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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광물이야기 17 화려한 무지개 여신의 깊은 속내

침철석(Goethite) ➋



지난 호에는 독일이 낳은 대문호 ‘괴테’의 이름을 딴 침철석(괴타이트)을 소개했다. ‘쿠트나호라이트’라는 광물의 결정 모양을 그대로 지닌 특이한 가상(가짜 모양, Pseudomorph) 광물이었다. 침철석은 괴테
의 작품세계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기에, 색다른 침철석을 하나 더 소개한다.

색은 광물의 중요한 특성

색은 기하학적인 형태와 함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대표적인 성질이다. 사진 속 표본은 동굴 속 종유석을 닮은 모습으로, 무지갯빛이 돋보인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무지갯빛을 띠게 된 걸까.

광물의 색은 태양에서 오는 전자기파 중 파장이 약 393~760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인 보라색부터 빨간색까지의 가시광선 영역에서 어떤 파장을 흡수, 반사 또는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라색부터 빨간색까지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광물은 검은색으로 보인다. 반대로 모든 파장의 빛을 반사하면 백색으로 보인다. 붉은색으로 보인다는 것은 다른 파장은 모두 흡수하고 붉은색 파장의 영역
만 반사시켰다는 의미다.

광물이 빛을 흡수, 투과, 반사하면서 나타내는 색은 광물의 화학조성과 결정형태, 포함된 불순물의 종류, 물리적 효과 등에 영향을 받는다. 사진 속 표본의 무지갯빛은 빛의 간섭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눗방울이나 물 위에 떨어진 기름방울이 만들어 낸 무지갯빛을 독자들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얇은 막의 위아래층에서 제각기 반사된 여러 파장의 빛이 서로 보강 또는 상쇄간섭을 일으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광물도 표면에 얇은 결정막이 형성됐을 때 빛의 간섭현상이 일어난다. 사진 속 표본도 침철석 결정이 종유석 형태로 자라면서 표면에 얇은 막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영롱한 무지갯빛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게 됐다.
 

지구와 태양계 역사의 증인

침철석은 화성 표면에 물이 흘렀음을 증명하는 광물이기도 하다. 2004년 1월 4일 화성에 착륙한 화성탐사선 스피릿(MER-A)은 화성에 흐르는 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화성 구세프(Gusev) 분화구에서 약간의 침철석을 발견했다. 침철석은 지하수나 저온 열수용액(마그마가 식어서 광물들이 석출되고 남은 수용액)의 산화대에서 생성되기에, 과거 화성에 물이 흘렀음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화성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에도 침철석을 비롯한 광물들이 중요한 몫을 한다. 예컨대 규산염 광물은 물이 흘렀음을 나타내는 흔적인데, 성분을 분석해 보면 과거 흘렀던 물의 산성도를 알아낼 수 있다. 중
성일 경우 당시 화성의 물 속에 생명체가 살 수 있었다는 걸 나타낸다. 이처럼 광물은 말없는 무기물이지만, 생성 환경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간직하고 보여 준다.

광물은 우리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신비롭다”, “신기하다”, “아름답다”는 감탄사에서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고, 바로 그것이 무관심에서 호기심을 끌어내는 자극제가 된다. 그 호기심의 결과로 우리는 작은 돌덩어리 하나를 통해 화성에서 물의 존재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호기심을 한꺼풀, 한꺼풀씩 벗겨 나가는 학문이 화학이고 물리학이다. 광물 안에는 지구와 우주의 역사가 있고, 양자역학도 있다. 광물과 화석을 전시하는 자연사박물관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기초
과학의 토대로서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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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
  • 에디터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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