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결심 세 가지가 있다. 금주, 금연, 그리고 다이어트. 최근에는 ‘몸짱’에 도전하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남성들도 부지기수다. 의학의 도움을 받는 사람의 수도 부쩍 늘었다. 지난 설 연휴에는 성형외과가 성형 인파로 북적댔다고 한다. 사실 외모란 인간이 생물학적인 개체로 살아가는데 가장 마지막 순위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즉 생태계에서 하나의 개체로서 영양을 섭취하고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때로는 방어하는 데 필요한 가장 하위 항목이다. 다만 현대에는 인간이 사회적인 개체로 살아가면서 ‘외모=자신감’이라는 공식과 맞물려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을 뿐이다.
전신성형 _ 마취 후 산소포화도 체크해야
왕년에 잘나갔던 아역배우 출신의 여배우 강주리는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기 위해 전신성형을 감행한다. 그녀는 의사로부터 코 수술, 가슴 성형 등을 권유 받는다. 성형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그녀는 수술로 잘 다듬어진 몸매를 맘껏 뽐내며 모바일 화보까지 촬영한다.
엄밀히 말해 전신성형이란 시술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수술로 전체적인 몸 윤곽이 눈에 띄게 바뀌는 경우를 가리켜 소위 ‘전신성형’이란 표현을 쓴다. 얼굴의 경우 눈과 코 수술, 안면윤곽, 지방이식, 주름제거 같은 시술이, 몸통에서는 유방 확대나 축소, 복부 지방흡입 시술이, 그리고 팔과 다리에서는 지방흡입술이나 종아리 근육 퇴축술 등이 있다.
이 경우 한 번의 마취로 여러 개의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시술 내용이 안전한지, 환자가 마취 상태를 견딜 수 있는지 같은 요소들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가령 광대뼈를 축소하거나 사각턱을 교정하는 안면윤곽술과 눈, 코 수술은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안면윤곽술의 경우 전신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신마취 뒤 환자가 호흡할 수 있도록 입이나 코에 기도삽관 튜브를 연결한다. 이때 환자가 튜브로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체내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산소포화도가 95~100%를 유지하면 양호하다. 또 전신마취 자체가 특별히 위험하진 않지만 환자의 호흡기나 순환기 계통이 외부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하므로 혈압과 맥박,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얼굴은 좁은 면적에 중요한 기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수술 뒤 얼굴에 절개선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입안의 점막을 자르고 이를 통해 수술 부위로 접근하기 때문에 숙련된 의사만이 집도할 수 있다. 마치 식탁(얼굴) 위에 큰 상자를 덮고 상자 위에 조그만 창(입안 점막)을 뚫은 뒤 기다란 튀김용 젓가락(수술 기구)으로 식사를 하는 것과 같다.
지방흡입술 _ 혈전이 혈관 막을 수도 있어
성형외과 의사 최용우(김성민 분)는 재건성형에 힘쓰는 의사다. 그는 살이 쪄서 지방흡입술을 하겠다며 찾아온 환자에게 지방흡입술을 권하는 대신 먼저 “운동은 해보셨습니까?”라며 되묻는다.
우리 몸의 지방세포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체중이 쉽게 줄지 않는 이유는 지방세포의 크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뿐 숫자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지방세포가 작아졌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크기로 돌아가려 한다. 그래서 요요현상이 생긴다. 게다가 대개 원하는 부위의 살이 빠지기보다는 볼이나 머리 옆 부분의 살이 먼저 빠진다. 때문에 원하는 부위에서 지방세포의 수를 줄이기 위해 지방흡입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흡입의 경우 전신마취를 했을 때는 1회에 1.5L 이하로 흡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지방흡입을 위한 전처치와 후처치 기법이 많이 발달해 3~4L까지 흡입하기도 한다. 환자가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1회에 최대 5L까지 지방을 흡입할 수 있다.
