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도는 백령도, 대청도와 함께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이다. 백령도와 대청도의 유명세에 가려 소청도를 찾는 관광객은 뜸한 편이다. 그러나 섬 동쪽 해안에는 마치 바위에 하얗게 분칠을 한듯해서 ‘분바위’라고 불리는 대리석 기둥들이 해안선을 따라 병풍을 두른 듯 위용을 드러내며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사람만한 것부터 집채만한 크기에 이르는 다양한 분바위가 뒤엉킨 군집은 마치 그 모습이 산과 같다. 곳에 따라서는 중세 교회의 첨탑을 연상케 하는 뾰족한 암주(巖柱)가 하늘 높이 솟구쳐 있어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면 소청도 해안가 분바위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실제로 만져도 보송보송해 영락없이 분가루를 뭉친 듯한 분바위는 마그마가 관입되면서 석회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된 대리석이다. 변성을 적게 받은 곳에는 대리석 사이로 회색의 석회암이 남아 있기도 하다. 석회암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석회암이 변성된 대리석도 물에 쉽게 녹는다. 분바위는 물에 잘 녹는 석회질의 대리석이 오랜 세월에 걸쳐 해풍과 파도, 빗물 등에 의해 침식을 받아 깎여나가 형성된 것이다.
지표에 노출된 대리석이나 석회암은 경사지에서 빗물이 흘러내리면 조직이 약한 틈을 따라 석회질 성분이 집중적으로 녹아나가고 뾰족한 모양의 암주나 능(陵) 모양으로 불규칙한 돌출부가 남게 된다. 석회암 지대에 나타나는 이런 침식 잔류 지형을 지형학 용어로는 ‘라피에’(lapies) 또는 ‘카렌’(karren)이라고 한다. 공동묘지의 비석처럼 무리를 이루면서 솟아있는 경우도 있어 ‘묘석 지형’이라고도 한다.
분바위의 대리석에서 석회질의 탄산칼슘은 물에 녹아나간 반면 불순물은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표면이 거칠면서도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대리석을 밟고 올라가 석회암을 가까이서 관찰하면 일반적인 석회암과는 달리 표면에 물결 모양의 얇은 띠가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는 퇴적 구조를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에 한반도 최초의 생명체의 비밀이 숨어 있다.
마치 나뭇잎이 촘촘히 쌓인 것과 같은 층리를 이루는 이런 퇴적 구조를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고 하는데, 그리스어로 ‘바위 침대’를 뜻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바다에 사는 원시 단세포인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가 성장할 때 신진 대사를 통해 퇴적물을 포획해 고정시키거나 탄산염의 침전 작용에 의해 암석으로 변한 것으로 퇴적 구조인 동시에 화석이기도 하다.
소청도 외에 강원도 영월·태백시 부근, 경남 사천, 경북 경산 등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약 10억~12억년전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 넘쳐나는 소청도는 지사학적 가치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섬 자체가 하나의 자연사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