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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돼 보실래요?

융·복합×DGIST ➋ 사이버×물리


 

“2006년경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연구자들이 모여,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도전적인 연구를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때 컴퓨터 분야에서 미래의 중요한 도전과제 중 하나로 꼽힌 게 사이버물리시스템입니다.”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펠로우(왼쪽 사진)는 이때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이버물리시스템 연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은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세상과 사이버 세상을 연결시키는 작업으로, 사물인터넷(IoT)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여름날 집에 도착하기 전에 에어컨을 켜는 등 인간의 명령에 따라 물건이 작동되는 것이 사물인터넷이라면, 사이버물리시스템은 보다 능동적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은 주인이 탄 무인자동차의 위치를 파악해 도착할 때 쯤 스스로 에어컨을 켜는 등 자체적인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더 커진 권한, 더 편한 삶

사물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물리적인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로봇 청소기를 떠올려보자. 주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청소기는 명령 받은 장소에 가서 청소를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이버물리시스템을 적용한 로봇청소기는 자신이 청소를 하려는 장소의 문턱과 장애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집에 강아지가 있다면, 강아지가 털이 많이 날린다는 물리적 특성을 인지할 수 있어야 강아지 주변을 청소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사물을 연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되고, 현실의 물리적 특성을 사이버 세상에 그대로 구현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손상혁 펠로우가 최근에 연구 중인 분야는 스마트 자동차(오른쪽 사진)와 스마트 홈이다. 스마트 자동차를 활용해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가 소통하면서 인간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츠가 지난 2014년 실시한 화물트럭 20대의 자율주행이 좋은 예다. 화물트럭은 속도를 바꿀 때 일반차보다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하는데, 스마트 자동차를 활용해 트럭 사이 간격을 1m까지 줄인 뒤 고속주행을 하면 연료를 10% 가량 아낄 수 있다. 손 펠로우는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를 스마트 자동차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주행하게 하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스마트 홈은 활용 범위가 보다 다양하다. 우리가 생활하는 집은 이미 센서의 천국이다. 이런 센서를 활용해 사람의 식습관, 수면 시간 등을 파악해 생활습관 맞춤형 스마트 홈을 개발할 수 있고,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추가해 혼자 사는 사람의 건강을 24시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손 펠로우는 “이상한 나라에 처음 떨어진 앨리스가 마주했던 것처럼, 주변의 사물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하지만 권한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커진다.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스마트 홈을 해킹해, 주인이 없을 때를 틈타 에어컨을 잔뜩 틀어 전기료 폭탄을 맞는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DGIST 고신뢰 사이버물리시스템 연구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연구 중이다. 외부의 악의적인 해킹을 막기 위해 외부에서 오는 이상한 신호를 재빨리 감지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주인이 없을 때도 에어컨이 계속 돌아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시스템이 있다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물리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최소한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그대로 멈췄다가는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럴 때는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고신뢰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학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신뢰도 100% 시스템은 없습니다. 윤리적으로 고민해야 될 문제가 생길 수 있죠. 때문에 사이버물리시스템이 우리 삶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 사진

    이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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