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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10 모리구치 유코는 홀몸으로 어린 딸을 키우는 중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수영장에서 죽어있는 딸을 발견한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짓지만 유코는 자신의 반 학생으로부터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된다.

또 다른 자기 반 학생인 슈야와 나오키가 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다. 유코는 아침 조회 시간에 반 학생들에게 한 가지 고백을 한다. “내 딸을 죽인 두 사람의 우유엔 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넣었다”라고. 교내 과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을 만큼 똑똑한 학생인 슈야, 다정한 성격으로 주변에 친구들이 많던 나오키는 순식간에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한다. 과연 유코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딸을 잃은 유코는 딸을 죽인 범인의 우유에 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넣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이죠. 하지만 그의 거짓말이 가져온 후폭풍은 아주 컸습니다. 나오키는 등교를 거부하며 씻지도 먹지도 않고 집안의 모든 물건을 씻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고, 슈야는 아이들로부터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아이들의 따돌림은 도를 넘어설 정도로 잔인해졌고요. 그의 복수는 성공한 셈입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 유코가 우유에 에이즈 환자의 혈액을 넣었다면, 여전히 그의 복수는 성공적이었을까요?

HIV는 과연 며칠까지 살 수 있을까

에이즈(AIDS) 환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면역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환자를 말합니다. 이들의 혈액에는 HIV가 포함돼 있죠.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그렇듯이 HIV 역시 숙주의 몸 밖에 나오면 오랫동안 살지 못합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HIV는 공기에 노출되면 24시간 안에 90~99%가 활동성을 잃습니다. 노르웨이 대중보건연구소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혈액을 건조시킨 경우 HIV는 18분에서 최대 43분까지 살아남았습니다(doi : 10.1002/jmv.1890350402). 만약 몸 밖으로 나온 HIV가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면 에이즈 환자와 악수를 하거나 일상적인 접촉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이 있겠죠.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접촉으로 감염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혈액을 실험실에서 적정 온도로 잘 보관한다면, HIV는 꽤 오랫동안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혈액이 말라붙지 않는 상황이라면 실온(20~30°C)에서 15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유코는 과학실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었으니, 이 정도의 관리는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쉬웠을 겁니다.

왜 하필이면 우유입니까…!

활동성이 있는 HIV가 포함된 혈액을 우유에 넣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합시다. 과연 학생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까요. 우유는 극성을 띠는 물에 무극성인 지방과 단백질이 섞여 있는 콜로이드 용액입니다. 때문에 극성 물질과는 잘 섞이지 않습니다. 우유에 물을 넣어 보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죠. 혈액은 나트륨 이온과 칼륨 이온 등이 많이 함유된 극성 물질입니다. 이 둘이 만나면 제대로 섞이지 않고, 무극성 물질들끼리 뭉쳐 덩어리질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두 학생 중에 한 명이라도 우유의 상태를 확인했거나, 마시면서 덩어리를 느꼈다면 유코의 복수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우유를 마셨다고 하더라도, 유코의 복수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바로 우유의 pH 때문입니다. HIV는 온도보다 산성도에 더 민감한 바이러스입니다. 노르웨이 대중보건연구소 연구팀의 실험 결과, HIV가 활동하는 데 가장 적합한 pH는 7.1로 pH가 6.8 이하가 되거나 7.5 이상이 되면 활동성을 가진HIV 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일반적인 우유의 pH는 6.5~6.7입니다. 더구나 영화에서 보여준 우유갑은 붉은 색이었습니다. 딸기 우유였을 가능성도 있죠. 딸기의 pH는 3.1이기 때문에 딸기 우유의 pH는 일반 우유보다 더 낮습니다. 유코의 복수가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더 낮아졌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