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이론인 동시에 시간과 공간과 물질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이론의 유력한 후보다. 이때 일반적이라는 말은 모든 것을 일관되게 서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해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이론은 더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통일해 서술하는 이론, 즉 궁극의 이론은 어디에 있을까.
뉴턴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달 위의 세계와 달 아래의 세계에서 통하던 법칙을 통일한 것이다. 덕분에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유럽의 대학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쳤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철학(지상계와 천상계는 구성요소와 기본 법칙이 다르다)을 극복할 수 있었다.
뉴턴은 의도하지 않은 채 지상계와 천상계를 통일했지만, 19세기에는 본격적으로 통일 이론을 위한 노력이 전개됐다. 독일 낭만주의 자연철학을 신봉했던 한스 크리스티앙 외르스테드는 전기와 자기가 동등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 덕분에 전류가 자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혀냈다.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는 역으로 자석의 운동을 이용해 전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와 빛을 모두 합해 멋진 전자기이론을 만들어냈다.
뉴턴의 시간 및 공간 개념과 중력이론을 뒤집어엎는 데 성공한 아인슈타인이 중력이론과 전자기이론을 통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은 뉴저지에 있는 고등과학원에서 통일이론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통일이론 찾아내려 온갖 시도
아인슈타인보다 여섯 살이 적은 헤르만 바일도 아인슈타인과 비슷한 처지였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수학적 구조를 연구하고 있던 바일은 취리히대와 괴팅겐대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야 했다. 고등과학원에서 아인슈타인과 합류한 바일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해 서술하려는 아인슈타인의 목표를 잘 이해했고, 게이지 이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길이를 재는 자(또는 게이지)의 눈금이 달라지더라도 세계를 기술하는 방정식의 꼴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수학적으로 구현한 이론이었다. 더 정확히 말해 작용량에 두 가지 불변조건, 즉 측도불변(길이의 단위를 어떻게 선택해도 법칙의 서술이 동등하다는 조건)과 좌표불변(좌표계를 어떻게 선택해도 법칙의 서술이 동등하다는 조건)을 주면 중력의 마당방정식인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전자기력의 마당방정식인 맥스웰 방정식을 모두 얻을 수 있다.
허나 바일의 이론엔 문제가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했지만, 이론을 통해 예측한 현상이 관측결과와 맞지 않았다. 수학적이고 개념적인 방식으로 전개된 이론의 한계이기도 했다. 수학자와 이론물리학자들이 여러 요건을 체계적으로 적용해 만들어낸 새로운 이론은 종종 자연의 작동방식과 맞지 않는다. 이론은 예측이 관측결과와 부합하는 경우에만 살아남는다.
17개의 언어를 말하고 쓸 수 있었던 천재 물리학자 테오도르 칼루차도 중력과 전자기력의 통일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했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는 이론을 5차원 시공간으로 서술한 것이다. 오스카 클라인은 이 다섯 번째 차원을 전자기력과 관련된 공간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기하학적으로 우아한 칼루차-클라인의 이론도 바일의 이론처럼 실제 관측결과와 부합하지 않았다.
중력과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1920년대 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포크와 독일의 프리츠 론돈은 바일의 게이지 이론과 새로 나온 양자이론을 연결시키기 위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이전에 바일은 길이를 재는 자의 눈금(측도)을 통해 전자기 이론을 유도하려 했다. 반면 포크와 론돈은 여기에 허수단위 i를 곱해서 길이를 파동의 위상으로 바꾸면 맥스웰의 전자기이론과 합치됨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실험으로 대단히 정밀하게 검증된 양자전기역학이 포크와 론돈의 이론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포크와 론돈의 이론은 엄밀히 말해 양자전기역학을 다른 형태로 이해하는 것에 그쳤고, 통일이론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였다.
1950년대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956년 양첸닝과 로버트 밀즈는 서로 독립적으로 포크와 론돈102의 이론을 확장해 양자전기역학뿐 아니라 약한 핵력이나 강한 핵력과 같은 힘들을 서술할 수 있는 ‘비가환 게이지 이론’을 만들어냈다. 이 이론에서는 곱하기의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비가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를 들어 a×b=b×a 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케임브리지대에서 압두스 살람의 지도로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있던 로널드 쇼가 양-밀즈 이론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이론을 만들어 학위논문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로널드 쇼의 연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일한 전자기약력의 이론인 글래쇼-살람-와인버그 이론을 비롯해 강한 핵력을 서술하는 양자색역학 등이 모두 비가환 게이지 이론의 한 형태로 발전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연구소의 이론물리학자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휘소의 연구업적들은 대체로 이 비가환 게이지 이론의 다양한 이론적 측면을 다룬 것이다. 이휘소는 강한 핵력의 비가환 게이지 이론이 섭동계산에서 수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혀 별개인 것처럼 보이던 전기와 자기가 전자기력으로 통일된 것처럼, 이후 전자기력은 약한 핵력과 통일됐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강한 핵력도 여기에 합세해서 명실공히 통일이론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마지막까지 절실하게 추구하던 중력과의 통일이론은 아직도 미래의 일이다.
