛소련의 화성탐사선 마르스옵서버가 통신 두절로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린 일과 일본의 달탐사선이 통신두절된 일등이 바로 그러한 예다. 우리나라의 무궁화위성이 정상적인 궤도진입을 못하고 그 결과 위성의 수명이 반 이하로 줄어든 일도 이러한 사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고감도 안테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지라도 갈릴레오호는 과학자들이 필요로 하는 목성에 대한 각종 정보를,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지상에 선별적으로 전송할 것이다. 보이저호처럼 멋있는 화상들을 즉각적으로 전송하지 못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렵겠지만 갈릴레오호의 과학적 가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작년에 있었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시에 갈릴레오호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정면 충돌 장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해왔다. 또한 소행성 이다의 근접 사진으로 소행성에도 위성이 존재함을 발견한 것도 수확 중의 하나다.

비행기간만 6년, 계획 시작부터는 15년이 넘게 걸려 목성에 도착한 갈릴레오호는 어떤 일을 할까. 갈릴레오호는 이제까지의 어떤 탐사 우주선보다도 정밀한 측정기기들을 탑재하고 있다. 종전의 파이어니어호나 보이저호의 통과 관측에서 한단계 진전하여 목성 대기에 직접 탐사구(probe)를 투입하는 일도 예정돼 있다.

대기 탐사구는 지난 7월12일 모선에서 분리돼, 현재 목성을 표적으로 탄도운동을 하고 있다. 모선이 목성궤도에 진입하는 시점에, 이 탐사구는 초속 약 60㎞의 속도로 목성 대기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 구형의 탐사구는 목성 대기에서 생기는 마찰열을 견딜 수 있게 제작됐다. 따라서 이 탐사구는 대기의 저항으로 감속돼, 45㎞ 지점에서 낙하산을 펴고 목성 대기 속을 천천히 통과하게 된다(고체 표면이 없는 목성에서 대기 고도의 기준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암모니아 구름층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대기 탐사가 이루어지며 탐사 자료가 모선에 전송된다. 탐사구는 서서히 낙하하면서 대기의 온도 압력 밀도 분자량 등을 측정함은 물론, 미량의 화학성분들 조차도 중성질량검출기(neutral mass spectrometer)로 알아낸다. 또한 목성 내부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세기와 고도가 낮아질수록 감소하는 태양빛의 세기를 측정한다. 지난번 보이저호에 의해 발견되었던 목성의 번개도 정확히 측정할 예정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구름분석기는 암모니아 구름층 밑에 있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다른 여러 구름층의 존재 여부를 알려줄 것이다. 목성 대기 전문가들은 암모니아 구름층 밑에 물 구름층이나 다른 여러 종류의 구름층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탐사 시작 60-75분경에 6백㎞ 깊이의 대기에 도달하면, 주위 대기압이 15-20 기압으로 높아져 각종 기기가 파손된다. 그후 탐사구는 목성 심연의 거대 압력에 부스러져 최후를 맞게 된다.
 

발사에서 목성 도착까지의 갈릴에오호 궤도


20개월 동안의 정밀 탐사

모선(orbiter)은 자체 로켓을 분사해 이심률이 매우 큰 타원궤도로 진입한다. 첫 궤도비행은 목성 최근거리가 20만㎞, 최원거리 1천만㎞로 이루어진다. 이 최원점에서 다시 로켓을 분사해 다음번 최근거리를 70만㎞로 올려놓는다. 이후 20개월 동안 10회의 타원궤도 회전을 하면서 목성의 4대 위성인 이오(Io) 에우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 모두를 근접 관측할 계획이다. 따라서 모선은 이 모든 위성을 다 방문하기 위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성들의 중력을 이용해 궤도를 변경하는 복잡한 행로를 그리게 될 것이다.

갈릴레오 모선에는 9개의 관측장비가 탑재돼 있다. 목성 대기와 위성을 탐사하는 장비와 목성의 자기권을 측정하는 장비로 이루어져 있다. 고해상도의 카메라는 1㎞의 정밀도로 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며 목성 대기의 순환운동도 관측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의 느린 전송률로 얼마나 많은 자료를 전송할지는 미지수다.

근적외선 화상분광기로는 목성과 위성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관측하여 화학성분과 온도를 알아낼 것이다. 이밖에 자외선분광기나 가시편광측정기로는 목성 대기에 있는 복잡한 분자나 연무(aerosol), 미세한 입자들의 성질을 탐사할 예정이다.

갈릴레오 모선의 자기권 탐사장비로는 자력선의 세기와 방향을 측정하고, 에너지가 높은 소립자와 이온들, 그리고 플라스마 특성을 측정하게 된다. 또한 공간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들의 밀도 크기 질량도 측정한다. 이러한 현지 측정은 모선의 2년 가까운 궤도 비행기간 동안 목성 자기권의 구석구석을 훑게 된다. 따라서 파이어니어나 보이저가 1회 통과하며 측정한 것보다 훨씬 정밀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우주왕복선에 실리고 있는 갈릴에오 우주선


특히 전에 측정하지 못했던 자기꼬리(magnetotail) 공간이 이번 탐사에서는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자기꼬리공간이란 태양의 반대편에 혜성 꼬리 모양으로 자력선이 꼬리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전자나 양성자, 혹은 이온들이 높은 에너지로 가속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가속된 소립자들은 자기선을 따라 목성 대기에 진입해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로라(극광)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관측측정장비의 에너지원은 방사성 동위원소 열 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로부터 공급된다. 보통 지구 주위의 인공위성에는 태양전지판이 사용되나, 목성 주위에서는 태양빛이 미약하여 사용할 수 없다. 지상에서 축전된 배터리를 가지고 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갈릴레오호에 장착된 장비들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5백70W의 출력을 2년 동안 제공하려면 축전지의 무게와 부피가 너무 커져 실용성이 없어진다.

우주탐사선에 핵발전기를 실었을 때 만약 발사사고라도 난다면 지상의 넓은 지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NASA에서는 로켓 폭발에도 견딜 수 있게끔 발전기를 제작했다고 반박했다.

목성은 '작은 태양계'라고 불릴만큼 태양계의 축소판이다. 중앙에 커다란 수소 가스 덩어리가 있고 주위를 4개의 고체 위성들(목성의 위성은 총16개)이 돌고 있는 모습이 태양계와 흡사하다. 갈릴레오 우주선이 탐사를 마치면 태양계 전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이 일부 얻어지지 않을까?

갈릴레이는 3백85년전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망원경을 목성에 겨누어 4개의 위성을 발견함으로써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후 그는 지구 중심 우주론에서 탈피하여 태양중심 우주론으로 전환하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이번 갈릴레오호의 목성 탐사가 우리에게 또다른 과학적 전환의 계기를 가져다 주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하 교수

🎓️ 진로 추천

  • 천문학
  • 지구과학
  • 항공·우주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