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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내가 쓴 화장품이…해안을 더럽힌다고?


바다 오염의 새로운 골칫덩이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미세플라스틱. 이름처럼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으로, 해양 생물의 뱃속을 채우며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해안을 오염시키는 주범은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각질제거제나 치약에 들어있는 미세한 알갱이 ‘마이크로비드’고, 다른 하나는 일반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풍화돼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다. 크기에 대한 기준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은 직경 5mm 이하다.

우리 실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각질제거제의 마이크로비드다. 영국 플리머스대 이모젠 네퍼 교수팀은 2015년 10월 15일자 ‘해양오염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각질제거제 1mL당 919개에서 많게는 1만8906개의 마이크로비드가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한번 씻을 때 사용하는 양이 약 5mL인 것을 감안하면, 4595개에서 9만4530개의 마이크로비드가 하수도를 따라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미국 UC 데이비스의 첼시 로치먼 박사팀은 2015년 9월 3일, 미국에서 하루에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마이크로비드가 8조 개에 달한다는 논문을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cience&Technology)’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논문에서 “마이크로비드가 직경 0.1mm의 완전한 구형이라고 가정하면, 하루에 300개 이상의 테니스 코트장을 마이크로비드로 덮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밀도, 세계 평균의 13배

우리나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2015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 거제를 포함한 32개 바다에서 1km2당 55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전국 12개 해안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밀도는 m2당 1만1871개로 전세계 평균 대비 13배나 높았다.

우리나라 해안에 이렇게 많은 미세플라스틱에 떠다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양식업에 쓰이는 부표가 발포스티렌(스티로폼)으로 돼 있는데, 이게 부서지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KIOST가 조사한 미세플라스틱 중 95%가 발포스티렌이었다. 양식에 가장 많이 쓰이는 60L 부표가 분해되면 직경 5mm의 미세플라스틱 400만 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해양수산부에서는 2015년부터 기존 부표에 비해 잘 부스러지지 않는 친환경부표를 연간 약 6만 개씩 어업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부표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고, 부스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코팅한 필름도 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물질을 이용한 부표를 쓰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수처리공정 역시 문제다. 현재 공정으로는 생활하수에서 나오는 마이크로비드를완벽하게 걸러내기 어렵다. 우리나라 하수종말처리장에서는 1차적으로 큰 쓰레기를 처리하고 난 뒤 ‘스크린’을 이용해 작은 쓰레기들을 처리한다. 스크린은 일종의 촘촘한 망으로, 구멍 너비는 50mm 전후다. 미세플라스틱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스크린을 통과해도 물보다 비중이 큰 0.2mm 이상의 부유물은 추가적인 공정으로 제거할 수 있지만 마이크로비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은 비중이 1미만으로 물보다 작다. 즉, 상당수의 마이크로비드가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의미다.

홍상희 KIOST 남해특성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하수처리과정이 미세플라스틱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며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마이크로비드를 검출하는 등 집중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먹이 사슬 타고 해양 전체로 퍼져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다양한 수상 생물이 삼킬 수 있다. 핀란드 해양조사기관의 아우티 세텔 연구원팀은 2014년 2월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요각류, 담륜충, 섬모충 등 다양한 동물성 플랑크톤의 50% 이상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지 3시간 만에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했다고 밝혔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 단계에 위치하는 생물로, 다양한 해양 포식자의 먹이다.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의 피해는 해양 생태계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실제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진주 담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 벨기에 겐트대 콜린 얀센 교수팀은 체내에서 0.06mm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진주 담치를 대상으로 조직, 혈액 등을 정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환경오염’ 2015년 4월호에 발표했다. 작업 전후를 비교하니 작업 후에 체내에 남은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더 작았다. 이는 0.06m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몸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생물의 먹이 섭취에 영향을 주고, 소화 불량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인간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람의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영국 런던대 알렉산더 플로렌스 교수팀은 0.15mm 크기의 입자가 소화관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해 혈액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01년 2월 17일 ‘약물전달회보’에 발표했다. 담치나 새우 등 해양생물 몸 속의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혈액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 속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에서 흡수한 오염물질과 더불어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을 내보낸다. 폴리에틸렌 조각은 소수성 물질을 매우 잘 흡수하는데, 해양오염물질의 대다수는 소수성을 띤다. 이모젠 네퍼 교수팀은 각종 염료나 의약품의 합성 원료로 사용되는 페난트렌과 살충제 성분인 디디티(DDT)가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잘 흡착된다는 연구결과를 2015년 9월 15일자 ‘해양오염회보’에 발표했다. DDT는 현재 사용이 금지됐을 정도로 독성이 심하고 잔류성이 큰 물질이다. 해양생물이 유해물질을 흡착한 미세플라스틱을 먹을 경우, 이 물질들은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플라스틱 제조 시 들어가는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와 같은 내분비계교란물질도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법제화는 아직… 유해성 알리는 게 우선 과제
 
미국의 여러 주는 미세플라스틱이 유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억제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2015년 9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직경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을 2020년부터 금지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 2020년부터 시행된다. 미국 일리노이 주, 뉴저지 주는 이미 금지 법안이 발효된 상태며, 뉴욕 주는 2015년 12월 31일부터 발효된다(2015년 12월 20일 기준). 우리나라는 아직 법제화를 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고정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국내에서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며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여성환경연대와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은 마이크로비드가 포함된 제품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션은 마이크로비드가 들어있는 제품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비트 더 마이크로비드’ 한국어판을 만들었다. 이 앱은 2012년 네덜란드 시민단체인 북해 재단과 플라스틱 수프(Plastic soup) 재단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2013년부터 유엔환경계획(UNEP)과 국제동식물협회(FFI)까지 함께하며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앱이 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 7월에 첫 선을 보였다. 앱을 이용해 의심 가는 제품의 사진을 찍으면 마이크로비드의 함유 여부를 알려준다. 브랜드나 제품 유형으로 검색도 가능하다. 마이크로비드가 포함된 제품이면 빨간색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곧 교체할 계획인 제품은 주황색,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제품은 초록색이 뜬다. 이와 더불어 여성환경연대는 국내브랜드를 중심으로 리스트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홍선욱 오션 대표는 “오염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며 “마이크로비드 대신 호두 껍데기, 포도씨 껍질 등 천연원료를 이용한 각질제거제를 사용하는 등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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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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