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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다른 이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까


 
탐정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가진 주인공이 ‘아마 범인은 이러이러한 사람일 것’, ‘이런 과거, 이런 생각과 느낌 때문에 이런 행동을 저지른 것’이라고 자신 있게 결론을 내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오래된 부부는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음을 읽는다.

입장을 바꾸고, 감정을 함께 느끼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조망수용’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사소한 일로 버럭 화를 냈을 때 왜 저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날따라 아침부터 운이 나빠서 버스와 지하철을 연달아 놓치고 지나가다가 새똥에 맞은데다가 그 후 상사로부터 크게 혼났다는 상황을 알게 된다면, ‘아 원래 화가 나 있었구나’라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망수용은 때로는 나와 상당히 다를 수 있는 타인의 상황을 고려해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4살 미만 아이들은 나와 타인의 경험이 다르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조망수용도 어렵다. 물론 성인에게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내가 그랬으니까 이 사람도 이렇겠지’라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남의 경험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인은 ‘아차, 저 사람은 나와 다를 수 있지’라는 수정 과정을 거친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4, Vol. 87, 327-339).

두 번째는 ‘공감’이다.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함께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 문에 손을 꽝 부딪히는 장면을 보았을 때 내 손이 아픈 것처럼 찌푸려지고, 서럽게 우는 사람을 보고 울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등이 그 예다.

다른 사람이 창피를 당하거나 오글거리는 행동을 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 내가 그 창피와 당혹함을 고스란히 느끼는 ‘공감성 당혹감’도 있다. 이런 공감은 타인의 신체적 고통,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뿐만 아니라 수치심과 당혹감 같은 사회적인 고통까지 아우른다(PLoS One, Apr 2011, 13;6(4):e18675).

이윤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협상 과정에서 조망수용과 공감 중 어떤 걸 더 잘하는 사람이 더 높은 이윤을 얻을까? 답은 조망수용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망수용을 잘 하는 사람은 상대의 상황을 잘 판단해서 줄다리기에서 우위를 차지하지만차지하지만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은 협상 상대의 고통을 함께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Vol. 39, Jan 2013, No. 1, 3-16).

공감은 마음으로만 하는 것?
그렇다면 공감은 마음으로만 하는 걸까, 머리로도 할 수 있는 걸까. 예를 들어 주변 사람이 다쳤을 때에는 타인의 감정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공감들도 있기 마련이다. 나와 성별이나 인종이 다른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은 비교적 덜 반사적이고,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감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달콤씁쓸, 시원섭섭처럼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를 함께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상황에 대한 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세심하게 관찰할 때에만 당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의식적으로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감을 잘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pr 2016, 111). 평소에 고차원적인 생각을 잘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 잘 맞힌다는 주장이다. 또한 직관적으로 생각할 때보다 의식적으로 열심히 생각할 때 상대의 감정을 더 잘 맞힌다고 한다. 조망수용뿐만 아니라 공감도 의식적인 노력과 생각에서 온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 감정을 헤아리거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면, 이번 기회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보자.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 일러스트

    더미
  • 에디터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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