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1월 1일은 은하수, 즉 우리은하 바깥에 또다른 은하가 있는가 하는 오랜 논쟁이 끝나고 새로운 우주시대가 열린 날이다. 이날 미국 천문학회에서 외부 은하의 존재를 입증하는 에드윈 허블의 논문이 발표되는 순간, 인류는 상상을 뛰어넘는 광대한 우주를 느끼게 됐다.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는 변했으며 인류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희뿌연 구름 덩어리
약 2백2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 중의 하나이다. 사람의 시력으로 이렇게 먼 거리에서 출발한 희미한 빛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20세기초만 하더라도 이 은하가 그렇게 먼 거리에 있는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은하 내에 있는 성운인지, 아니면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수많은 별들로 구성된 또다른 은하인지도 논쟁거리로 남아있었다.
17세기 초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안드로메다 은하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관찰됐다. 망원경으로 이 은하를 처음 관찰했던 사람은 1612년 독일의 천문학자 지몬 마리우스라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은하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므로 뿌연 구름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은 성운(Nebula)이라 이름 붙였다. 혜성 탐색에 열중했던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는 밤하늘을 관찰하면서 뿌옇게 보이는 천체를 혜성과 혼돈하지 않기 위해 목록을 만들어 가던 중 안드로메다 성운을 그의 목록에 31번째로 포함시켰다. 그 후로도 안드로메다 성운은 지속적으로 관찰됐지만 특유의 나선모양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는 못했다.
은하가 된 안드로메다
안드로메다 성운과 유사한 나선모양의 성운은 1900년까지 약 1만3천개가 발견됐다. 그러나 이 때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성운이며, 우리 은하계에 속해 있으면서 태양계와 같은 새로운 행성계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믿었다.
1899년 윌리엄 허긴스는 안드로메다 성운의 스펙트럼을 통해 이들이 별무리가 아닌가 하는 흔적을 찾아냈다. 그리고 1918년 미국의 천문학자인 커티스는 안드로메다 성운 내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신성에 의문을 품고 이러한 주장을 확대시켰다. 그로부터 5년 뒤 허블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윌슨산에 설치된 1백인치 망원경(당시 세계 최대)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성운을 장시간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었다.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의 가장자리에서 몇 개의 별들을 찾아내 이 성운이 가스와 먼지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별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확인했다. 그는 또한 사진 속에서 세페이드형 변광성을 찾아내 이 성운이 우리은하의 바깥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로써 안드로메다 성운은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말로 바뀌었고, 우주의 크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엄청나게 확장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
우리은하의 이웃들
북반구 사람들에게 안드로메다 은하가 유명하다면 남반구 사람들에게는 대마젤란 은하와 소마젤란 은하가 있다. 이들 두 은하는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하다 남반구 하늘에서 발견한 것을 기념해 이름붙여진 것이다. 대마젤란 은하까지의 거리가 약 16만광년, 소마젤란 은하까지의 거리가 약 20만광년으로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거리의 10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은하다. 대마젤란 은하는 약 1백억개, 소마젤란 은하는 약 20억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우리은하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은하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하는 마젤란 은하들과 더불어 지름이 약 3백만광년 이내에 30여개의 은하들을 포함한 국부은하군을 형성하고 있다. 국부은하군의 약 3분의 1은 우리은하 주변에 몰려 있으며 또다른 3분의 1은 안드로메다 은하주변에 몰려 있다. 국부은하군 내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은 3천억개의 별을 자랑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이다. 주위에는 M32, NGC147, NGC185, NGC205 등의 왜소은하들이 맴돌고 있다.
국부은하군을 넘어서면 다시 은하군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 수천만 광년의 크기를 갖는 은하단이 된다. 우리 국부은하군에서 5천만광년 거리에는 처녀자리 은하단이 존재하며, 이 은하단은 수천개의 은하를 거느리고 있다. 이 은하단은 다소 불규칙한 모양으로 가장 긴 쪽의 길이가 8백80만광년 정도 된다. 또한 3억광년 거리에는 지름이 약 1천만광년인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있다. 머리털자리 은하단은 1-3만개의 은하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모양은 구형에 가깝다.
이러한 은하단들이 모이면 초은하단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은하단 사이에서는 은하를 거의 발견할 수 없는 공동(void)이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은하가 속한 국부은하군은 처녀자리 은하단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국부 초은하단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은하들의 모양 내기
1936년 허블은 여러 모양의 은하들을 타원은하, 나선은하, 막대 나선은하, 불규칙은하의 4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핵과 그 주위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감고 있는 나선팔로 이루어진 은하가 나선은하이다. 나선팔에는 많은 성간운이 존재하며, 여기에서 갓 태어난 푸른빛의 젊은 별들을 관찰할 수 있다. 대체로 나선 은하의 1/3 이상은 막대가 은하의 중심 핵을 관통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 경우 나선팔은 일반적으로 핵에 직접 감겨져 있지 않고 막대의 양끝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은하를 막대나선은하라 부른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나선은하에는 미약한 막대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타원은하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별한 무늬 없이 원형이나 타원형을 하고 있다. 이들 중 크기가 작은 왜소타원은하는 크기는 작지만 큰 질량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전체 은하 분포의 약 50%를 차지한다. 불규칙은하는 특별한 모양을 가지지 않지만 전체 은하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대·소마젤란 은하는 대표적인 불규칙은하에 속한다.
거리 알려주는 세페이드 변광성
은하의 거리를 알아내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세페이드 변광성이었다. 1912년 리비트는 세페이드 변광성이 특별한 주기-광도 관계를 만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이용하면 세페이드 변광성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는데, 허블은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찾아낸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를 구함으로써 그 거리를 구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의 경우 은하 내의 별들을 개개의 별들로 구분해내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방법은 약 6천5백만광년 이내의 비교적 가까운 은하들에 국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더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는 변광성이 아닌 다른 별을 이용해서 구한다. 그 중 한가지는 먼 은하에서 등대처럼 밝아지는 초신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초신성은 모두 최대 밝기에서 대체적으로 동일한 밝기를 가진다는 가정 아래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초신성은 늘 폭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필요할 때 정작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근래에는 나선은하의 광도가 회전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