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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A320 제조 현장에 가다

대세는 친환경 항공기

나날이 커지는 항공기 수요에 세계 항공기제작사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화두는 친환경성. 친환경 항공기 개발을 위해 어떤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의 독일 함부르크 공장을 지난 5월 30일 찾았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50여 분을 달리자 유럽의 항공 제작 회사에어버스의 함부르크 공장에 도착했다. 넓은 부지에 깔끔한 건물들이 가득해 꼭 대학 캠퍼스처럼 보였다. 부품을 실은 차가 수시로 드나들지 않으면 공장인지 모를 정도였다.

에어버스는 매년 자사 관계자와 엔지니어, 항공 전문 기자를 한 자리에 초청해 최신 항공 기술을 선보이고 토론하는 ‘혁신의 날(Innovation Day)’을 개최한다. 올해는 5월 30~31일 이틀간 개최됐다.

에어버스 독일 함부르크 공장은 에어버스에서 만들어지는 항공기 중 A320 시리즈가 제작되는 곳이다. A320 시리즈는 기내복도가 하나인 기종을 의미하는 ‘싱글아일(Single-aisle)’ 기종으로, 현재 에어버스의 주력 항공기다. 탑승객이 200여 명일 정도로 기체가 작기 때문에 주로 중·단거리를 비행할 때 이용한다.

최근에는 이런 싱글아일 기종이 항공 산업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저가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중·단거리 비행에 적합한 싱글아일 기종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톰 윌리엄스가 최근 A380 기종의 제조라인 일부를 A320 기종 제조라인으로 전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친환경 위해 연료 효율 높인다

현재 에어버스 사와 미국의 보잉 사는 싱글아일 기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도 A320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을 내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연료 효율성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띄었다.


“에어버스의 A320 시리즈는 최근 개발 된 비행기 중 연료 효율성이 가장 우수합니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 파브리스 브레지에는 환영연설에서 자사 항공기의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힘주어 말했다.

사실 항공기 제조 회사는 항공기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연료를 적게 쓸수록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유가 바뀌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때문에 비행기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일 필요가 생겼고, 연료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비행기는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 2004년 유럽환경청의 조사에 따르면, 교통수단 가운데 이산화탄소를 가 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비행기였다. 비행기를 탄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85g으로, 104g인 자동차보다 두 배, 14g인 기차보다는 20배나 많다.


유럽에서는 지난 2007년 12월 민관(16개국의 회사 54곳과 단체 86곳, 연구센터 15곳, 대학교 17곳)이 힘을 합쳐 친환경 항공수송체계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클린 스카이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위원회에서 받은 비용을 친환경 엔진과 신소재, 대체연료 등을 개발하는 협력사에 투자한다. 또 이미 사용된 항공기 부품을 다른 곳에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협력사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연료 소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0%, 질소산화물은 8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날개는 구부리고 무게는 줄이고

안내를 해 주는 담당자를 따라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비행기의 몸체가 장난감 블록처럼 나뉘어 있었다. 옆에 서면 사람이 개미처럼 보일 정도로 매우 컸기 때문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A320의 날개가 가장 눈에 띄었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에어버스는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는 날개에 연구역량을 집중했다. 날개의 폭을 줄이고 끝 부분을 더 많이 구부린 것이다. 전체적으로 알파벳 대문자 ‘L’ 모양을 만들었는데, 이를 ‘샤크렛’이라고 부른다.

항공기가 비행할 때는 날개 끝에서 비행기의 운동을 방해하는 소용돌이 흐름인 ‘와류’가 발생한다. 수평 모양의 날개에 부딪힌 공기는 날개의 위와 아래로 나뉘어 흐르게 되는데, 베르누이의 법칙에 따라 날개 윗면 과 아랫면 사이에 기압차가 생긴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위가 저기압, 느리게 흐르는 아래는 고기압이다. 그 결과 고기압의 공기가 저기압으로 이동하려는 현상 때문에 아래쪽의 공기가 날개를 따라 이동하고, 날개 끝에서 회전하려는 힘으로 바뀌어 회오리친다. 그런데 날개를 샤크렛 모양으로 만들어 공기의 움직임을 바꾸면 와류가 적게 만들어져 공기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에어버스는 이 방법으로 기존보다 연료 사용효율을 15% 높였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또다른 방법은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버스에서는 항공기를 제작하는 데 3D 프린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3D 프린터로 ‘토르(THOR)’라는 소형비행기를 제작하고 시험비행하는 데 성공했는데, 행사장 한쪽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손으로 토르를 직접 두드리자 몸체가 흔들릴 정도로 작고 가벼웠다.

에어버스 3D 프린팅 개발 총괄 책임자인 피터 샌더는 “토르는 알루미늄과 티타늄, 스테인리스강 등을 섞어 잘게 부순 특수 재료를 3D 프린터로 찍어 만들었다”며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제작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 제조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의 아이디어를 모아 모아

무대 위로 승무원이 기내에서 쓰는 손수레가 올라왔다. 겉으론 평범해 보였지만, 브라질의 대학생들이 직접 개발한 신개념 손수레였다. 에어버스가 개최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2등을 차지했다.

에어버스는 매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의 항공수송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Fly Your Idea’ 공모전을 개최한다. 항공기 성능 향상, 효율적인 운영 방법,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방법, 친환경 기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한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이 공모전은 예선에서 에어버스의 전문가가 멘토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친환경 손수레를 개발해 2015년 ‘Fly Your Idea’ 공모전에서 2등을 거머쥔 브라질 상파울루대 학생들. 공모전이 거듭될수록 친환경을 주제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학생들은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종류별로 분리되거나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문제점에 주목했다. 양만 해도 매년 135만t에 달한다. 학생들은 승무원들이 쓰레기가 발생하는 순간 바로바로 분리해서 버릴 수 있도록 손수레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했다.

손수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비행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료수 컵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컵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도록 길고 둥그런 원기둥 모양의 구멍을 만들고, 이 구멍이 꽉 차게 되면 새로운 통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른 쓰레기와 함께 비닐에 마구잡이로 담았을 때보다 쓰레기 부피를 50%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남은 음료만 따로 버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음식물 쓰레기를 다른 쓰레기와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버스 샤를 챔피언 부사장은 “앞으로도 대학생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현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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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독일 함부르크 = 이윤선 기자
  • 사진

    에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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