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스쿠바 다이빙(SCUBA DIVING)이 레저스포츠로서 정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이빙을 즐기고 있어 우리나라의 잠수가 가능한 많은 바닷가와 섬들은 거의 다 이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올해의 촬영여행은 잘 알려지지 않은곳이나 생성이래 사람이 안들어가 본 수중동굴 등을 택하여 탐사 촬영을 시도해봐야 겠다는 계획아래 여러군데 물색하여 촬영하였다.
제주도의 수중굴은 꽃동네
먼제 제주도의 섬과섬 사이의 바다 한가운데에 대단히 수중경관이 좋은곳이 있다는 말을 현지 잠수부(속칭 머구리)가 알려줘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배에서 어떠한 기구도 사용하지 않고 섬과 나무, 집 등을 목측으로 맞추어봐서 바다 한가운데서도 정확한 잠수지점을 찾아내는 현지 어부의 스스로 터득한 삼각 측량법을 볼 때 필요가 과학을 탄생 시킨다는 것을 실증해 주는것 같았다.
자칫하면 조류에 떠 내려가서 찾을 지점을 지나치게 될지 모르니 빠른 속도로 잠수해 내려가라는 어부의 말을 듣고 급히 잠수하기 시작했다. 수심계가 10m∼15m까지 내려가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하고 어부의 경험을 의심하던 차에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절벽과 계곡에 꽉 들어찬 물꽃(연산호의 일종)과 산호 그리고 웬만한 작은 소나무 만한 '운항'이 여기저기 버티고 있었다. 이곳을 알려 준 잠수부가 흔히 이곳을 '꽃동네'라고 부른다는 것이 정말 실감이 날 정도였다. 수심도 20m에서 36m정도여서 좋은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깊고 어두운 편이었다. 이곳에서의 촬영은 정확한 노출과 강한 조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첫번째 마주친 것이 굉장히 많은 '자리떼'였다. '자리떼'가 이상하게 생긴 낯설은 큰 물고기 인양나를 구경하려고 떼지어 몰려들어 처음에는 내가 모델이 되어주었지만 너무많이 몰려들어 시야를 가렸다. 원거리 촬영에는 방해가 되어 귀찮을 정도였다.
경관을 주로 찍기위해서 수중전용으로 나온 렌즈중 가장 화각(畵角)이 넓은 15mm F2.8N렌즈를 T.T.L.(Through The Lens)방식이 채용되어 만들어진 NIKONOS V 보디에 착용시키고 스트로보는 NIKON에서 수중용으로 만든 SPEED LIGHT S.B-102를 사용하였다.
지난번 사용시 15mm 렌즈와 SB-120 스트로보를 부착시킨 상태로 촬영한 결과 사진의 모서리 부분에 빛이 못미치는 것을 알고 조사해본 결과 15mm렌즈의 수중화각(水中畵角)이 94˚ 나 되는것에 비해 스트로보에 조사되는 각도는 79˚ 밖에 안되는것을 알게 되었다.
보조 스트로보가 필요함을 느끼면서 인위적으로 스트로보를 한손에 카메라와 분리해 들고 최대한 뒤로 위치하게 해서 촬영하여 좋은 효과를 보았다. 이곳의 특징은 주위의 깊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같이 형성된 지형이라서 사막가운데 오아시스같이 많은 종류의 물고기와 생물들이 밀집해 살아가고 있었다. 저립, 다글바리 등 1m가 넘는 대형 어종에서부터 돌돔, 붉바리, 찰돔, 혹돔 등 식용으로도 최고라는 어종과 자리돔, 말미잘과 공생하는 흰동가리돔 등 다양했다.
또 이밖에도 불가사리, 소라등도 많아 바닷생물 전시장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한 아주 운이좋게도 흔히 볼수 없는 쏠베감펭을 어렵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 고기는 겉보기에 색깔도 화려하고 생김새도 한껏 치장한 여왕같이 너무 아름답다. 그러나 그 보기 좋은 지느러미 속에 주사바늘같은 관이 숨겨져 있어 보기좋다고 손으로 만졌다가는 코브라의10배 정도나 되는 무서운 독에 쏘여 자칫하면 목숨을 잃는수도 있다.
