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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면역 호르몬 사이토킨, 암퇴치의 첨병

최초의 호르몬 연구는 생리활성물질 사이토킨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인터페론, 인터루킨 등의 이름으로 알려진 사이토킨은 특히 암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다가오는 21세기를 의약치료에서 생체치료의 시대로 바꾸고 있다.

'사이토킨(cytokine)'이란 세포의 활성에 관여하는 물질을 지칭한다. 이 용어는 그리스어로 세포를 뜻하는 'kyto(cyto)'와, 움직임이나 운동을 뜻하는 'kiness'를 합하여 만든 복합어다.

우리 몸은 작은 세포를 단위로 하여 구성돼 있다. 이들 세포와 세포가 서로의 기능을 활성하기도 하고 억압하기도 하며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생리현상의 기본틀이다. 이때 세포에서 생산하여 분비하는 물질이 중요한 매개가 된다. 이러한 물질을 통틀어 사이토킨이라 일컫는다.

한편 이러한 물질의 작용이 결국 생리현상의 조절과 관련되므로 이러한 물질을 생리조절물질(Biological Response Modifiers), 또는 줄여서 '비알엠(BRM)'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이 사이토킨들은 호르몬의 일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의 기존 내분비성 호르몬들과 다른 점은 호르몬이 특정 내분비선에서 나와 특정 세포에서 기능하는 반면, 사이토킨은 여러 종류의 세포들이 생산하며 한가지 사이토킨이 여러 세포에서 다양한 기능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세포에서 생산되는 생리조절물질

사이토킨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면역기능의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면역세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세포에서 자신의 기능에 필요한 물질들을 분비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이토킨의 범위는 한없이 넓어지고 있다.

일찍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면역학자 밀러가 T세포의 고향이 흉선이라 지적한 것은 1960년의 일이다. 그후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는 T세포에서 분비되는 액성인자(T-세포치환인자)의 도움이 있어야 항체합성 사업을 원만하게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969년 듀몬데는 T-세포가 분비하는 가용성 단백인자들을 림포킨이라 명명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뒤 단핵세포에서 분비하는 같은 종류의 물질들은 모노킨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 종류의 모노킨이나 림포킨이 한가지 이상의 세포에서 생산되며 여러 다양한 표적세포에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서 이들을 모두 통합, 사이토킨이라 총칭하게 된 것이다.

강력한 세포간 매개체

일반적으로 한 개체의 세포와 조직들은 외부에서 오는 여러가지 자극(항원)에 대하여 유기적 종합적 반응을 나타낸다. 사이토킨은 이때 필요한 세포 상호간의 작용을 매개한다. 조혈작용, 면역반응, 일반적 염증반응 등에 관련된 모든 세포들의 작용을 조절한다. 최근에는 여러 병리학적인 기전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각종 사이토킨의 유전자가 규명됐다. 그들에 대한 특이항체가 작성되고 각종 사이토킨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세포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짐으로써 사람의 면역계에서 사이토킨들이 하는 역할이 규명되었다.

사이토킨은 극히 강력한 세포간의 매개체로서 표적세포의 세포표면에 있는 친화도가 높은 특이적 수용체와 결합하여 작용을 나타낸다. 혈청 중에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대개 일시적으로 생산된다.

사이토킨을 생산하는 mRNA는 그 반감기가 다른 단백질을 생산하는 mRNA에 비해 매우 짧다. 이는 사이토킨의 생산이 매우 엄격하게 조절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사이토킨들은 주로 인접한 세포나 분비한 자신의 세포에만 영향을 주는 두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 일반 내분비 호르몬처럼 멀리 떨어진 세포에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이토킨은 주요 작용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그룹은 자연면역을 매개하는 것들이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고 세균 감염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데 관여한다. 인터페론, 종양괴사 인자, 인터루킨 1과 8, 그리고 최근에 밝혀진 저분자 염증 사이토킨군 등과 같은 염증지향성 사이토킨들이 여기 속한다.

두번째 그룹은 T와 B세포의 활성화 성정분화를 조절하는 작용을 하는 것들로 항원에 의해 자극받은 보조 T세포들에 의해 주로 합성된다. 여기에는 T세포의 성장인자인 인터루킨-4, 림프구들의 반응을 억제하는 변형 성장인자 베타(TGF-B)가 포함된다.

