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를 담은 듯한 이 광물은, 사파이어에 비견되는 아름다움으로 주목받는 보석 탄자나이트의 원석이다. 이 보석은 결정 방향에 따라 푸른색, 자주색, 적포도주빛 붉은색 등 세 가지 색상을 보이고, 광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탄자나이트는 킬리만자로 산 가까이에 위치한 탄자니아 북부 미렐라니 광사에서 주만 음헤로 은고마라는 현지인이 1967년에 처음 발견했다. 그 후 세 사람의 손을 거쳐 미국까지 건너갔다. 미국보석감정연구소(GIA)의 감정 결과, 조이사이트(Zoisite)라는 광물의 새로운 변종으로 밝혀졌다.
이 광물에 '탄자나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에는 블루 조이사이트(Blue Zoisite)라고 불렸으나, 뉴욕의 유명 보석회사인 티파니의 제안으로 이름을 바꿨다. 블루 조이사이트의 어감이 블루 수어사이드(Blue Suicide)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파이어에 필적하는 새로운 보석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려는데, 이르멩서 '자살'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보통 새로 발견된 광물의 이름은 발견된 지역이나 광물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의 이름 또는 광물의 특징을 따서 명명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티파니는 탄자니아와 티파니에서 탄생한 보석이라며 이 보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02년 미국보석거래협회(AGTA)는 1912년 이후로 90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석 리스트를 변경했는데, 탄자나이트를 12월의 보석으로 등록해 티파니에 힘을 실어 줬다. 티파니의 상업적 이득을 목적으로 새로운 이름이 붙었지만, 결과적으로 탄자니아라는 나라가 세상에 더욱 알려지고, 탄자니아의 보석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동물의 왕국, 그리고 보석 왕국
탄자니아는 동물의 왕국이다.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생생히 볼 수 있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킬리만자로 산 서쪽 사바나 지대에 펼쳐져있다. 사자와 코끼리, 들소, 사바나얼룩말, 검은꼬리누 등 다양한 종의 대형 포유류 약 30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또 이곳은 호모 사피엔스의 고향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동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대지구대가 지나는 탄자니아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호미닌이 생활했던 흔적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곳에서 출현한 호미닌이 먼 여정과 진화과정을 거치며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고 추정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보석 산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탄자나이트를 비롯해, 다이아몬드, 루비, 스피넬, 가넷, 차보라이트(가넷의 일종으로, 이곳에서만 나온다)등 약 50종류의 보석과 200개 이상의 변종들이 발견된다. '보석의 왕국'이라 할 만하다.
탄자니아에서 다양한 보석이 산출되는 이유는 특별한 지질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지각판의 이동과 땅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이동하는 대지구대의 영향, 그리고 5000km, 폭 250km에 이르는 모잠비크 조산대의 영향으로 쉴 새 없는 지각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모잠비크 조산대는 발색 원소인 크롬과 바나듐이 풍부한데, 지각판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해양판에 의한 극심한 변성 작용으로 온도가 매우 높다. 그 결과 발색 원소들이 기존 암석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보석 광물이 탄생한다. 사진 속 탄자나이트도 바나듐의 영향으로 푸른색을 띠게 됐다.
가난과 영양 부족에서 벗어날 새로운 희망
탄자니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0년이 갓 넘은, 역사가 짧은 나라다. 인구는 약 5200만 명 정도지만,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4배가 넘는다.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처럼, 탄자니아 국민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소득이 2달러에 못 미치는 극빈층이 전체 인구의 68%나 되고, 5살 미만의 어린이 중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아동이 16%나 된다.
광물과 관광 산업은 이 나라의 희망이다. 국가가 주도해서 풍부한 광물 자원을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인 '탄자나이트'를 중심으로 탄자니아 태생의 많은 보석들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도 탄잔아이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 가격도 많이 올랐다. 탄자니아가 이런 천혜의 자연 자원을 잘 활용해 가난의 굴레를 벗고 아프리카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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