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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사람의 여섯 번째 감각 후보는?

‘식스센스’급 반전인가, 비과학인가






기계적인 감각은 촉각이나 통증, 압력, 진동 등 아주 미세한 물리적인 자극을 감지해 신체 각 부위가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감각이다. 단순히 물체의 질감이나 누르는 힘의 세기, 아픔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움직이는 방향이나 진동, 평형 상태 등을 감지한다.

온 몸에 퍼져 있는 기계적인 감각을 통해 눈앞에 있는 물체를 본 뒤 눈을 가리고 그 물체를 잡는다거나, 컵에 든 우유를 마실 때 손에 힘은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 입까지 가져오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누구나 다 지니고 있으며 당연하다고 느낄 만한 감각이지만, 놀랍게도 최근에서야 정체가 자세히 밝혀졌다.

기계적 감각기관은 각 부위의 위치와 자세, 움직이는 방향과 힘의 세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뇌에 전달한다. 반대로 우리가 행동할 때 근육이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정도, 뼈가 움직이는 방향과 각도 등을 조절한다. 보이지 않는 움직임에도 필요하다. 폐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정도, 혈압의 높낮음, 심지어는 세포의 부피 조절이나 이온 농도 조절에도 기계적인 감각이 필수다.

최근에는 기계적 감각과 관련한 유전자도 처음으로 발견됐다. 지난 7월 오우택 서울대 약학과 교수팀은 근육의 감각 신경에서 기계적 자 극에 따라 여닫히는 이온채널(기계채널) ‘텐토닌3’의 유전자를 근방추에서 최초로 발견했다(DOI: 10.1016/j.neuron.2016.05.029).

근방추는 기계채널 덕분에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 이완하는 것을 방지하고 동작마다 어떤 근육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관절이 어디에 있는지 무의식 중에 알려준다. 덕분에 우리가 눈으로 근육과 관절의 위치를 알지 못해도 원하는 대로 자세를 취하거나 마음대로 움직이면서도 다치지 않는 것이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나에게도 초능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상에 놓여진 물체를 끌어당기려고 온 몸의 기를 모으거나, 멀쩡한 숟가락을 구부려봤을 것이다.

흔히 여섯 번째 감각이라고 하면 영화에서처럼 귀신을 보거나, 피해자의 물건만 보고도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과거 유명했던 초능력자 유리 겔라처럼 숟가락을 구 부리는 등의 능력을 상상한다. 하지만 유리 겔라도 몇 년 지나지 않아 간단한 트릭을 이용했음이 드러났다. 이 사실을 알아낸 것은 캐나다 마 술사 제임스 랜디였다.

랜디는 여러 과학자와 함께 초능력주장 조사위원회를 열고 초자연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나 초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정말 그런지 과학적으로 따졌다. 랜디는 ‘눈속임이 아닌 진짜 초능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를 주겠다’며 상금을 걸었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초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났다. 아직까지 랜디에게 상금을 딴 사람은없다.

1930년대 미국 듀크대에서 초심리학을 연구했던 조세프 라인 교수 역시 투시력과 텔레파시, 염력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애썼다. 그는 시각이나 청각, 촉각정보 외에 또 다른 자극이 뇌로 전해질 거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초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카드 맞히기’ 실험을 한 결과, 카드를 맞히는 건 능력이 아니라 단순한 확률일 뿐이라고 저서 ‘초감각적 지각’에서 밝혔다.
 



 


왠지 오늘은 새 구두를 신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낡은 운동화를 신었는데, 일기예보에 나오지 않은 소나기가 내렸고 온통 진흙투성인 길을 몇 십 분이나 걸어야 했다. 이렇게 나에게 일어날 일을 예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는 미래를 아주 잘 맞힌다는 점쟁이가 내 얼굴을 보더니 ‘물가로 가면 길할 상’이라고 말했는데, 한강 근처로 이사를 가자 일이 술술 잘 풀린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본능적으로 느끼는 직감이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은 정말로 존재할까.

몸과 정신 사이에 어떤 상호작용이 있는지 연구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줄리아 모스브릿지 박사는 2014년 3월, 인체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지과학의 프론티어 저널’에 실었다(doi: 10.3389/fnhum.2014.00146). 모스브릿지 박사는 자신이 생각한 개념을 ‘졸졸 흐르는 시냇물 한가운데 막대를 꽂는 것’에 비유했다. 누구나 물이 일정하게 흐르듯이 일상을 살아가는데, 막대를 만나면 그 직전에 물길이 막혀 막대를 휘감는 듯한 물결이 생기듯이 예측 불가능한 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이용된 한 연구를 보자. 실험참가자들에게 지극히 평범한 사진들을 보여줬다. 그런데 실험 중간에 갑자기 무서운 사진이 툭 튀어나온다. 사진은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연구팀조차도 다음에 어떤 사진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영상을 보는 동안 실시간으로 심장박동수를 재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무서운 장면이 나타나기 약 10초 전에 전대상피질(ACC)이 활성화됐다. 이 부위는 무엇인가 집중하거나 충동적으로 내리는 결정을 담당한다. 모스브릿지 박사는 “전대상피질은 가까운 미래에 또는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직감한다”면서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경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술에 잔뜩 취한 사람이 그날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해도 집까지 잘 찾아오고, 지도를 쥐어줘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잘 못 찾아가는 ‘길치’라도 낯선 곳에서부터 집은 잘 찾아온다. 어쩌면 물고기나 새처럼 사람도 자기장을 이용한 귀소본능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눈에는 새와 비슷하게 크립토크롬이 들어 있어서 자기장을 느낄 수 있다(doi:10.1038/ncomms1364). 그렇다면 이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과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지난 6월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지리 및 행성학과 조세프 커슈빙크 교수가 영국왕립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doi: 10.1126/science.aaf5803). 커슈빙크 교수는 알루미늄 벽에 코일을 넣어 인위적으로 자기장을 걸 수 있는 방 안에서 사람이 자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방 전체에서 자기장이 시계방향으로 돌 때 뇌파 중 알파파의 진동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사람이 자기장을 느끼는 원리와 자기장 정보를 대뇌까지 전달하는 원리를 구체적으로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가끔은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알 때가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 문득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예사롭지 않은 감정이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가 나를 쏘아보는 듯한 따끔한 느낌에 돌아보면 실제로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짜릿짜릿한 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10월 미국 UC데이비스 의대 민 자오 교수팀은 전기장에 주목했다. 그는 컴퓨터나 텔레비전처럼 전자파가 나오는 가전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했을 때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 외부의 전기장에 몸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의 살아 있는 세포가 외부의 미세한 전류를 감지할 수 있는지 실험으로 알아봤다. 세포 주변에 전기장을 만들었더니 세포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연구팀은 세포막에 있는 칼륨이온 채널이 열리면서 세포 내 칼륨 농도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doi: 10.1038/ncomms9532).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과학은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어쩌면 사람의 감각은 다섯 개가 아니라 여섯 개, 아니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러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감각이 있다는 가정 하에 동물에게만 있는 능력이나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미래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감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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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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