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입자 배열 구조가 독특하다. 보통의 고체 물질은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있는데, 고체 유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무질서하게 퍼져있다.
과학자들은 유리가 액체 상태에서 고체상태로 바뀌는 ‘유리 전이’ 과정에 비밀이 숨어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그 비밀의 실마리가 될 새로운 물질 상태가 발견됐다.
마티아스 훅스 독일 콘스탄츠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젤과 같은 콜로이드와 고체의 중간 성격을 띠는 물질 상태를 발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플라스틱(PMMA)으로 모양이 타원체인 콜로이드 입자를 만들었다. 보통 콜로이드의 특성을 연구할 땐 구형의 입자를 사용하지만, 고체 유리와 같이 독특한 물질의 상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모양의 입자를 사용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타원형 콜로이드를 특정 용매에 넣어 콜로이드 현탁액을 만든 뒤, 콜로이드 입자 농도를 조절하며 공초점현미경으로 특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입자들이 병진운동(평행이동)은 하지만 회전운동은 하지 않는 독특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보통의 콜로이드 입자는 병진운동과 회전운동을 동시에 보인다. 그러나 타원형 콜로이드 입자는 회전운동을 하지 않아 긴반지름의 방향이 동일한 입자들끼리 뭉쳐서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이런 입자의 움직임은 유리 전이 과정 중 나타난다. 훅스 교수는 “유리 전이 과정을 분석하는 데 입자의 모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doi: 10.1073/pnas.201807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