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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세균, 콜레라 그리고 물고기들

과학기자의 괴담 해부 ➊



15년 만에 나타난 콜레라 때문에 해산물 먹기가 망설여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익혀도 소용없다’ , ‘바다 생선이 더 위험하다’는 식의 괴이한 소문도 난무하는데요. 얼마나 맞는지 짚어봤습니다.
 


바다 생선을 먹으면 위험하다?

이번 콜레라의 원인이 오염된 바닷물인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는 최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이 검출됐고, 유전자 분석 결과 지금까지 발생한 콜레라 환자 네 명 중 세 명의 균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바닷물이 콜레라균에 오염됐다는 사실이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폭염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6℃ 이상 올라 30℃를 오르내리면서 콜레라균이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었다는 추측입니다(참고로 콜레라균 성장에 최적 온도는 23~37℃ 입니다). 심지어 콜레라균은 바닷물과 같이 염분 농도가 높은 상태를 좋아하는 호염성 세균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오염된 바다가 극히 일부라는 사실입니다. 거제 앞바다를 제외한 661개 해역에서는 콜레라균이 검출되지 않았거든요. 따라서 바다 생선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건 괴담에 가깝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해안에서 잡은 생선은 회든 익혀서든 드셔도 됩니다. 어디서 잡았는지만 확인하세요.



아가미는 익혀도 소용없다?

콜레라균이 끈질기긴 합니다. 냉장 온도에서도 60일간 생존할 수 있고, 냉장 보관 중인 생선에서는 2주간
살아남으며, 영하 30℃에서도 완전히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56℃ 이상에서
15분간 가열하면 곧바로 죽습니다.

익혀도 소용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아가미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콜레라균이 묻어 있는 플랑크톤이 생선의 아가미 부분에 직접 닿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아가미는 세균감염에 취약합니다.

열대어 키우는 분들은 ‘아가미병’에 대해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익혀도 소용없다는 말은 도저히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콜레라균이 만드는 독소가 생선에남아 있으면 열로 콜레라균을 죽여도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대부분의 단백질은 고온에서 변성되므로 이마저도 근거가 부족합니다.

사망률이 50%?

콜레라 독소는 소장 점막의 세포를 파괴해 대량의 물과 이온을 방출하게 합니다. 그 결과 심한 설사와 탈수증이 일어나죠. 콜레라균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번에 발병한 ‘엘 토르(El Tor)’형은 일반적인 원인균(Classic형)보다 증상이 가볍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의 25~50%에서 치명적일 수 있지만, 수액주사 등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경우엔 사망률이 1%도 채 안 됩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콜레라균이 몸 안으로 들어와도 위장에서 일차적으로 죽고, 나머지는 면역력으로 이겨내기 때문에 사망률 50%는 과장된 숫자입니다. 하지만 제산제를 장기간 먹었거나, 위 수술을 받아서 위산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브리오 패혈증균과 장염 비브리오균도 있는데요. 패혈증균은 치사율이 50%가 넘습니다.

돼지콜레라와 관련 있다?

마침 제주에서도 지난 6월, 18년 만에 돼지콜레라가 발생해 거제에 발생한 콜레라와 혼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질병입니다. 돼지콜레라의 정식명칭은 ‘돼지열병’으로 콜레라균 같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됩니다.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 옮지 않고, 구제역과 달리 우제류(발굽이 2개로 갈라진 동물)에게도 전염되지 않습니다.
 
공중화장실에서 옮는다?

아주 드물게는 환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해 옮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01년에 콜레라에 걸린 요리사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오염된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해 142명이 콜레라에 걸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균 배출기간이 대개 2~3일 정도로 짧고, 콜레라균에 감염되려면 체내에 1억 ~ 1000억 개에 이르는 많은 균이 쌓여야하기 때문에 접촉에 의한 감염이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손을 씻고, 칼과 도마 등을 조리도구를 통한 교차 오염을 조심하면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기타

    [참고]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 일러스트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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