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인에게는 위암이 가장 많다. 조기검진과 세계 최고수준의 치료기술로 위암극복에 성공하고 있는 일본의 사정을 뉴 사이언티스트지의 보도로 알아본다.
매년 9월달은 일본에서 '암퇴치의 달'이다. 큰도시는 물론 시골 구석구석까지 조기검진을 받자는 포스터가 나붙고 신문 TV 라디오에서는 시끄러울 정도로 조기 검진의 중요성과 암의 무서움을 일깨우는 계몽선전을 해댄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정부가 부담한다.
전국 40여개의 암검진센터는 4백여개의 이동검진센터의 도움을 받아 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X-선 장비를 갖춘 검진버스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검진을 받도록 권유한다.
35세이상의 중·노년층 가운데서 이 조기검진에서 응한 사람은 약 10%인데 정부는 곧 30%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기검진으로 98%가 살아나
정부가 이처럼 조기검진을 철저히 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의 암 가운데 가장 흔한 위암을 극복하기 위한것. 미국과 유럽인에게는 아주 드문 위암이 일본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는 매우 빈번히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통계로 위암이 암가운데서 두번째의 큰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인들때문에 생긴 높은 사망율이다.
82년 집계를 보면 암으로 죽은 사람 가운데 남자가 30.3% 여자가 26.7%가 된다. 이렇게 무서운 위암이지만 조기발견으로 치료를 받으면 살아남기가 쉬워서 일본의 경우 생존율이 98%나 된다.
일본도 50년대에는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래서 위암환자의 5%미만이 조기에 발견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위암환자의 53%가 조기에 발견된 사람들이다. 이처럼 조기 환자가 많이 발견된 것은 일본인 의사와 정부당국의 헌신적인 노력의 덕분이다.
'센다이'지방의 한 의사가 처음시작
집단검진이 처음시작된 것은 지난 1953년. 지금 88세가 되는 '구로가와 도시오'라는 의사는 당시 도호꾸(東北)대학 총장이었는데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조기발견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센다이'지역에서 조기검진 운동을 편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당시사정을 회고하고 있다. "그때 나는 외래환자를 가끔 보곤했는데 위가 아프다고 하면 대부분의 의사가 청진기를 대보기만 하고 처방을 했어요. 나는 X-레이를 찍도록 했읍니다. 그랬더니 위암증세가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있었읍니다. 더구나 위가 아프다거나 구토증이 난다고 호소하는 환자, 또는 체중이 줄어든다고 말하는 환자를 상대로 X-레이를 찍어보았더니 이미 위암이 상당히 진행돼서 치료를 해봤자 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읍니다. 그래서 건강 할 때 조기검진을 해보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알게 된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검진기술
조기검진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검진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다면 그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의사들은 두가지의 혁명적이며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검진기술을 개발시켰다. 그중 하나는 이중(二重)방사선 촬영법이고 다른 하나는 내시경 촬영법이다.
먼저 실시되는것은 방사선촬영인데 사람들은 촬영을 하기 전에 질문지에 응답을 쓴다. 그리고는 8군데 부위에 X선촬영이 시작된다. 한개의 센터에서 오전중에 60여명을 촬영한다. 요즘의 X선 필름은 값도 싸며 촬영기도 디지탈로 되어있어 보다 정교히 찍힌다.
또한 방사선조사량도 과거의 것에 비해 10분의1로 줄어들었다.
X선촬영을 끝낸 사람의 필름은 전문가 그룹에 의해 정밀하게 검사된다. 이 과정에서 위암의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두번째의 절차 즉 내시경촬영을 하게된다. 내시경은 목구멍을 통해 위속에 집어넣는것인데 이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비싸게 먹힌다. 또 촬영을 당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싫어하기도 한다.
물론 X선만으로도 위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예컨테 점액으로 둘러싸인 암부위는 내시경으로는 촬영이 어렵고 X선으로는 들어나게 된다.
이중 촬영법이란?
위암을 발견하기 위해 일본의사들이 채용하고 있는 뛰어난 기술인 이중대조촬영(double-contrast)법은 현재 일본 국립암센터의 소장으로 있는 '이시가와 헤이자부로'박사가 고안한 것이다.