셋째 그룹은 주로 항원에 의해 자극된 보조 및 억제 T세포들에서 생겨나는데,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탐식세포, 호중구, 호산구들을 활성화하고 이들 세포가 T세포의 통제를 받도록 역할한다. 인터페론 감마, 림프독, 인터루킨-5 등이 여기 속한다.

넷째 그룹은 통틀어서 집락자극인자(CSF)라고 하는데 여러 작동세포들과 T세포에서 분비되며 골수세포의 성장을 자극하여 새로운 염증세포들을 보충하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같이 사이토킨은 병원체에 대한 숙주의 방어작용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며 면역반응에 관계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들의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또 림프구들의 성장과 분화에 영향을 주어 면역반응의 성격과 정도를 조절한다.

그러나 과도한 사이토킨의 합성과 필요 이상의 작용은 조직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정도가 심하면 개체의 죽음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최근들어 여러 질환의 발생원인에 사이토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며 특정 사이토킨과 그 억제인자들을 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종양 치료에 있어 사이토킨의 응용은 괄목할 발전을 보이고 있다.

암과 면역반응

최근 면역계 세포에서 생산되는 여러 사이토킨들이 암치료에 응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암이란 국소적인 침윤, 또는 혈액이나 임파를 통한 전이에 의해 무한정 성장하는 능력을 지닌 악성종양을 말한다. 정상세포가 종양세포로 전환될 때는 다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그림1).

종양 형성에 관여하는 암유전자도 약50여종 알려져 있다. 이 암유전자들은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암억제 유전자도 알려져 있다 종양 형성에는 어떤 암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것과 동시에 암억제 유전자가 소실되거나 변이를 일으키는 단계를 가지게 된다.

암이 퍼져나가는 과정은 여러가지 다른 성장조절 분자들과 그 수용체에 의해 조절된다고 생각되는데, 이 수용체 일부는 바로 암유전자 자체기도 하다. 세포의 성장능력뿐 아니라 세포 주위환경도 암의 침윤과 전이에 중요한 요소다. 전이는 암의 성격에 따라 특정기관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종양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이 과정의 어느 단계를 끊어야 효과적으로 암의 성장을 억제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첫걸음이다.

약 1백년전 독일의 브른스와 연구진은 암환자가 세균에 감염된 후에 암의 크기가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 그뒤 미국의 콜리도 그람 음성균의 세포추출물이 어떤 암에서는 억제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얼마동안 이 추출물은 '콜리독소'라고 알려졌다.

이들 세균독소들이 면역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종양의 괴사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또 종양의 성장을 조절하는데 면역계가 중심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려졌다. 1950년대에 인터페론이 항바이러스제제로 개발되고 암치료에 응용되면서 면역계의 역할이 더울 중시되기 시작했다.

암 발생 및 성장이 숙주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은 암환자를 관찰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일차성 면역결핍증 환자에서 암 발생빈도가 높다. 또 신장이식이나 다른 장기이식 수술후 면역억제제를 계속 사용하는 환자에서 암발생, 특히 임파암의 발생빈도가 높다. HIV-1 바이러스에 의한 이차성(후천성) 면역결핍증과 카포시 육종 및 여러 암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다.

한편 드물지만 잘 증명된 암의 자연치유예가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숙주의 면역반응이 주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암 발생 빈도는 아직 면역이 성숙되지 못한 어린이와 면역기능이 쇠잔한 노인에게서 많다. 이상의 임상관찰만으로도 암과 면역과의 관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결국 암은 숙주의 면역반응과 이를 피하려는 암세포의 끊임없는 경쟁관계 속에서 파악돼야 하며 궁극적 치료방법도 이에 기준하여 세워져야 한다. 숙주의 일반적 면역반응을 회복증강시키고 종양항원의 발현을 증폭시켜 종양에 대한 면역이 작동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최근 10년 사이 암의 이해와 치료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우선 하이브리드마 기술(세포융합술)이 개발돼 암세포 특이항원에 대한 단클론 항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DNA재조합 기술로 인터페론과 같은 소량의 단백질을 순수하게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단백질이나 암에 대한 면역기전을 조절하는 물질들을 다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암 형성과 성장, 침윤, 전이에 관여하는 암유전자, 암억제유전자, 그리고 세포접착분자(cell adhesion molecule)들의 구조와 기능이 알려지게 됐다.
 

