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으로 칫솔과 치약을 선택하는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연령별로 치아상태별로 각기 다른 용품을 골라야 한다.
구강내에서 발생하는 질환들이 7백여종이나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발생되는 질병이 치아우식(충치)과 치주병(잇몸병 또는 풍치)이다.
치아우식은 우리가 먹는 음식중의 당성분○ 치아에 붙어서 입안의 세균과 합해져 발효되면서 산이 만들어지고, 이런 산이 치아표면의 칼슘성분을 탈회(脫灰)시키는 과정이다. 치주병도 음식물 미세 찌꺼기에 세균이 붙어서 치아표면에 세균덩어리의 끈적끈적한 얇은 막을 형성하고 여기서 독소를 내어 잇몸을 해치는 질환이다. 따라서 치주병에 걸리면 세균덩어리의 얇은 막이 입안의 침속에 있는 칼슘성분을 흡수, 마치 돌(치석)처럼 딱딱하게 치면에 붙어서 잇몸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잇몸이 붓고 자주 피가 나며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구강내 미세 음식물찌꺼기와 세균이 합쳐서 생긴 끈끈한 막을 치면세균막(플라크)이라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은 후 치면세균막을 잘 닦아내기만 한다면, 치아우식(충치)과 치주병(잇몸병)은 걸리지 않는다. 치면세균막을 잘 닦아내는 수단을 이닦기라 하는데 이를 닦을 때 쓰는 용품으로는 칫솔(잇솔) 치약(세치제) 그리고 보조구강위생용품들이 있다. 국내에도 여러 회사에서 제조한 칫솔이 1백여종 생산되고 있고 치약도 30여종이 넘으며, 요새는 많은 제품이 외국으로부터 수입돼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어떠한 것을 사용해야 좋을지, 어떠한 제품이 자신의 구강상태에 알맞는지 잘 선택하기가 어렵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권장할만한 구강위생용품과 그 근거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손잡이는 직선형이어야
먼저 칫솔의 경우 손잡이가 직선형이거나 앞쪽으로 약간 구부러진 형태가 권장된다. 또 칫솔모단의 모양이 수평이고 중등도의 강도를 가진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칫솔머리부분의 측면길이는 어금니 치아를 2, 3개 덮을 수 있는 길이면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는 칫솔들의 대부분은 머리부분이 너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이러한 기준범위 내에 들어가는 제품들도 더러 있다.
칫솔모는 3열이 이상적
칫솔머리의 모양은 일반적인 권장 이닦기법인 회전법으로 닦을 때 효율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즉 칫솔모단의 모양이 수평이고, 위에서 보아 칫솔머리 전체모양이 모가 약간 둥근 형태의 직사각형이면 좋다. 또 칫솔모의 종열 다발수는 3열 정도가 이상적이다. 손잡이의 형태는 단면이 둥근 것이나 막대형(정사각형)보다는 넓적한 판형이 편리하며, 엄지손가락이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시킬 수 있는 고정점이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울러 손잡이의 길이도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에게 권장하는 이닦기방법은 회전법인데 이는 칫솔의 목부위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칫솔을 잡은 뒤 잇몸 깊숙이 칫솔을 위치시켰다가 치아의 씹는 면을 향해 손목을 돌리면서 쓸어주는 방법을 말한다. 이때 앞니의 안쪽은 칫솔을 곧바로 넣었다가 입 안쪽에서 입 밖으로 큰 원을 그려내듯이 쓸어주며 어금니의 씹는 면은 앞뒤로 왕복운동하면서 닦아 준다.
치약이라고 흔히 말하는 세치제는 치아를 닦을때 쓰는 보조용품으로 의약품이 아닌 의약부외품에 속한다. 치약은 주로 세마도에 따라 분류되는데 세마도는 실제로 치약 선택의 기준이 된다. 구강이 불결하거나 이를 잘 닦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세마도를 가진 치약이 권장되고, 이를 하루에 평균 3회 이상 닦거나 찬 물과 찬 바람만 불어도 치아가 많이 시린 사람은 약한 세마도를 가진 치약을 선택해야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충치예방제인 불소가 함유된 어린이용 치약으로 이를 닦는 것이 좋다. 또한 성인들중 잇몸이 잘 붓고 피가 자주 나는 잇몸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치은염 완화효과를 나타내는 염이나 비타민 또는 치은염완화제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치약선택의 기준은 세마도
치과병원에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이 일반인들과 다소 구강상태가 다르다. 이들은 대개 특수한 구강상태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닦는 방법이나 칫솔 및 보조구강위생욤품들도 특수한 것을 사용함으로써 이닦기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먼저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는 한줄모나 두줄모의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칫솔을 잇몸병이 있는 치아와 잇몸경계부에서 잇몸 속 깊이 넣고 전후방향으로 짧은 진동을 주면서 치솔을 떨면, 잇몸마사지도 되면서 치아와 잇몸사이 경계부의 치면세균막들이 잘 제거돼 잇몸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상당히 피가 많이 나오나 며칠 계속하면 잇몸이 단단해지고 피도 나지 않으며 부은 잇몸도 가라앉게 된다. 한두달 후 잇몸의 염증상태가 가라앉으면 이닦기 방법을 일반인에게 권장되는 방법인 회전법으로 바꿔야 한다. 물론 이때는 3줄이나 4줄모의 중등도 강도를 가진 정상칫솔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칫실이나 치간칫솔 또는 잇몸마사저 고무팁 등 보조구강위생용품들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요즘 많은 청소년들이 치열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치열교정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도 쉽지 않지만 기간도 수년씩 걸리며 입안에 복잡한 장치를 부착하고 있어 위생관리를 하기 힘들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수년 후 치료가 다 끝났을 때 교정장치를 떼고나면 흰색이나 암갈색의 충치가 생겨있어서 오히려 교정치료를 받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경우도 생긴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정장치를 부착한 사람들은 더욱 신경써서 구강위생관리에 힘써야 한다. 고정성 교정장치를 가진 어린이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고안된 칫솔은 가운데 칫솔모가 짧아서 횡단면이 오목한(凹) 모양으로 돼 있다.
