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많다. 하지만 멍청한 질문이 꼭 쓸데없는 질문은 아니다.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의외로 쓸 데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로봇공학자로 일했던 웹툰 작가 랜들 먼로는 멍청한 질문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보내는 엉뚱한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를 짧은 만화와 함께 그의 블로그 ‘xkcd xkcd.com)’에 올리고 있다. ‘위험한 과학책’은 그의 답변 중 일부를 모아 묶은 책이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작년 9월 미국에서 출간된 뒤, 아마존에서 3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이 책에 실린 질문들을 보면 그 기발함에 실소가 터질 정도다. ‘추운 겨울, 자전거를 얼마나 빨리 타야 피부가 따뜻해질까’, ‘야구공을 광속구로 던지면?’, ‘70억 인구가 동시에 뛰면 어떻게 되나’, ‘전 세계에서 치는 모든 번개가 한곳에 친다면?’ 등 기상천외한 질문이 가득하다. 이런 질문에 과연 과학적으로 답하는 게 가능할까. 예를 들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먼로의 대답을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하의 공기를 실온 수준인 20°C까지 올리려면 초당 200m 속도로 자전거를 몰아야 한다. 지구상에서 사람의 힘으로 굴
리는 가장 빠른 자전거는 ‘리컴번트 자전거’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로, 초속 40m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지구상에는 초속
200m로 갈 수 있는 자전거가 없다. 만약 이런 자전거가 있다고 해도, 사람의 다리 힘으로는 그렇게 달릴 수 없다. 초속 40m로 탈 때보다 25배 이상의 힘이 필요한데, 몇 초 만에 몸 중심부 체온이 너무 많이 올라가 생존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꽤 그럴 듯한 답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요다가 발휘하는 포스(일종의 장풍)의 출력을 묻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영화 속에서 엑스윙이 물 밖으로 올라오는 시간을 재고,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서 수영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보고 실제 원자력을 연구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쓸데없이 ‘고퀄(high quality)’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는 성심성의껏 모든 질문에 답한다. 그의 세련된 과학적 유머도 눈여겨 볼만하다. 인간이 종이에 들어있는 셀룰로오스를 소화한다면, 이 책을 먹었을 때 2300칼로리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과학동아 6월호는 1100칼로리 정도 된다. 짜장면 한 그릇과 탕수육 1인분쯤 되는 칼로리다!).
이 책을 감수한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는 “질문은 모든 앎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과학을 알아갈 준비가 됐다면, ‘쓸데없는 질문이 아닐까?’라는 의심은 잠시 내려놓자.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학적 여정을 즐겨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