(그림1) 종양형성의 다단계 과정


암치료에 응용되는 사이토킨

사이토킨은 그 세포성장 조절능력 때문에 암치료제로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0년전까지만 해도 사이토킨 대부분은 각각의 생물학적 기능에 따라 알려졌으며 이들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생물학적 및 임상적 연구가 가능한 만큼 충분한 양을 얻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2) 사이토킨 작용함

 

최근에는 약20여종의 사이토킨 구조가 밝혀졌고 그 보체 핵산도 클론이 되었으며 순수한 재조합단백질들도 임상연구에 이용되게 되었다. 이들 사이토킨은 (표1)과 같이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여러 사이토킨의 생산세포 및 암세포 성장조절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림2)와 (그림3)에 요약돼 있다.

 

(그림3) 종양세포 성장조절에 있어 사치토킨의 역할


암치료에 사이토킨을 이용하려는 주된 이유는 이들이 체내의 자연방어기전에서 생산된 산물이라 인체에 덜 유해하고 임상적 유용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표1)면역계에 작용하는 사이토킨의 공통성격


기능적인 특성에 따라 사이토킨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 사이토킨, 면역조절 사이토킨, 항증식 사이토킨, 조혈성장 인자가 그것이다(표2).
 

(표2) 사이토킨의 기능적 분류


항바이러스 사이토킨은 주로 인터페론으로, 1957년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세포에서 생산된 단백질로 처음 발견됐다. 그 뒤 3가지 종류의 인터페론이 알려졌다. 이들은 생산세포에 따라 백혈구 인터페론(또는 인터페론 알파), 섬유아세포 인터페론(또는 인터페론 베타), 그리고 면역 인터페론(또는 인터페론 감마)으로 불리고 있다.

인터페론은 항바이러스 효과 외에도 항증식작용과 면역 조절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알려진다. 인터페론은 최초로 발견된 사이토킨일 뿐 아니라 암환자에 처음으로 임상시험을 한 물질이다.

특히 인터페론 알파는 섬모백혈병, 악성 임파종, 만성 골수성 백혈병 등 혈액암에 대한 임상반응이 좋으며 약 90%까지의 높은 반응율을 보인다. 이 사이토킨은 현재 백혈병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인터페론 베타와 감마도 알파처럼 항바이러스 및 항증식작용이 있지만 암치료에 단독제제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종양괴사인자도 DNA 및 RNA 바이러스에 대해 항바이러스 기능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독성이 심하여 항암제로 이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면역조절 사이토킨은 여러가지 인터루킨들로 구성돼 있다. 적어도 15가지 인터루킨들이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면역계에 관계하는 세포들의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루킨은 면역계를 활성화함으로써 항암작용을 한다. 인터루킨-2는 T세포와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죽인다. 악성 흑색종과 신장암 환자에서는 인터루킨-2의 투여로 효과를 보고 있다. 다른 여러 면역조절 사이토킨의 간접적 항암기능에 대해서도 현재 연구가 진행중이다.

일부 생리조절물질은 정상세포에는 작용하지 않고 암세포의 성장만을 특이하게 억제한다. 종양괴사인자 알파와 베타는 이 계열에 속하는 첫번째 사이토킨이다. 최근 몇년 사이 이와같은 사이토킨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성장억제 사이토킨들은 서로 상승적으로 작용하며 화학요법제와 상승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여러가지 장점만큼이나 많은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어 암치료에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사이토킨 유전자를 이용한 암치료

그러면 사이토킨을 인체에 어떻게 주입해야 할까. 사이토킨을 인체에 직접 주사하는 경우 사이토킨이 원하는 종양부위에 충분히 도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또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부작용을 낳기도 쉽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정확한 치료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사이토킨을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는 그 유전자를 종양 살해세포나 면역세포에 삽입하여 종양내로 침투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유전자 치료란 개념은 어느 특정 유전자가 상실되거나 기능변화가 있는 세포 속으로 특정 유전자나 핵산조각을 삽입시켜주는 방법이다. 유전자결함의 교정을 위해 개체의 핵산안으로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법은 암뿐 아니고 여러 질환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또 세포의 내재적 치료능력을 항진시키는 데도 이용된다. 림포킨 활성세포(lympokin activated killer cells, LAK cells)나 종양 침윤 임파구는 어느 특정 암세포에만 선택적 살해효과가 있다.

