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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세상이 궁금한 수원청개구리의 외출


수조를 막 나온 수원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는 보통 청개구리보다 체구가 작고 벼에 매달리기 좋아하며 논둑의 잡초 속에서 쉬는 게 특징이다.
➋ ➌ 서울대와 이화여대의 수원청개구리 연구팀이 논에 수원청개구리를 풀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구를 이끈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방사된 수원청개구리는 5월 말~6월에 채집돼 2~3달 자란 개체들이다. 수조 하나에 5~10마리가 살았다.

08월 25일 저녁 7시 40분, 경기도 수원시 외곽에 위치한 일원저수지 옆 작은 논. 김예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석사과정)이 투명한 플라스틱 수조를 든 채 어둠이 깔린 논에 들어갔다. 신발을 벗어 던진 맨발 차림이었다. 안개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은 쓰지 않았다. 기자가 따라 들어가려 하자 김 연구원이 나직하게 외쳤다.

“발 밑을 조심하세요!”

움찔 놀라는 기자 앞으로 보이지 않는 웃음 소리가 날아왔다. “수원청개구리가 꽤 재빠르거든요. 벌써 여러 마리가 수조 밖으로 나갔어요. 아마 풀숲에 숨었을 거예요.”


논으로 떠난 수원청개구리의 소풍

수원청개구리는 1980년대에 경기도 수원에서 처음 발견된 청개구리다. 일반적인 청개구리보다 몸집이 작고 벼에 매달리기 좋아하며 노랫소리가 앙칼진 게 특징이다. 논에만 머무르지 않고, 논둑의 잡초 속에 드나들며 쉬거나 먹이 사냥을 하는 것도 독특하다.

수원청개구리는 수원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정작 최근에는 수원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수원청개구리가 좋아하는 잡초가 있는 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청개구리는 경기도 김포 등 극히 일부 지역에만 조금 남아 있고,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 받고 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2012년부터 ‘어린이과학동아’가 주도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와 함께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와 생태를 연구하고 있다. 지구사랑탐사대는 어린이와 학부모 회원으로 이뤄져 있는 자발적 탐사 모임이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의 논이나 호수 등을 찾아 다니며 수원청개구리의 모습과 노랫소리를 채집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장 교수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의 수원청개구리 분포 현황을 파악하고, 생태를 연구한다. 지난해 8월에는 이를 바탕으로 쓴 논문을 생태학 국제학술지 ‘생태정보학’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수원청개구리는 잡초가 우거진 논둑이 있는 환경을 좋아합니다. 또 논의 비율이 높은 지역을 선호하지요. 아파트 단지와 호수공원이 늘어선 이 곳이 복원에 아주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나마 여건이 허락되는 장소니 시도해 봐야죠.”

장 교수는 이날 수원청개구리 80마리를 방사했다. 완전히 어두워진 뒤, 5명의 연구원이 수조를 나눠 들고 논에 들어갔다. 논둑으로부터 2m 떨어진 지점에서 뚜껑을 열고 기다리자, 수원청개구리가 시차를 두고 논으로 숨어들었다. 이미 7월 중순과 8월 초에 각각 20마리와 50마리를 방사했기 때문에, 이 논에서만 모두 150마리의 수원청개구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장 교수는 “이 가운데 10%(15마리) 정도만 살아 나가도 큰 성공일 것”이라며 “방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3일마다 와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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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수원=윤신영 기자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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