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Tech & Fun] 광물이야기12 콩크레소-레온 황연석(Mimetite) 어느 모험가의 유산

1968년 어느 날. 경제성이 떨어져 오랜 기간 채굴을 중단한 멕시코치와와 주의 콩그레소-레온(Congreso-Le’on) 광산 입구에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가 들어섰다. 광물 딜러인 베니 펜이었다.

그는 지하 깊은 곳까지 목숨을 건 모험을 시도했다. 갱도를 떠받치고 있는 침목은 불에 탄 상태였고, 곳곳이 지하수로 침수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열두 살 때부터 광물을 수집했을 정도로 광물에 대한 열정이 충만했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정도로 두려움이 없었다.

로프와 사다리 조각을 이용해 지하 300m 지점에 이르자, 샛노란 포도송이 같은 황연석(mimetite)으로 가득 찬 크고 아름다운 포켓(광맥에 간혹 존재하는 틈새 공간으로, 광물 결정들이 방해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났다. ‘노란 납’이라는 별명이 붙은 황연석은 상업용 제품의 원료로 쓰이기보다는 수집용으로 인기가 많다.

보물상자를 찾아냈지만, 광물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안전하게 끌어 올리는 것이 문제였다. 혼자 올라가기도 어려운데 조심스레 다뤄야 할 보물들을 끌고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민 끝에 그는 권양기를 설치했고, 3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차례차례 안전하게 모두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그 아름다운 표본에 모두가 열광했다. 베니 펜의 모험 덕택에 지하 깊숙이 숨어 있던 보물들이 빛을 보게 됐고, 그 역시 상응하는 부를 챙길 수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물

광물은 우리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철과 구리, 알루미늄 같은 금속은 물론 시멘트와 석고보드 등의 건축자재, 심지어 화장품까지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물질은 대개 광물을 이용해서 만든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하는 광물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20t에 이를 정도다.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포함돼 있거나, 형태가 아름답지 않아서 모를 뿐이다.

이처럼 광물을 채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다움이 아닌 실용성이다. 광물을 추출하는 원료를 광석이라 부르고, 특정 광물을 집중해서 채굴하는 곳을 광산(mine)이라 한다. 대개의 광산은 지하 수백 m, 때로는 수 km 이상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데, 광물(mineral)이란 명칭도 여기서 유래했다.

광산의 꽃을 노리는 사냥꾼들

광산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광석을 대량 채굴하지만, 그 과정에 우연히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광물표본을 만날 수 있다. 보통 광석은 무
게로 값을 매기지만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표본은 수백 배, 수천 배까지 가치가 뛴다. 이런 연유로 아름다운 표본이 많이 산출되는 광산 인근에는 열성 수집가들과 광부들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야(夜)시장이 서기도 한다.

하지만 광산 경영주는 이런 발견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광물이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집가들은 손상되지 않은 완벽한 표본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아는 광부들은 광맥을 조심조심 다룬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광산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상업적 광산은 경제성이 없어지면 채굴을 중단하고, 이런 폐광산은 열혈 수집가와 벤처 광물 딜러들이 수집용 표본을 사냥(hunting)하는 좋은 표적이 된다. 이미 갱도나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춘 곳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탐광 활동에 유리하다.


베니 펜의 성공스토리는 또 다른 모험가들을 자극했고,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의 오지에서 이 같은 모험이 지속되고 있다. 바로 이런 모험가들 덕분에 우리 모두 박물관 등에 전시된 아름다운 광물 표본을 즐
길 수 있다. 베니 펜은 2014년 2월 23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의 광물은 영원할 것이다. Thank you, Benny!
 

201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
  • 사진

    김인규
  • 에디터

    최영준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화학·화학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