물리학의 오랜 염원
리 스몰린은 베스트셀러 ‘곤란해진 물리학 : 끈 이론의 발흥, 과학의 몰락, 앞으로 올 일’에서 이론물리학의 최대 난제 다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 번째 문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결합해 자연에 대한 완전한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자연법칙을 통일해 서술하려고 하는 물리학의 오랜 염원이다.
두 번째 문제는 양자역학의 기초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론을 현재의 상태로 놓아 둔 채 의미를 명료하게 밝힐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이론을 만들 수도 있다. (1) 이론을 설명할 제대로 된 언어를 제시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것, (2) 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찾아냄으로써 측정과 관찰이 본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게 하는 것, (3) 양자역학보다 자연을 더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세 번째 문제는 다양한 입자들과 힘을 단일한 통일 이론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입자와 힘의 통일 문제로서, 법칙의 통일 문제와는 구별된다. 스몰린이 제시하는 넷째 문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있는 상수들의 값을 어떻게 정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래로 여러 형태의 초끈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들은 초끈 이론이 모든 것의 이론이라 주장하고 있다. 1984년 존 슈워츠와 마이클 그린이 시발점이었다. 그들은 초대칭이 있는 끈 이론에서 시공간이 10차원이면 중력 변칙항(중력이 포함된 양자이론에서, 일반적인 좌표변환에 대해 같은 꼴로 변환되는 ‘일반공변성’을 깨뜨리는 항)이 사라진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러자 에드워드 위튼을 비롯해 미국 고등과학원과 프린스턴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이론물리학자들이 폭풍우처럼 이 새로운 이론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죽기 직전까지 찾아 헤매던 중력 양자이론의 강력한 후보가 바로 초끈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초끈 이론은 중력과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궁극의 이론일 수도 있다. 1995년 에드워드 위튼은 다섯 가지 정합적인 초끈 이론이 모두 이중성을 매개로 연결돼 있음을 증명하면서, 11차원에 있는 초대칭 막을 다루는 M이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예측결과는 전무한 형편이다.
어쩌면 통일이론은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많은 현상들은 복잡해질수록 전혀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모든 것을 통합하는 이론이란 애초에 부적절한 꿈일 수도 있다. 게다가 바일과 칼루차-클라인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라고 해도 예측된 현상이 실험과 관측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저 아름다운 수학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궁극의 이론에는 지난 100년 동안 더 세련되게 다듬어져 온 일반상대성이론이 어떤 형태로든 포함될 것이다. 통일이론의 등장은 인류 이성의 위대한 성취를 보여주는 멋진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뉴턴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달 위의 세계와 달 아래의 세계에서 통하던 법칙을 통일한 것이다. 덕분에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유럽의 대학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쳤던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자연철학(지상계와 천상계는 구성요소와 기본 법칙이 다르다)을 극복할 수 있었다.
뉴턴은 의도하지 않은 채 지상계와 천상계를 통일했지만, 19세기에는 본격적으로 통일 이론을 위한 노력이 전개됐다. 독일 낭만주의 자연철학을 신봉했던 한스 크리스티앙 외르스테드는 전기와 자기가 동등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 덕분에 전류가 자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혀냈다.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는 역으로 자석의 운동을 이용해 전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와 빛을 모두 합해 멋진 전자기이론을 만들어냈다.
뉴턴의 시간 및 공간 개념과 중력이론을 뒤집어엎는 데 성공한 아인슈타인이 중력이론과 전자기이론을 통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아인슈타인은 뉴저지에 있는 고등과학원에서 통일이론을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통일이론 찾아내려 온갖 시도
아인슈타인보다 여섯 살이 적은 헤르만 바일도 아인슈타인과 비슷한 처지였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수학적 구조를 연구하고 있던 바일은 취리히대와 괴팅겐대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야 했다. 고등과학원에서 아인슈타인과 합류한 바일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해 서술하려는 아인슈타인의 목표를 잘 이해했고, 게이지 이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길이를 재는 자(또는 게이지)의 눈금이 달라지더라도 세계를 기술하는 방정식의 꼴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수학적으로 구현한 이론이었다. 더 정확히 말해 작용량에 두 가지 불변조건, 즉 측도불변(길이의 단위를 어떻게 선택해도 법칙의 서술이 동등하다는 조건)과 좌표불변(좌표계를 어떻게 선택해도 법칙의 서술이 동등하다는 조건)을 주면 중력의 마당방정식인 아인슈타인 방정식과 전자기력의 마당방정식인 맥스웰 방정식을 모두 얻을 수 있다.
허나 바일의 이론엔 문제가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했지만, 이론을 통해 예측한 현상이 관측결과와 맞지 않았다. 수학적이고 개념적인 방식으로 전개된 이론의 한계이기도 했다. 수학자와 이론물리학자들이 여러 요건을 체계적으로 적용해 만들어낸 새로운 이론은 종종 자연의 작동방식과 맞지 않는다. 이론은 예측이 관측결과와 부합하는 경우에만 살아남는다.
