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1만3천여 과학기술자를 배출한 KAIST는 학문적 우수성과 더불어 자유스러움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풍토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엑스포가 열렸던 대덕 과학연구단지 내. 정부 제3청사의 건물이 우뚝 치솟고 있는 사이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지성을 조련하는 대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89년 서울 홍릉에서 이곳으로 이전한지도 5년이 지났다. '세계를 향한 대학, 미래를 여는 대학'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힘찬 도약을 선언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국내의 다른 대학과는 달리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1971년 2월 16일 한국과학기술원 특별법에 의하여 개교한 과기처 산하의 특수목적 대학이다. 다른 대학과는 달리 이름부터 원(院)이라는 특수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학부중심의 다른 대학과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한 것이다. 그간 과학원, 과기원, 과기대 등으로 혼용되고 있지만 KAIST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더 많이 알려져 있다.
KAIST에는 3백30여명의 교수와 약 2천여명의 이공계 대학생, 1천여명의 석사과정 대학원생, 그리고 3천여명의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분포부터 다른 대학과는 전혀 다르다. 그간 배출한 1만3천여 과학기술자들의 분포를 보면 더욱 그 성격이 뚜렷해지는데, 박사가 2천2백명, 석사가 8천7백여명, 학사가 2천5백여명이다. 배출된 학생들 중 약 50%가 20대 박사들이고 국내에 활약중인 40대 이하의 젊은 박사 약 5천명중 약 40%가 KAIST 출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적 배출 실적만으로 '세계 10대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선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 대학이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은 전환기의 한국과학기술을 선진국 대열로 올려 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간 4천7백여건의 연구과제에 1천8백억원의 연구실적을 올렸고, 교수 1인당 연구논문 발표실적은 이미 선진국의 상위권 대학에 이르렀다. 학과 별로도 이미 세계 20대 학과의 연구실적을 올리고 있다. 93년 미국공학평가기관(ABET)은 이미 대학원은 미국의 상위 10% 이내, 대학과정은 상위 30% 이내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많은 교육비를 KAIST에 투자해 국내 최고의 교육 및 연구시설을 갖추게 하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 석사과정에 병역특혜 혜택을 주었고, 지금도 박사과정에서 이공계 대학원생으로서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영재교육기관으로서 교육부가 갖는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유연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과기처 산하의 특별법인으로 설립한 것도 이러한 지원책의 일환이다. 그간 우리 국민들과 기업도 과학기술이 갖는 특수성과 국가장래를 위해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KAIST는 다른 대학과 구별되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과학영재에 대한 교육적 배려를 들 수 있다. 현재 이 대학은 올림피아드 참가자나 수학·과학경시대회 수상자들에게는 무시험 특별전형, 혹은 가산점을 주는 제도로 과학영재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과학고생 및 과학재능아들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96학년도 입시에서는 60% 정도를 무시험 특별전형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이 대학 지망생은 모두 학과 구별없이 선발하기 때문에 입시 때마다 눈치작전으로 학과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이 없다. 대학에 진학한 후 학과를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약 70%가 과학고에서 진학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고2때 과학영재 선발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진학한다. 일반고교에서 진학할 수 있으나 그 숫자는 적다. 특히 다른 대학과는 달리 재수생이 전혀 없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따라서 동년배의 다른 대학생들과 비교하여 연령상 1살정도 적다.
이처럼 속진적인 교육 정신을 반영하여 개인의 능력별로 계절학기나 학점인정제도를 거쳐 졸업학점을 이수하기만 하면 석박사과정에 조기 진학할 수 있다.
70-80% 과외경험없어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교수들이 많은 과제물과 읽기과제를 매주 '선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 개개인도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습성이 몸에 배인 탓이다. 최근 신입생조사에 따르면 타대학과는 달리 70-80% 학생들이 과외를 받아본적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지난 수년간 과외열풍에 신음한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KAIST는 학생들에게 장학혜택이 많기로 유명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만큼 그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 전원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준다. 재학생들은 성적에 따라서 학자금이 지원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다른 대학에서처럼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다. 학업이 우수하면 해외의 유명대학을 연수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된다. 물론 학업성적이 부진하면 대학으로부터 추방된다.
이러한 모든 특징은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사고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 노력한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정신을 갖게 한다. KAIST 윤덕용원장은 이러한 대학의 특성에 대하여 "MIT와 같은 학문적 우수성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하버드와 같은 자유스러움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캠퍼스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고 말했다.
모든 재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개인주의에 젖기 쉬운 과학기술자들에게 공동체 생활의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모든 재학생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동아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KAIST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동아리활동을 장려하는 대학으로서도 유명하다.
소년가장돕기의 '디딤돌', 아시아 핀수영을 주름잡고 있는 수영부 '가오리'등은 이미 여러 매스컴에서 소개된 바 있다.
또한 과학기술분야에서 도외시하기 쉬운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감각을 갖는 과학자를 키우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목요일마다 열리는 목요교양강좌에는 국내의 내로라는 명사들이 한번쯤 초청되었고,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금요문화행사는 국내외 정상급 예술인이 초청된 바 있다. 이러한 문화활동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실험무대로서 자리잡고 있다.
한편 대학원에는 석사과정 50%, 박사과정은 전원을 무시험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석시과정 선발은 우리나라의 일류대출신들의 학력 경진장이 되고 있다. 과학원은 학교의 수업과 졸업논문으로 예비과학자를 조련하고 있는데 학교수업의 강도가 높고 과제의 양도 많다. 박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저명한 외국 잡지에 논문 한두편을 내지 않고는 졸업이 안될 만큼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논문을 만들기 위하여 때로는 6년, 10년동안 끝없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학위논문 심사에 통과할 수 없다.
과학교육의 요체, 실험·실습
최근에는 현장교육이나 실험실습이 더욱 강조되어 산업 현장실습이 정규학점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교수들의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개별 연구과제를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 연구수행 과정에서 본인의 논문 주제를 준비하고 실제 논문을 쓰기도 한다. 실험·실습 교육은 이 대학이 초창기부터 추진해와 이미 오랜 전통이 됐다. 따라서 졸업생들은 실험실습에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대학은 국내의 다른 대학과의 교류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포항공대와는 정보자료 교류를 확대하고, 남학생이 많은 특성을 바탕으로 이화여대와 숙명여대와의 교류를 시작하였다. 해외의 유명대학과 학생들의 교류 정책을 펴기도 하여 '교육의 세계화'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의 버클리, 프랑스의 인사(INSA), 일본의 동경공업대학, 러시아의 바흐만대학 등 과학기술분야의 명문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교수와 학생의 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학생들이 해외 학술발표에 참가하기도 하고 있어 학술발전을 한걸음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