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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제4의 상태’ 플라스마의 모든 것


1. ‘제4의 상태’ 플라스마의 모든 것

우주의 99%를 가득 채우고 있는 플라스 마는 의외로 발생 조건이 까다로워 19세기 후반에야 그 존재가 확인됐다. 처음으로 플 라스마를 ‘만들어낸’ 사람은 1879년 영국 의 화학자였던 윌리엄 크룩스 경. 그는 진공 상태의 방전관 양 끝에 전극을 달고 전압을 걸면, 기체와는 다른 ‘빛나는 무언가’가 생 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의 이름을 ‘플 라스마’라고 부른 건 1928년 미국의 화학자 어빙 랭뮤어였다. 수은 기체의 방전을 연구 하던 그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온화된 기체가 양전하와 음전하로 균형 을 이루는 영역을 플라스마라고 정의했다. 


까다로운 플라스마의 조건 3가지

플라스마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은 이렇다. 기체 상태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하게 되면 기 체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서로의 연결 고리를 끊어 분리되고, 심지어 원자를 구성하 고 있는 원자핵과 전자도 서로 분리되는 전리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분리돼 기체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상태를 플라스마라고 한다. 

플라스마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집 단적인 거동’이다. 플라스마 입자들 중 상당 수는 전하를 띠고 있다. 때문에 외부에서 전 자기장을 걸어줄 경우는 물론이고, 걸어주지 않더라도 플라스마 내부 입자들의 자체 움 직임에 의해서도 국소적인 전자기장이 발생 한다. 이 힘에 의해 플라스마는 기체 분자와 다른 거동을 보인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분에 국부적으로 양전하가 모여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의 전기장이 일시적으로 양의 값으로 증가해 전자들이 끌려오기 시작한다. 

플라스마의 두 번째 조건은 ‘준중성’ 상태 다. 기체가 에너지를 받아 분자에서 원자, 그 리고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된다면 전체적으 로 양전하 수와 음전하 수가 비슷해 중성 상 태를 띨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앞 의 집단적인 거동과 연결 지어 생각하면 양 전하가 많이 모인 곳의 전자기장을 상쇄하기 위해 전자 집단이 이동하듯, 플라스마 입자 들이 국부적인 전자기장을 상쇄하기 위해 움 직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전자의 밀도와 양 이온의 밀도가 비슷해져 중성이 된다. 

마지막 조건은 플라스마가 가진 고유한 진동이다. 아직 이온화되지 않은 중성입자 들이 충돌하는 현상보다 이 진동이 두드러 지게 나타나야 플라스마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기체가 에너지를 받아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되는데, 이때 분리된 것이 충 분히 많다면 플라스마 고유의 진동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역으로 분리되지 않은 것이 많다면 일반 기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천의 얼굴’ 플라스마

조건을 만족하는 플라스마는 전자기적 인 특수성을 띠고 있다. 그 첫번째로 플라 스마는 마치 금속처럼 전기전도도가 매우 높다. 플라스마 상태에서는 양이온과 전자 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전류가 쉽게 흐른다 (전자가 공기 중에 날아다니고 있다고 생각 해보자!). 핵융합 장치에서 사용하는 초고 온의 플라스마의 경우 전기전도도가 무한 대에 가깝다. 

또한 플라스마 상태의 입자들은 전기장 과 자기장에 반응하는 특성을 갖는다. 양 이온과 전자는 전기장을 걸어주면 가속돼 에너지가 높아지고, 자기장을 걸어주면 자 기장 방향을 따라 회전운동을 한다. 플라 스마 상태 입자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빛을 내기도 한다. 전자가 들뜬 상태에서 바닥상태로 떨어지며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하기도 하고, 양이온과 전자가 전기장에 의해 가속되거나 자기장 주위를 회전하면서 빛을 낼 때도 있다. 

플라스마의 또 다른 흥미로운 물리적 특성 중 하나는 파동현상이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표면에서 물결파가 전파해나가듯 플라스마에도 무언가 섭동을 주면 파동 을 발생시킨다. 수면파는 연못 가장자리 에 닿으면 더 이상 전파되지 않고 반사된 다. 마찬가지로 플라스마도 어떤 상황에 서는 파동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고 반 사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전파통신이다. 지구 대기권에 존재하는 전리층은 태양 복사에너지로 인해 공기 입자가 이온화 돼 있다. 전파는 이런 전리층에 반사되면 서 지구 먼 곳까지 전달된다. 

그밖에도 플라스마 내에는 다양한 진 동현상이 존재한다. 플라스마에 자기장 을 걸어주면 플라스마가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데, 이때 같은 주파수를 가진 파 동을 외부에서 추가로 쏘아줄 경우 기존 의 플라스마 진동과 공명을 일으켜 플라 스마가 가열된다. 실제로 핵융합 플라스 마를 가열하는 원리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플라스마는 특유의 화학 적인 특성을 보인다. 초고온 플라스마 가 이온 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 이 대표적이다. 또한 플라스마 상태가 기 체 상태와 혼합된 ‘저온 플라스마(cold plasma)’에서는 양전하, 음전하로 이온 화된 정도가 낮아 중성상태의 원자가 대 부분을 차지한다. 저온 플라스마는 양이 온(혹은 원자)의 온도와 전자의 온도가 열평형을 이루지 않는 중요한 특성을 갖 는다. 중성입자는 수백℃, 양이온은 수 천℃의 온도를 갖는데 비해 전자는 수 만℃의 온도를 갖는다. 원자는 고온의 전 자들과 반응해 화학적으로 활성도가 높 은 중성입자(라디칼)들을 발생시킨다. 이 입자들은 반응성이 매우 커 화학 반응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저온에서도 화학반 응을 활성화시켜 이온의 화학적 성질과 함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나 환경정화, 식품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나용수_ysna@snu.ac.kr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공대에서 플라스마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 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국가핵융합연구소를 거 쳐 현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토 카막 핵융합로 노심 플라스마의 운전과 제어를 연구 중이며, 핵융합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이터 통합 운전 국제전문가 자문 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201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나용수 교수
  • 일러스트

    박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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