한편 지방을 흡입할 때 지방과 함께 체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환자의 몸에 일시적인 대사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색전증이다. 지방색전증은 지방을 흡입하는 관이 수술 부위를 지나면서 혈관을 손상시키고, 운이 나쁘게도 이곳을 통해 지방 알갱이가 혈관으로 들어가 심장이나 폐 같은 중요한 장기의 혈관을 막는 현상을 말한다. 지방 알갱이가 작은 경우에는 대개 혈액 속에서 가수분해돼 흡수되지만 지방 입자가 큰 경우에는 폐나 다른 장기의 혈관에 걸려 지방색전증을 일으킨다. 허파색전증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은 5~15%에 이른다. 오랜 시간 비행기의 좁은 의자에 앉아서 여행했을 때 피가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이코노믹 클래스 증후군도 혈전에 의한 색전증 중 하나다. 이 경우가 다리 혈관에서 생긴 혈전이 폐포를 막는 허파색전증이다.
켈로이드 _ 콜라겐의 이상 작용
가희는 성형외과 의사 한건수(이진욱 분)의 첫 번째 수술 환자였다. 한건수는 그녀의 성형수술을 크게 실패한 뒤 메스를 잡지 못하고, 가희의 몸에는 수술 흉터가 흉하게 남았다. 간호사 홍기남(소이현 분)은 의사 최용우에게 수술 흉터를 치료받도록 가희를 설득하고, 최용우는 가희에게 켈로이드 체질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은 상처가 생기면 이를 정상적으로 아물게 하는 치유 작용을 시작한다. 일단 새로운 조직이 상처 부위를 덮는 상피화단계가 시작되고 이후 콜라겐이 생성되며 충분히 아무는 증식단계가 이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 피부에는 그 흔적이 남는데, 이를 대개 흉터 또는 반흔(scar)이라 부른다.
그런데 상처가 다 아문 뒤에도 콜라겐 생성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생성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보통의 흉터보다 두꺼워 보기 싫게 튀어 올라오고 색깔도 주변의 정상 조직보다 빨간 흉이 생긴다. 가려움이나 통증이 따르기도 한다. 이를 비후성반흔 또는 켈로이드(keloid)라고 부른다.
이 중 비후성반흔은 다친 뒤 6~18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줄어든다. 반면 켈로이드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정상 피부에 침범하기도 한다. 켈로이드는 귀걸이를 하기 위해 귓불에 피어싱을 했을 때, 가슴 부위의 여드름 제거수술을 받았을 때, 또 심장이나 복부 수술을 받은 뒤 피부에 생길 수 있다.
이는 피부의 긴장 정도와 관련이 있다. 대개 콜라겐은 흉골부(쇄골이 만나는 목 가운데에서 명치 사이)나 어깨 같은 피부긴장이 심한 부위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켈로이드는 병적으로 생기는 것이어서 피부긴장이 거의 없는 귓불이나 복부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켈로이드를 치료할 명확한 방법이 없다. 수술을 할 수 있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수술 뒤 오히려 켈로이드가 더 커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흉이 진 부위를 압박하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복용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의사도 외상으로 같은 상황이 되기 전에는 정작 본인이 켈로이드 체질인지 아닌지 알기 힘들다. 그래서 수술 전에는 환자에게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성전환수술 _ 정신과 치료가 먼저
유명 디자이너인 죠니 황(김동수 분)이 성전환수술을 하고 싶다며 병원에 찾아온다. 최용우와 한건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 없이 죠니 황을 대하지만 고령이기 때문에 수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성전환수술을 거절한다.
성전환수술은 성 주체성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드라마에서는 성전환수술을 매우 위험한 수술로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남자의 경우 성전환수술은 생식기에 외상을 입거나 사고로 거세당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발전했고, 여자의 경우 선천적으로 질폐쇄증이 있는 환자의 재건치료에서 시작됐다.
드라마에서처럼 의사들이 성전환수술을 꺼리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남녀한몸증 환자나 염색체상 성이 불분명한 환자는 성전환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도 성염색체상 여성이지만 남성의 생리구조를 지니는 반음양증을 앓던 한 살짜리 ‘중성’ 아기가 성전환수술을 받은 뒤 남성으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상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성전환수술을 원할 때는 수술보다는 일차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편이 좋다. 사회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도 있거니와 한 번의 수술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신과 치료로 잘못된 성 주체성이 바뀔 수도 있고, 수술 후 신체 변화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예상치 못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1. 지방이식
방법 1mm 정도의 구멍을 절개하고 이 구멍으로 관을 넣어 지방을 주입한다. 푹꺼진 이마를 도톰하게 만들거나 팔자주름, 코옆주름을 펴는 데 많이 쓰인다.
