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주의 동쪽에 위치한 미스터리한 마을, 살렘스 롯. 평범한 마을이었던 살렘스 롯에 커트 발러라는 정체 모를 사람이 오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 것. 정말 미스터리한 일은 죽은 이들이 밤마다 커다란 송곳니를 세우고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마을의 비밀을 알아챈 사람들은 발러가 사는 집으로 찾아가지만, 이들 역시 폐인이 되거나 죽임을 당한다. 마을은 점점 황폐해져 가는데….
이번 화의 주인공은 호러물의 ‘사골 아이템’, 뱀파이어입니다. 살렘스 롯은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작품인데요.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소설의 중반쯤 등장하는 발러의 모습은 글만으로도 충분히 오싹합니다. 이번 화에서는 살렘스 롯을 공포로 몰아넣은 뱀파이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알고 보니 뱀파이어는 환자였다?
뱀파이어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사람의 피를 마신다는 것, 햇빛에 약해 밤에만 돌아다닌다는 점, 그리고 죽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지금까지도 뱀파이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포르피린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입니다.
포르피린증은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인 헴(heme)이 잘 합성되지 않는 질병입니다. 헴을 만드는 효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데요.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헴이 만들어지기 전 전구물질이 몸에 쌓이게 됩니다. 이 때문에 포르피린증을 앓는 환자들은 몇 가지 증상을 보입니다. 밝은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벗겨지거나 물집이 잡혀, 낮 시간에는 활동이 제약됩니다. 야간에 활동하거나 실내에만 있어 피부가 창백하고, 잇몸이 약해져 평범한 이가 마치 송곳니처럼 보이기도 하죠. 더구나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만성 빈혈에 시달리게 됩니다. 워낙 뱀파이어의 특징과 비슷한 점이 많아 ‘뱀파이어 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뱀파이어 병이라고 불리는 게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이들이 부족한 건 헴일 뿐이지 혈액이 아니니까요. 뱀파이어처럼 다른 사람의 혈액을 탐할 이유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혈액을 탐하는 진짜 뱀파이어는 따로 있습니다.
네 피로 내 젊음을 돌릴 수 있다면
바로 젊은 피를 수혈 받아 젊음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미국의 연구팀들은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젊은 피를 수혈 받은 늙은 쥐의 근육이나 장기가 젊어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혈액 속에 있는 ‘GDF11’이라는 단백질이 근육을 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가 하면, 혈액 속에 노화를 억제해줄 마이크로RNA(miRNA)를 찾으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GDF11의 정확한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요.
그런데 최근 이를 사람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18명의 나이 든 환자에게 젊은 사람들의 혈장을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좀더 큰 실험도 있습니다. 미국 바이오업체 암브로시아는 25세 이하의 젊은 참가자들의 혈장을 무려 600명의 사람에게 수혈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실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차병원에서는 혈장과 제대혈(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으로 신생아의 혈액)이 나이든 사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는데요. 내년 하반기에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런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아직 쥐에게서만 증명됐을 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대규모의 실험을 한다는 겁니다. 더구나 암브로시아는 임상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8000달러(약 900만 원)의 돈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돈으로 젊음을 사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죠.
젊은 피 연구가 단순히 현대판 뱀파이어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근육과 뇌의 노화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임을 연구 결과로 잘 보여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