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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 컴퓨터공학”

서울공대카페 33 컴퓨터공학부



빅데이터,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미래의 기술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전병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컴퓨터공학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세상의 미해결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전 교수를 만나 컴퓨터공학의 매력을 물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매년 재능있는 젊은 컴퓨터 과학자에게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패컬티 펠로십’이라는 상을 수여한다. 전병곤 교수는 2014년 수상자다(왼쪽의 사진 속 상패).]

이선민 교수님, 컴퓨터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기자 이선민입니다. 최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 후배들만 봐도 그렇고요.

전병곤 원래 인기 많았는데(웃음). 아무래도 모든 분야에 컴퓨터가 쓰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선민 그런데 정작 컴퓨터공학부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컴퓨터 고장 났으니 고쳐줘’라는 유머가 있을 정도니까요.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컴퓨터공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전병곤 컴퓨터공학을 크게 나누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연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건 소프트웨어 분야인데, 그 안에도 세부 분야가 있습니다. 요즘 많이 언급되는 빅데이터 연구, 클라우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 연구,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자료를 보여주기 위한 그래픽스 연구 등이 대표적이죠. 프로그래밍 언어나 데이터베이스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고요. 모두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위한 운영체제

이선민 교수님은 이 많은 분야 중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가요?

전병곤 저는 컴퓨터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두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연구이고 나머지 하나는 웨어러블 보안 연구입니다.

이선민 빅데이터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 양의 데이터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전병곤 빅데이터는 페타바이트(PB), 엑사바이트(EB) 규모 단위의 정보들입니다. 1PB는 DVD영화 약 21만 편 정도에 해당하는 용량이죠.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이렇게 많이 발생하다 보니 이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중요해졌습니다. 데이터만 모였다고 해서 저절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이선민 망망대해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는 심정이시겠네요. 어떤 순서로 그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나요?
전병곤 처리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일단 크게 분류한 뒤 처리하는 배치 처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스트림(stream) 처리, 필요할 때마다 질문하면서 분석하는 인터랙티브 처리 등이 있습니다.

이선민 플랫폼마다 지원하는 처리 방식이 다 다른가요?

전병곤 네. 한 플랫폼이 모든 처리 방식을 다 지원하기는 어려워요. 각각의 처리 방식이 따로 개발됐거든요. 그래서 저희 연구실은 각 처리 방식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를 뽑아내서 빅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이선민 웨어러블 보안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인가요?

전병곤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컴퓨터에 비해 크기가 굉장히 작죠? 그러니 컴퓨터에 사용하는 보안 기술을 스마트워치에 그대로 쓸 수는 없습니다. 전력이나 연산이 많이 필요 없으면서도 효율적인, 또 다른 보안기술이 필요하죠. 저희 연구실은 웨어러블 기기용 앱에서 유출되는 정보가 없는지 추적하고, 실시간으로 보안상태를 확인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파악하려는 노력, 실천할 용기

이선민 교수님의 학부 전공은 전자공학인데, 어떻게 전공을 바꿀 생각을 하셨나요?

전병곤 4학년 때 컴퓨터공학부에서 개설된 알고리듬 수업을 우연히 듣게 됐어요. 근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잘하기도 했고(웃음),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석사과정 때 과감한 결정을 내렸죠.

이선민 아무래도 공학부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석사 때 전공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전병곤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학부과정 수업을 추가로 들으면 돼요. 저희 연구실에도 그런 사례가 있고요. 온라인 강좌도 있고, 실력을 보충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있습니다. 용기를 내는 게 가장 큰 과제죠.

이선민 마지막으로, 컴퓨터공학부에 어울리는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요?

전병곤 컴퓨터공학의 매력 중 하나는 접근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요즘엔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컴퓨터를 접하고 사용법을 배우잖아요. 내가 컴퓨터공학에 맞는 사람인지 판단할 기회가 그만큼 많습니다. 컴퓨터를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작동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든가, 게임을 하면서도 ‘이렇게 만들면 더 재미있을 텐데’라는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학생이라면 컴퓨터공학부와 잘 맞는 학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여름을”

저는 이번 여름에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에서 분산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분산 시스템은 한 대의 컴퓨터로 처리하기에 큰 일을 여러 대의 컴퓨터에 적절하게 나눠서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분류하고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베이스 분야나 검색엔진 등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수시로 배분되기 때문에 각 컴퓨터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지가 전체 속도를 결정합니다. 저는 각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전공이 무엇이든 영어는 열심히”

공대생이라서 영어를 잘 못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정말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학부 때도 영어 원서 책을 많이 보고, 대학원에서는 논문 볼 일이 정말 많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입니다. 논문을 영어로 써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요.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놓으면 나중에 막강한 무기가 될 거예요.

“연구실, 미리 경험해볼 것”

저는 학부 시절에 연구실 인턴을 해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쉽습니다.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미리 연구를 해 보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거든요. 연구 환경을 직접 경험해 보면, 나중에 진로를 선택할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본인이 상상하던 연구가 맞는지 확인했으니까요. 조금이나마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것도 매력이고요.




“ 교내 활동은 열정적으로, 정리는 차분하게”

면접 때는 학생부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적은 교내활동을 확인하는 질문인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저는 고등학교 때 ‘과학탐구 토론대회’라는 교내 대회에 나갔는데,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어떻게 팀에서 협동을 이끌어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본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활동이라면 그다지 부담스러운 질문은 아닙니다. 다만 본인이 맡았던 일을 정리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막상 면접 자리에 가면 너무 떨려서 본인이 했던 일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스펙을 위한 활동이 아닌, 나를 위한 활동”

많은 학생들이 경시대회 같은 외부대회에서 수상해야 서울대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눈에 띄는 대회에서 수상하기 보다는, 평소 수업시간에 관심분야를 찾고 그와 연관된 학교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또 관심분야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다 보면, 좋은 기회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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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선민 서울대 공대 학생기자
  • 사진

    김덕영
  • 에디터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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