주의 자신의 지방을 필요한 만큼 채취한 뒤 원심분리로 체액을 걸러내고 순수지방만 정제해 사용하는 자가지방이식이 대표적이다. 이때 채취한 지방은 즉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2. 눈(쌍꺼풀)
방법 눈꺼풀을 절개하는 절개법과 눈두덩 부위에 3~4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실을 넣어 위쪽으로 잡아당겨 쌍꺼풀 선을 만드는 매몰법이 있다.
주의 매몰법이 시간이 짧게 걸리나 무조건 이 방법이 좋은 것은 아니다. 환자의 피부 특성, 눈꺼풀 상태 같은 눈의 해부학적인 차이에 따라 수술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3. 코
방법 코뼈가 넓은 경우에는 절골해서 가운데로 모아주고 돌출된 뼈는 갈아서 없앤다. 귀나 코의 연골을 이용해 코끝과 콧망울 모양을 조절할 수 있다.
주의 콧등, 코끝, 콧망울 등 코의 구성요소를 우선적으로 나눠 모양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콧등만 높이면 소위‘호랑이 코’가 되기 싶다. 실리콘과 고어텍스 같은 보형물의 경우 전문가들마다 주장이 엇갈리지만 두 재료 모두 장단점이 있다.
4. 치아를 포함한 턱교정
방법 주로 주걱턱이 심한 경우 시행한다. 일차적으로 교정치료를 하고 교정치료가 힘들 경우에만 수술을 한다.
주의 수술 중 출혈이 많다. 수술 뒤에는 교정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5. 광대뼈(축소)
방법 입안을 절개한 뒤 광대뼈 앞부분을 잘라 원하는 만큼 뼈를 제거한다. 광대뼈는 귀 앞까지 이어지는데, 귀 앞부분은 작은 피부 절개창을 통해 뼈를 잘라낸다.
주의 광대뼈를 너무 많이 갈면 피부를 지탱하는 섬유가 모두 떨어져 나가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처질 위험이 있다.
6. 사각턱
방법 뼈가 각진 경우에는 입안을 절개해 들어가 턱뼈를 깎는다. 음식을 씹는 데 사용하는 저작근이 큰 경우에는 근육을 절제한다.
주의 턱뼈를 과도하게 자를 경우 얼굴 아래쪽 3분의 1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을 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치아 방사선 촬영으로 신경의 주행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절개 부위에 얼굴동맥과 정맥도 지나고 있어 이들이 손상될 경우 과다출혈 위험이 있다.
7. 지방흡입
방법 1cm 미만의 크기로 피부를 절개하고 관을 넣어 지방을 흡입한다. 복부의 경우 배꼽 주변(2개), 골반 앞쪽(2개), 음부 위쪽(1개)을 절개한다. 시술 전 튜머센트(tumescent)라는 특별한 용액을 주사한다. 이 용액에는 생리식염수, 리도카인(부분마취제), 에피네프린(혈관수축제) 등이 들어 있어 지방흡입시 출혈과 통증을 줄인다.
주의 너무 얇은 층으로 흡입하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질 수 있다. 또 위 피부와 아래 조직이 분리된 상태가 되기 때문에 흡연자의 경우 피부 괴사가 잘 생긴다.
8. 유방(확대)
방법 겨드랑이 밑, 젖꼭지와 피부경계선, 유방밑주름, 배꼽 등을 절개해 보형물을 넣는다.
주의 보형물을 중심으로 딱딱한 막이 형성되는 구형구축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유방을 마사지해야 한다.
9. 복부
방법 대개 지방흡입술과 병행한다. 지방을 다량 흡입하면 위에 남은 피부가 처지므로 피부를 절개해 남는 조직을 없앤다.
주의 수술 뒤에는 혈액과 지방액이 고이지 않도록 탄력반창고와 복대를 착용해야 한다.
10. 종아리(퇴축)
방법 신경 탐색기를 이용해 종아리 근육으로 가는 신경을 찾아 운동신경을 없애 근육 일부를 퇴축시킨다.
주의 발로 가는 운동신경과 감각신경까지 제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