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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걸어서 대형연구소 속으로 ➊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유럽의 생명과학자를 런던 도심에 모았다



영화 ‘해리포터’의 9와 4분의 3 승강장이 있는 런던 킹스크로스 역을 나와 정면에 있는 기차역 건물 하나를 통과하면 영국국립도서관 오른쪽으로 은빛 건물이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큰 생명과학연구소인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이하 크릭 연구소)’다. 크릭 연구소는 외관부터 압도적이다. 2층 건물의 바닥 면적만 9만3000m2, 축구 경기장 13개를 합쳐놓은 크기만 하다. 지붕엔 태양전지를 설치해 건물 전체가 은빛으로 번쩍거린다.

DNA 분자 구조를 공동으로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크릭 연구소는 런던 도심 한 가운데 설립돼 개발 초기부터 큰 화제가 됐다. 영국에서는 그전까지 도심 연구소가 하나도 없었다. 실험 장비를 놓을 넓은 공간을 확보하려면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략을 바꿨다. 교통이 편리하고 대학이나 기업과 인접한 곳에 연구소를 지어 우수한 과학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유럽이나 한국이나 도심에서 먼 곳에 가기 싫어하는 심리는 비슷한가 보다). 영국 의료연구협의회(MRC)와 국립의학연구소(NIMR), 영국암연구소(CRUK), 임페리얼칼리지(ICL), 킹스칼리지(KCL), 유니버시티칼리지(UCL) 등 6개 기관은 7억 파운드(약 1조7000억 원)를 공동 출자해 지금의 위치에 연구소를 지었다.

연구소는 실제로 런던의 지하철 6개 노선이 지나는 킹스크로스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인접한 세인트팽크라스 역에는 다른 유럽 국가로 오가는 유로스타가 다닌다(역 주변엔 ‘맛집’도 즐비하다!). 글로벌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2003년 완료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주도한 생어연구소도 모두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대중 토론 행사‘크릭 챗(Crick Chat)’.
크릭 연구소 연구원들이 직접 참여한다.]


크릭 연구소는 올 상반기에 완전 운영에 들어간다. 새 건물의 마무리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컨소시엄 6개 기관이 각각 원래 있던 건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1350명의 과학자가 이곳에 모여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 범위는 생명과 157학 전체. 줄기세포, 뇌과학, 유전자 연구, 합성생물학, 면역 등에서 120여 개 연구가 계획돼 있다.

크릭 연구소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내부 디자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인 연구실은 아예 없고, 대신 실험대가 수평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다 합치면 무려 4km!). 이동 중에 다른 연구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재밌는 건 구내식당은 400석 규모로 작게 만들었다. 서로 옆자리에서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게 하기 위한 전략이란다(최근 완공된 식당 사진을 참고하면 최소 6가지 메뉴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1층에는 연구원들과 지역 주민의 편의를 위해 450m2 규모의 스포츠센터와 대중강연장도 무료로 개방한다. 정기적으로 ‘크릭 챗(Crick Chat)’이라는 대중 토론 행사도 열리니 날짜를 맞춰 방문해봄직 하다.

크릭 연구소에는 지난해 두 가지 뉴스가 있었다. 지난 10월, 토마스 린달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교수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한 공로로 2015년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2월에는 크릭 연구소의 ‘노른자’ 위치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생겼다. 교통이 너무(?) 좋은 나머지, 연구소 바로 옆에 광역철도 ‘크로스레일’ 2호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개통 예정인데 벌써부터 공사 현장으로부터 전자기파가 감지돼 실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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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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