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은 에너지 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고취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을 관련 분야에 유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승영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 인력양성실장은 “공모전을 처음 만들 때 학생들을 조사했는데, 학생들이 의외로 에너지 기술이 뭔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이 한번쯤 에너지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하는 게 우리 공모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만 16~18세 청소년, 그리고 대학(원)에 재학 또는 휴학 중인 학생 누구나 2~4인의 팀 단위로 참가할 수 있다. 주최 측은 제출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공모전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디어를 직접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서면 평가(아이디어 제안서)를 통해 본선에 진출한 20팀의 지도교사ㆍ교수에게 멘토링 지원비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고등부는 총 10개 팀이 100만 원씩, 대학(원)부는 총 10개 팀이 200만 원씩 지원 받았다. 정 실장은 “학생들이 비용 부담 없이 에너지 기술을 체험토록 하는 게 우리 공모전의 목적”이라며 “본선 진출팀에 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공모전”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완성도와 학생들의 열의에 놀라다
본선에 진출한 20팀에 대한 평가는 지난 10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이영호 한국해양대 교수, 김창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안당 삼성중공업 수석연구원 등 10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평가는 발표 10분, 질의 응답 10분으로 이뤄졌으며, 창의성, 성과물의 완성도, 사업화 가능성, 기술이해도 등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그 결과, 고등부에서는 자가발전 자전거 무인 대여 서비스를 개발한 서울 양천고 ‘런앤런’ 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동안 내부의 발전기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축전지에 저장하고, 충전된 전력을 거치대를 통해 회수하는 제품이다. 자석과 센서를 이용해 바퀴의 회전속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사용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 칼로리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절감량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생산한 전기량을 직접 확인하고 충전한 전력량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서비스 이용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박문수 평가위원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IT기술과 에너지가 접목한 아이디어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며 “실제 앱을 개발하고 다양한 사용자 환경에 대해 고민해 기술의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11월 12일 시상식에서 만난 신유승 학생(양천고 2학년)은 “회로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짜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며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대학부에서는 압전소자를 이용한 발전 모듈을 개발한 부산 경성대의 ‘T4U’ 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압전발전 모듈로, 등산지팡이와 애견목줄에 적용했다. 배종남 씨(경성대 4학년)2는 “충돌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데, 이때 이용되는 충돌 방식을 기존의 면에서 점 방식으로 변경해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수상작은 위쪽 표 참조).
12일 시상식장에 전시된 수상작들은 학생들이 제작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인천과학고 ‘칙칙폭폭’ 팀은 공작기계를 이용해 스털링 엔진을 직접 제작했고 부산 동아대 ‘마레쥐’ 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전기 절약형 멀티탭을 제작했다. 벌의 소음을 이용하는 발전기를 만든 충남삼성고 ‘뉴리제네레이션 에너지’ 팀은 실험을 위해 봉침용 꿀벌 500마리를 구입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황진택 에기평 원장은 “공모전 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