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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당신이 이불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이불 밖은 위험하고 숨 쉬는 것조차 귀찮다든가, 다음 생은 크림빵으로 태
어나 따뜻한 오븐 안에서 야금야금 숨만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무기력함의 원인을 크게 에너지 고갈, 동기 부족, 자신감 부족, 통제감 부족으로 꼽는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가?

사람은 ‘에너지’적 존재다. 한정된 에너지를 몸도, 머리도 써야 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곧잘 무기력해진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에너지원을 고갈시킨 뒤 보충하지 않으면 정신력이 필요한 과제의 수행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우마이스터는 ‘귀차니즘’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적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만약 장시간의 노동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며 가장 자연스러운 대처법은 역시 휴식이다.

무력감의 또 다른 원인은 지금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전혀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동기 부족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사람은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움직인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밤은 새우고, 취향저격 당한 드라마를 미친듯이 몰아보는 것처럼,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지치거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일을 하게 된다(ISBN:0198030940 PP.89~105).

반면 지금 해야 할 일이 하기 싫은 일이라면 굳이 귀차니즘을 이겨내면서까지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하
기 싫은 일을 꼭 해야 한다면 마음을 다잡는 데에 이미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에 지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에 대한 흥미와 성과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단순하고 일반적인 업무에서 재능보다 흥미가 일의 성과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연구도 있다(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July 2012 vol. 7 no. 4 384-403).

이불 밖에서 화분을 키우세요

자신감 부족도 이불 밖으로 나서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를 예측하고 목표 설정하는 데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능력을 믿는 이들은 무엇이든 하는 일이 잘 될 거라고 여기는 반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일의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어려워서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조그마한 어려움에 부딪히면 실패했다고 자책하며, 더 이상 노력을 하지도 않고 포기한다. 자신을 믿는 사람은 난관에 빠져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결국 더 좋은 성과를 내곤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통제감이다. 통제감이란 내 삶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통제
감의 반대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다. 삶에서 예측도 못하고 당하는 일(큰 병, 재해 등)을 겪으면 통제감이 낮아진다. 통제감이 급격히 낮아질 경우 무력감에 빠져 자포자기하기가 쉽다. 미국의 심리학자 주디스 로딘의 연구에 따르면 무력감을 극복하고 통제감을 갖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화분을 키우거나 직접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드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는 것이 통제감 극복에 도움이 된다(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35(12), Dec 1977, 897-902). 작은 일이라도 ‘나는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막연한 느낌을 받으면 자신감과 행복감이 높아지고, 삶을 활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깊은 무력감에 빠져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무언가를 그리거나 몸을 쓰는 것
처럼, 무엇이든 좋으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201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진영 작가
  • 에디터

    송준섭
  • 일러스트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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