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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색을 찾아서

조곤조곤 풀어보는 문화재의 수수께끼 ➑


문화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중국이나 일본에 갔을 때 유명한 관광지의 전통 목조 건물을 눈 여겨 보세요. 한국의 건축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양식도 물론 다릅니다만, 첫인상부터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색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목조건축물의 표면에는 청색이나 적색 등 다채로운 색이 기하학적인 문양과 함께 칠해져 있습니다. 흔히 단청이라고 하지요.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단청은 선명한 색채감으로 강렬하고 화려한 인상을 보입니다. 오래된 단청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색이 바래고 나무 색과 섞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저는 마곡사 대광보전 내부의 단청과, 구불구불한 나무 사이에서 존재감을 빛내던 개심사 대웅전의 단청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맥 끊겨 가는 전통안료 연구 잇는다

단청은 전통 건축물 표면을 장식하는 전통 문양과 색이지만, 재료까지 전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현재 단청을 만드는 재료는 광물성 재료를 이용하거나 합성을 해 만드는 전통안료와, 화학적인 재료로 만드는 화학안료로 나뉩니다.

언뜻 생각해서는 전통안료를 써야만 할 것 같은데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통안료는 비싸거나, 아예 재료 수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인체나 환경에 무해한지 여부도 조심스럽게 따져봐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싸고 안전성이 검증된 화학 안료가 있는 상황에서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굳이 전통안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전통안료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걸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성 못지 않게 문화재의 원형을 되살리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안료에 대한 연구는 필수입니다. 정혜영 복원기술연구실 학예연구사는 “재료와 제조법, 특성을 규명해서 잊혀져 가는 전통안료의 맥을 잇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현장에서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안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전통안료의 제조법과 품질 특성, 안전성, 시공 방법 등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올해 초까지 기초적인 문헌 조사와 업체 현황 파악을 마친 상태이지요. 정 연구사는 “지금은 토양 안료의 제조기술을 실험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암석 안료 등으로 범위를 차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고유의 색을 기다리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8년 방화로 불에 탄 숭례문 복원을 위한 조사에 참여하면서 체계적인 단청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숭례문 복원 사례는 다양한 보고서로 나와 있는데, 그 가운데에 숭례문 현판의 단청 안료를 X선 형광분석기를 이용해 조사한 부분도 있습니다. X선 형광분석기는 시료 속 원소가 에너지를 흡수했다 방출하는 패턴을 분석하는 장비입니다.



이 패턴을 보면 어떤 원소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 색에 따라 칼슘, 철, 코발트, 구리, 납, 비소 등의 검출 비율이 달랐는데, 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현판을 이루고 있던 원재료의 재료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붉은색은 납과 철이 주로 검출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납을 주 성분으로 하는 연단(2PbO·PbO2)이나, 철이 주재료인 석간주(Fe2O3)가 안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단은 중국에서 2500년 전부터 썼던 기록이 있고 오늘날 페인트에도 쓰는 안료입니다. 녹색에서는 구리와 비소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특성을 보이는 재료는 화록청(C2H3As3Cu2O8)입니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도 썼던 재료로, 조선 후기에도 경복궁 등에 쓴 기록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의 안료입니다만, 분자식에서도알 수 있듯 독성이 강한 비소(As) 성분이 있어 지금은 생산하지 않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작년부터 하고 있는 연구는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단청 안료를 파악합니다. ‘우리의 색’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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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공동기획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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