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는 2006년 ‘프로존(Prozone)’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컨설턴트였던 시몬 윌슨을 영입했다. 프로존은 경기장에 설치한 카메라 8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소프트웨어다. 윌슨은 프로존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짰고, 리그 중위권에서 머물던 맨체스터 시티는 2011-2012 시즌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컵을 차지했다.
감독의 눈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
파급력은 컸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19개 팀이 프로존을 사용할 정도다. 프로존은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인 거리, 순간 속도, 움직이는 방향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수치화시킨 다음 감독에게 전달한다.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선수를 교체하고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지시할 수 있다. 유럽의 주요 축구리그에서는 대부분 프로존이나 아미스코 같은 트래킹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
‘선수 추적 능력’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그리 만만히 볼 게 아니다. 경기를 뛰는 축구 선수는 양 팀을 합쳐 22명에 이른다. 심판까지 합하면 23명이 빠른 속도로 경기장을 질주하며 뒤섞인다. 평소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은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다. 게다가 선수들이 뛰어 오르고 드러누우며 몸의 형태를 수없이 바꾸는데, 소프트웨어는 무슨 수로 각각의 선수를 구분하는 걸까.
소프트웨어는 일단 카메라에 찍힌 영상에서 선수들만 떼어낸다. 관중과 경기장 바닥, 라인 등 배경은 계산에서 배제한다. 구분 기준은 색이다. 명암, 색조, 채도가 계산에 쓰인다. 그런 다음 칼만 필터를 적용해 선수들의 형태를 쫓아간다. 칼만 필터는 예측값과 측정값을 조합해 실제값에 가까이 다가가는 알고리즘이다. 선수의 위치와 속도를 계산해 0.1초 뒤 위치를 예측하고, 그 예측된 범위 안에서 선수를 찾아 측정된 위치를 계산에 다시 반영하는 식이다. 칼만 필터로도 놓친 선수는 분석가가 직접 수작업으로 보정한다.

좋은 소프트웨어는 승리의 열쇠
선수 외에도 경기영상에서 추적해야 할 목표물이 하나 더 있다. 축구공이다. 공의 위치와 움직임을 알아야 선수가 현재 뭘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공은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빨라 선수보다 추적하기 어렵다. 알고리즘도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김종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연구원은 2010년, 칼만 필터를 발전시킨 ‘다이나믹 칼만 필터’로 축구공을 추적하는 방법을 개발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기존 칼만 필터에 몇 가지 매개변수를 넣어 발전시킨 형태다. 예를 들어 영상에서 공과 선수가 겹쳐 보일 때, 공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선수를 추적하는 식이다.
효율적인 선수·공 추적 소프트웨어는 승리의 열쇠다. 독일 축구협회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면서 IT기업 SAP와 협력해 ‘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독일대표팀은 매치 인사이트를 이용해 각 선수들의 공 점유시간을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명이 공을 오래 잡고 있지 않도록 지도했다. 선수들끼리 공을 빨리 주고받는 전략 덕분에 독일은 24년 만에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최근엔 축구뿐 아니라 테니스, 미식축구, 핸드볼, 하키, 농구 등다른 구기종목에도 추적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소프트웨어, 어렵지 않아요
➒ 컴파일러(compiler)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옮기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컴퓨터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코볼(COBOL)이나 포트란(FORTRAN), C 언어 같은 고급언어를 컴퓨터가 직접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바꿔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번역기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컴파일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