이것은 재래식방법과 두가지점에서 다르다. 한가지는 사용하는 '바륨'의 양이다. 재래식은 사람들에게 위 가득히 바륨을 마시도록 했는데 이 양을 10분의1로 줄인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이중대조 촬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가지 대조매체를 쓴다는 점이다. 즉 양(positive)의 대조매질인 바륨을 위장벽의 점막에 얇게 입힌 다음의 대조매질인 공기나 탄산가스를 집어넣는다는 것이다.
애초에는 튜브를 통해 위까지 펌프로 공기를 넣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었다.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시가와'박사팀은 환자에게 중탄산소다와 구연산의 혼합물인 발포체 용액을 마시게 했다. 위 속에 음의 대조매질을 만든 것이다. 발포체가 거품을 내는 동안 환자는 바륨이 위벽의 적당한 곳에 입혀질 수 있도록 자세를 바꾼다.
이 기술은 의사들로 하여금 위의 점막에 있는 미세한 부분, 4∼5㎜밖에 안되는 부분도 또렷이 볼수있게 해주었다. '이시가와'박사는 9천여명의 의사와 의료보조원들에게 이 검진방법을 가르쳤으며 요즘에는 큰 병원은 물론이고 작은 개인 의원에서도 이 검진방법을 쓰고있다. 곧 외국에도 이기술이 전파가 될것으로 보인다. 현재에는 영국 '글라스고'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실험적으로 써보고 있다. 이 검진법은 위암뿐만 아니라 위궤양이나 돌기(폴립)등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내시경의 사용은 세계 어디에서나 하고 있는 것이지만 내시경의 제작과 그사용기술에 있어 일본은 단연 세계각국을 리드하고 있다. 일본 의사들이 쓰고 있는 정교한 내시경은 3만가닥의 섬유를 한줄로 엮어 직경 15㎜도 안되게 만든 것이다. 메이커에서는 재래의 일본 견직기술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원래 내시경은 미국에서 발명해 쓰기시작했는데 일본이 이것을 개량해 지금은 미국을 앞서고 있으며 제조회사인 '올림포스'는 세계 내시경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내시경은 이제, 보고 기록하는 기능에만 머무는게 아니고 조직검사에도 쓰여지고 있다. '다가끼 쿠니오'박사는 초기 암의 진찰을 위해 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실시한 개척자이다. 그는 돌기절제에도 내시경을 활용하고 있는데 사진에서 보듯 내시경 채널에 두개의 고리가 달린 줄을 넣어서 고리(loop)한개로는 돌기를 찾고 다른 하나로는 돌기를 전기로 태워버린다.
삼키는 카메라 2년내 시판
현재의 내시경은 더욱 개량될것이다. 섬유를 쿼츠로 대체하면 내시경의 줄은 보다 가늘어 질수있다. 그러나 너무 가늘어도 안된다는 제약이 따른다. 충분히 빛을 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내시경은 섬유다발을 사용치 않는 것이다. 암센터의 '이케다'박사가 개발한 카메라(NHK방송국과 '펜탁스'의 협력을 얻음)는 1.7㎝의 크기에 60g밖에 안되는 극소형으로 이 카메라는 형상을 숫자신호로 바꾸며 이 신호는 TV스크린에 옮겨지도록 고안되었다. 이 혁신적인 카메라는 앞으로 2년내에 상업화 할것으로 보인다.
결국 앞으로 환자들은 항생제 캡슐처럼 생긴 캡슐(그속에 카메라가 들어있다)을 단순히 삼켜버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 캡슐이 센서와 라디오송신의 기능을 담당해서 암의 검진이 보다 쉬워질 것이다.
일본은 85년통계로 여자평균수명이 80세, 남자는 75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명을 자랑한다. 따라서 노령인구가 많고 암 발생도 더 많아질수밖에 없다. 일본인을 위협하는 위암에 대해 일본의료진과 정부는 위암이 무서운만큼 대응자세는 강력히 갖춰놓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