이곳은 아직 풍요를 간직해
대형 어종을 카메라에 담고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거리를 안주어서 촬영할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왔다. 하지만 화려한 색을 띠고있는 여러가지 부착생물이나 산호, 저활동성 어류를 촬영하기에도 필름이 모자랄 정도였다. 이렇듯 사람의 손길이 쉽게 닿을수 있는곳은 점점 황폐해져 삭막하게 되었지만 이곳처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곳은 무수한 생물이 자연그대로 살고 있었다.
아쉬움속에 동해안으로 향하였다. 동해안에서는 옛날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후포에서 어선으로 3시간정도 독도쪽으로 가다보면 삼척에서 포항항까지 형성되어 있는 해저 산맥의 최고봉우리, 일명 왕돌암이란 곳이 있다. 그곳을 가보니 굉장히 깊은 바다에 큰 해류와 조류가 갑자기 얕아진 곳을 만나서 유속이 대단히 빠르고 군데군데 물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잠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조심하지 않으면 조류에 떠내려가 바다의 미아가 될지경 이었다.
막상 들어가보니, 어떤 물체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멈춰 있을수가 없을 정도로 조류가 대단하였다. 그러다보니 사진촬영은 근접촬영과 접사촬영만이 용이하였다. 수중카메라 NIKONOS V에 35mm F2.5 렌즈에1 :1 접사링을 끼워 촛점에 변화를 주워서 Closeup 촬영을 주로 하였다.
이곳도 바다한가운데 형성된 수심이 얕은지역이라서 그런지 자연적인 어초(魚礁)가 되어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동해안 근해에서 볼수없는 물고기들이 많았고 같은 종류라도 크기가 훨씬컸다. 작은 연체동물이나 갑각류 또는 작은산호등을 주로 촬영하였다.
빠른 조류로 인하여 물이 굉장히 맑았지만 촬영하기 위해서 몸을 고정시키기가 너무 어려워 광각렌즈를 사용하여 경관이나 큰 어류 등을 촬영못한게 끝내 아쉬웠다.
동굴과 동굴촬영
수중동굴사진을 찍기위해서 여러동굴을 탐사하여 보았지만 그중에서는 역시 삼척에 있는 '초당동굴'이 최적지인 것 같다. 지난 84년에 가보고 85년에 처음으로 수중통로를 통하여 수직육상동굴과 만나는 곳까지 가 보았다. 그때가 내가 알기로는 동굴이 형성된 후 처음으로 물속통로를 통해 끝까지 가본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동굴잠수에는 여러가지 부수적인 장비가 많아서 촬영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수중전등빛 외에는 캄캄한 상태여서 스트로보를 찍고자 하는 파사체에 짐작으로 비춰주어서 빛이 닿는곳만 사진이 나오고 그렇지 못한 곳은 까맣게 나오는 등 좋은 사진을얻을 수가 없었다.
수중동굴에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전등을 손전등에서 머리부분에 고정시킬 수 있는 전등으로 바꾸던가 몇몇 회사에서 나오는 전등역할까지 할수 있는 스트로보를 사용하여 암흑속에서도 피사체를 정확히 보고 조명하여 촬영해야 된다는 좋은 경험을 얻었다. 물 자체가 계속 흘러가는 광천수라서 동굴 내의 물은 굉장히 맑았고 침전물도 없어서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생기지 않아 수중촬영에는 아주 좋았다.
그리고 경관도 신비하고 고요함이 몸을 감싸 잊을수 없는 잠수였다. 이렇게 많이 알려지지않은 곳이나 전혀 안가본 곳을 다니며 잠수하다보니 절실히 느껴지는 것이 '자연보호'였다. 샘플을 해치고 경관을 파손시키지 않고 보고 즐기면서 사진에 담기만 한다면 오래오래 그 자태와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느꼈던 이 희열을 계속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