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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슈퍼컴과 친해진 일주일

KISTI 연구실 탐방 ➍ Part 2


한 달 내내 이어진 폭염의 전주곡 같았다. 8월 1일, 울산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하지만 울산역 플랫폼에서 만난 몇몇 학생들의 표정은 설레고 들뜬 모습이었다. ‘젊음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잠시 후, 그들이 무엇 때문에 설렜는지 알 수 있었다.


UNIST
경동홀에서 한 무리의 학생을 만났다. 전국에서 선발된 24개 고등학교 소속 72명의 학생들로, 2016 국가슈퍼컴퓨팅 청소년캠프 참가자들이었다. 서로 처음 만난 사이다 보니, 기차역에서 보였던 들뜬 표정보다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부담을 내려놓고 슈퍼컴의 매력에 빠져 즐기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눈빛은 다시 호기심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첫 시간부터 직접 슈퍼컴퓨터를 만져보고 조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슈퍼컴퓨터는 머릿속에 있는 슈퍼컴퓨터의 이미지와 달리, 높이와 너비가 어른 손 하나 정도 되는 작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성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중앙처리장치(CPU)만 16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768개나 됐다. 이 컴퓨터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처음 개발한 ‘베오울프형’ 슈퍼컴퓨터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리눅스 기반 슈퍼컴퓨터의 시초로, 여러 대의 컴퓨터를 클러스터로 묶어 작동한다. 이승민 KISTI 선임연구원은 “슈퍼컴퓨터가 이미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쓰이고 있는데, 학생들이 너무 멀고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며 “직접 만들어보면 좀 더 쉽게,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안내에 따라 미니 슈퍼컴퓨터를 조립한 학생들은 본체에 마우스와 모니터, 키보드 등 각자의 입출력 장치를 연결한 뒤 어렵지 않게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본체 한 대에모니터 세 대를 연결해 각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이 제법 슈퍼컴퓨터다웠다.


슈퍼컴퓨터에 ‘접속’

캠프에 참가한 학생 가운데 슈퍼컴퓨터를 직접 다뤄 본 학생은 없었다. 대부분 일반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였다. 슈퍼컴퓨터에는 문외한이었다.

KISTI 소속 연구원들이 슈퍼컴퓨터의 하드웨어부터 운영체제를 작동하는 방식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쳐 줬다. 학생들은 명령어 사용법에서 압축파일을 만들고 폴더를 이동하는 방법까지 기초를 배웠다.

슈퍼컴퓨터가 실생활과 과학 연구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배웠다. 고영일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의학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했다. 이미지를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영상의학 및 임상병리학 분야에서는 질병에 의해 나타나는 이미지 패턴을 슈퍼컴퓨터에 학습시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 교수는 “컴퓨터가 대다수의 영상의학 및 임상병리과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김천고에서 캠프에 참가한 심국용, 박정환, 송정현 학생은 “미래에 직업을 갖게 됐을 때 슈퍼컴퓨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올해 세계 과학계의 화제였던 ‘중력파 발견’ 연구에 참여한 강궁원 KISTI 책임연구원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연구에 슈퍼컴퓨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했다. 학생들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되는 현상인‘아인슈타인의 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직접 계산하고 시각화해보기도 했다.


슈퍼컴으로 ‘플레이’

슈퍼컴퓨터에 익숙해지자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모아 팀별로 하나씩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아이디어를 짜냈고, 그걸 서로에게 발표했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 염승우, 유주원, 김준호 학생은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최적의 방법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들은 최근 ‘포켓몬 고’ 게임을 하기 위해 속초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속초행 대중교통이 매진됐다는 언론 보도에서 서비스를 착안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가는 데이터를 수집한 뒤, 평상시 교통수단 사용량과 인구이동 추이를 슈퍼컴퓨터로 계산해 최적의 이동방법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민족사관고 장유진, 김나영, 이제언 학생은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을 서해상에서 막을 수 있도록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한반도 주변 기류상황을 분석해 중국발 미세먼지의 흐름을 미리 예측한 뒤, 이에 맞춰 서해에 물을 뿌려 대기 중의 먼지를 걷어낸다.

이 두 팀의 아이디어는 참가자들의 투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종합 성적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어 대상을 받았다. 이번 행사 준비와 진행을 담당한 염민선 KISTI슈퍼컴퓨팅본부 책임연구원은 “모든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노력하고, 결국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슈퍼컴퓨터 경험이 앞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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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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