이러한 세포들의 암세포살해능력은 이들 세포에 종양괴사인자나 인터페론, 또는 항암 억제작용이 있는 인터루킨들의 유전자를 삽입해 줌으로써 더욱 항진될 수 있다. 종양 형성도 어느 특정 유전자 소실로 초래될 수 있다. 즉 대장암의 경우 암억제 유전자들이 5, 17, 18번 유전자에서 소실되고 있다. 언젠가는 대장암 치료에 이들 특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법이 시도될 것이다. 최근 조혈세포에 리트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를 표현시키는 시도가 좋은 결론을 얻고 있다.

사이토킨 공학

사이토킨 및 그 수용체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면 암세포내에 접근하여 파괴력을 나타내는 새로운 무기를 제조해낼 수 있다. 이를 '사이토킨 공학(엔지니어링) 이라 한다.

면역독소와 호르몬 독소 : 암치료의 목적은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독성제제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는 부분과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부분을 합친 융합분자(chimeric molecule)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독소를 암세포까지 나르는데 필요한 암세포 인지를 위해서는 암세포 특이항체가 필요하다. 또한 암세포에 과표현돼 있는 수용체에 대한 항체가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될 수 있는 세포독성 물질로는 항암 화학요법제, 식물에서 채취한 독소(ricin, abrin, modeccin, viscumin, gelonin)들, 세균독소(diphtheria, shigella, pseudomonas)등이 있다. 이렇게 제조된 융합분자를 면역독소 또는 호르몬 독소라 부른다.

면역독소를 만드는 이론은 간단하며 대체로 실험실에서는 효능이 있다. 그러나 생체실험에서는 문제점이 많이 발견되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우선 융합분자가 순환기 내에서 안정한가 하는 문제다.

면역독소는 이종단백으로서 인체 내에서는 쉽게 중화항체가 생겨나게 되므로 장기간의 반복투여가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항체와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독소를 쓰도록 해야 한다. 또 표적항원의 표현상태로 볼때 암세포는 여러 다른 성상의 세포들이 모인 것으로 균일한 세포 집단이 아니라는 점도 임상에서 이용할 때의 큰 단점이다.

수용체를 이용한 치료 : 성장인자에 의한 수용체의 활성은 정상세포나 암세포 증식을 위해 모두 필요하다. 많은 인체 암세포들은 수용체의 표현이 항진돼 적은 용량의 성장인자에도 쉽게 반응을 나타낼 수 있게 돼 있다.

세포부착수용체가 아닌 가용수용체를 사용하여 암세포를 자극할 수 있는 인자들을 소실시키는 방법도 암의 증식반응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AIDS 같은 질환은 CD4 수용체의 존재에 극히 의존한다. 그러므로 CD4 수용체의 가용형태를 사용하면 항원이나 바이러스가 가용수용체에 달라붙어 혈관 내를 돌면서 제거되므로 이들이 세포내로 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어떤 사이토킨들은 생체 내에서보다 실험실 내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체에서는 수용체가 순환기내로 떨어져 나가 항원이 표적세포에 도달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환자에서는 가용형태의 종양괴사인자(TNF) 수용체가 혈액 내에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암환자 치료를 위해 우선 가용형태의 수용체를 순환기내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토킨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려면 세포표면 수용체의 표현 항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정 표적세포의 사이토킨 수용체를 증가시키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같이 암 치료에 있어 여러가지 생리조절 물질을 이용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여러 사이토킨들과 그 수용체, 또 이들에 대한 특이항체들이 직접 또는 면역계를 이용한 간접적 방법으로 암세포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연구되고 있다. 대부분 이런 방법들은 분자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유전자들이 암 형성에 관여되고 있음이 알려지고 있으므로 그래도 유전자의 변화가 아직 적은 수준인 조기암의 진단이 역시 치료에 중요한것 같다. 앞으로는 분자수준에서의 더욱 예민한 검사법이 개발돼야 암의 진단과 치료에 기여도가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치료의 개념은 화학적 제조에 의한 약품을 처방하고 주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의 의학은 여러 사이토킨의 개발과 응용에 기초를 둔 생체치료(바이오 치료)로 바뀌게 될 것이 분명하다.

199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정태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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