17개의 언어를 말하고 쓸 수 있었던 천재 물리학자 테오도르 칼루차도 중력과 전자기력의 통일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했다.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는 이론을 5차원 시공간으로 서술한 것이다. 오스카 클라인은 이 다섯 번째 차원을 전자기력과 관련된 공간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기하학적으로 우아한 칼루차-클라인의 이론도 바일의 이론처럼 실제 관측결과와 부합하지 않았다.
중력과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1920년대 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포크와 독일의 프리츠 론돈은 바일의 게이지 이론과 새로 나온 양자이론을 연결시키기 위해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이전에 바일은 길이를 재는 자의 눈금(측도)을 통해 전자기 이론을 유도하려 했다. 반면 포크와 론돈은 여기에 허수단위 i를 곱해서 길이를 파동의 위상으로 바꾸면 맥스웰의 전자기이론과 합치됨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실험으로 대단히 정밀하게 검증된 양자전기역학이 포크와 론돈의 이론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포크와 론돈의 이론은 엄밀히 말해 양자전기역학을 다른 형태로 이해하는 것에 그쳤고, 통일이론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였다.
1950년대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1956년 양첸닝과 로버트 밀즈는 서로 독립적으로 포크와 론돈102의 이론을 확장해 양자전기역학뿐 아니라 약한 핵력이나 강한 핵력과 같은 힘들을 서술할 수 있는 ‘비가환 게이지 이론’을 만들어냈다. 이 이론에서는 곱하기의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비가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를 들어 a×b=b×a 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케임브리지대에서 압두스 살람의 지도로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있던 로널드 쇼가 양-밀즈 이론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이론을 만들어 학위논문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로널드 쇼의 연구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일한 전자기약력의 이론인 글래쇼-살람-와인버그 이론을 비롯해 강한 핵력을 서술하는 양자색역학 등이 모두 비가환 게이지 이론의 한 형태로 발전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연구소의 이론물리학자로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휘소의 연구업적들은 대체로 이 비가환 게이지 이론의 다양한 이론적 측면을 다룬 것이다. 이휘소는 강한 핵력의 비가환 게이지 이론이 섭동계산에서 수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혀 별개인 것처럼 보이던 전기와 자기가 전자기력으로 통일된 것처럼, 이후 전자기력은 약한 핵력과 통일됐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강한 핵력도 여기에 합세해서 명실공히 통일이론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마지막까지 절실하게 추구하던 중력과의 통일이론은 아직도 미래의 일이다.
물리학의 오랜 염원
리 스몰린은 베스트셀러 ‘곤란해진 물리학 : 끈 이론의 발흥, 과학의 몰락, 앞으로 올 일’에서 이론물리학의 최대 난제 다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 번째 문제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결합해 자연에 대한 완전한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자연법칙을 통일해 서술하려고 하는 물리학의 오랜 염원이다.
두 번째 문제는 양자역학의 기초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론을 현재의 상태로 놓아 둔 채 의미를 명료하게 밝힐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이론을 만들 수도 있다. (1) 이론을 설명할 제대로 된 언어를 제시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것, (2) 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찾아냄으로써 측정과 관찰이 본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게 하는 것, (3) 양자역학보다 자연을 더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세 번째 문제는 다양한 입자들과 힘을 단일한 통일 이론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입자와 힘의 통일 문제로서, 법칙의 통일 문제와는 구별된다. 스몰린이 제시하는 넷째 문제는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있는 상수들의 값을 어떻게 정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1980년대 이래로 여러 형태의 초끈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들은 초끈 이론이 모든 것의 이론이라 주장하고 있다. 1984년 존 슈워츠와 마이클 그린이 시발점이었다. 그들은 초대칭이 있는 끈 이론에서 시공간이 10차원이면 중력 변칙항(중력이 포함된 양자이론에서, 일반적인 좌표변환에 대해 같은 꼴로 변환되는 ‘일반공변성’을 깨뜨리는 항)이 사라진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러자 에드워드 위튼을 비롯해 미국 고등과학원과 프린스턴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이론물리학자들이 폭풍우처럼 이 새로운 이론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죽기 직전까지 찾아 헤매던 중력 양자이론의 강력한 후보가 바로 초끈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초끈 이론은 중력과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궁극의 이론일 수도 있다. 1995년 에드워드 위튼은 다섯 가지 정합적인 초끈 이론이 모두 이중성을 매개로 연결돼 있음을 증명하면서, 11차원에 있는 초대칭 막을 다루는 M이론을 제안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예측결과는 전무한 형편이다.
어쩌면 통일이론은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많은 현상들은 복잡해질수록 전혀 새로운 현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모든 것을 통합하는 이론이란 애초에 부적절한 꿈일 수도 있다. 게다가 바일과 칼루차-클라인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훌륭한 이론이라고 해도 예측된 현상이 실험과 관측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저 아름다운 수학이론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궁극의 이론에는 지난 100년 동안 더 세련되게 다듬어져 온 일반상대성이론이 어떤 형태로든 포함될 것이다. 통일이론의 등장은 인류 이성의 위대한 성취를 보여주는 멋진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