교정장치가 부착된 치아의 위아래에서 45º방향으로 교정용 칫솔을 대고 양옆 치솔모를 이용해 짧은 진동을 줌으로써 교정장치 주위를 깨끗이 닦는다. 물론 치아의 안쪽이나 씹는 면 등 교정장치가 부착돼 있지 않은 부위는 회전법으로 닦으면 된다. 이러한 교정환자들은 보조구강위생용품인 치간칫솔을 사용함으로써 치아와 치아 사이, 교정장치 사이를 철저히 닦아야 하며, 치과에 가서 정기적으로 불소를 치아에 바르고 충치가 생길만한 틈을 미리 막아주는 치면열구전색과 같은 예방치과시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6세 미만의 유아들은 회전법으로 이를 닦기에 아직 미숙한 나이다. 그러므로 미취학 어린이들에게는 머리모양이 약간 둥글고 크기가 작은 칫솔이 권장된다. 어린이들이 아래 윗니를 지긋이 다물고, 계속되는 원을 그리면서 치열의 바깥쪽을 닦도록 잘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치아의 씹는 면은 칫솔을 앞뒤로 왕복운동하며 닦고, 치아의 안쪽은 가끔씩 부모가 닦아줘야 한다. 이러한 교습을 위한 유아용 치솔이 따로 고안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은 후에는 유치의 앞니 사이나 어금니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부모가 치실을 사용해 깨끗이 제거해줘야 한다.
입냄새가 많이 나면···
장년층이나 노년층중에는 가공의치나 의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공의치를 입안에 여러 군데 갖고 있는 사람은 칫솔머리부분의 단면이 요철형인 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가공의치 밑부분이나 자신의 본래치아와 가공의치 사이부분을 잘 닦기 위해서는 단면이 요철형으로 생긴 칫솔을 치아에 직각방향으로 대고 짧은 진동을 줘야 한다. 이러한 사람은 치간칫솔이나 치실 치실고리 등 여러가지 보조구강위생용품들을 사용, 가끔씩 치아주위를 깨끗이 해야 한다. 의치는 부분틀니와 전체틀니가 있는데, 부분틀니환자는 부분틀니용 칫솔을, 전체틀니환자는 전체틀니용 칫솔을 사용해야만 효과적으로 위생관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입안에서 심한 입냄새가 나는 경우 대개 치아에 남은 음식물찌꺼기에 구강내 세균들이 붙어 부패하는 과정에서 생긴 냄새가 그 원인이다. 또 음식물찌꺼기나 세균이 침속에 있는 칼슘성분을 흡수, 마치 돌같은 치석을 형성할 때 생긴 냄새이기 십상이다. 아울러 위장병이나 간질환 등 전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입냄새가 많이 나므로 입냄새가 심하면 치과의사와 내과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입냄새가 많이 날 경우 구강양치액을 사용하면 상당히 효과적이나 양치용액을 장기간 사용시 구강내 항상 살고있는 세균들의 균형을 깨버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잇몸질환이 있거나 입냄새가 많이 날 때 2주 정도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구강위생용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많이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뚜렷한 기준없이 개발되고 대중광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소개돼 왔다. 심지어는 특수환자용으로 개발된 제품들이 일반인용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구강건강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자신에게 보다 적합한 용품들을 선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 제조회사들도 구강보건학적 측면에서 타당한 기준을 가지고 보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며, 치과의사들도 각 개인에게 적절한 구강위생용품을 선정해주고 권장해주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모두가 국민들의 구강위생관리를 깨끗이 하고, 구강건강을 더욱 향상시키자고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