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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살핀다

중공산 발모제 101이 몰고온 소동 '101'을 비록한 중공산 발모제가 등장, 대머리족의 뜨거운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가짜 시비, 기형독성 시비 등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다.

피부학 분야에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2가지 연구과제가 있다. 치부의 비결은 탈모증과 여드름치료제의 개발이 될 터인데, 이는 오래전부터 학자들간에 예측돼 왔다. 둘 중에서 여드름은 지속기간이 일시적이고, 청결에 신경을 쏟으면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 남성호르몬 요인 등 여러 유발인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머리치료는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50만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내 대머리족(族)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약제가 등장, 큰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동양의 미녹시딜'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중공산(産)발모제'101 모발재생정(毛髮再生精)'이 바로 그것.

이 약의 선풍적인 인기는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약을 구하지 못한 대머리족(族)의 아우성, 웃돈, 가짜'101'의 범람, 북경 경송병원의 긴 행렬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또 일본의 극성스러운 대머리족들은 치료관광단을 구성, 북경으로 떠나기도 했다. 약이 정식 수입절차를 통과할 때까지는 도저히 기다릴수 없었던 것.

맨발의 의사가 개발한'101'

'101 모발재생정'하나로 갑자기 국제적인 저명인사가 된 사람은 북경(北京)의 적각의생(赤脚醫生) 조장광(趙章光)씨. 적각의생이란 '맨발의 의사'란 뜻으로, 단기 코스의 의학을 배워 광활한 중국대륙의 농촌지역을 발로 뛰는 의사를 말한다.

그는 발모제개발을 위해 수년간 심형을 기울였는데 주로 한방약과 식물유(油)를 적절히 혼합해서 뜻을 이루려고 했다. 하지만 매번 허사였다.
실패를 거듯하던 그가 성공을 거둔 것은 다분히 행운이었다. 피진(皮疹)치료용으로 제조한 외용제를 대머리인 피진환자에게 사용했는데, 피진은 낫지 않고 머리털이 재생되는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된 것.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발모현상은'101'의 부작용이었던 셈이다.

부작용을 이용한 약제는'101'말고도 많다. 현재 발모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미녹시딜'도 부작용으로부터 출발한 약. 원래 고혈압 치료제였던 '미녹시딜'을 우연히 대머리환자가 복용한 결과, 현저한 발모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만일 이같은 현상을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다면'미녹시딜'도 '101'도 없었을 것이다.

1백번 실패하고 1백1번 째 성공하다

조(趙)씨는 1974년 자신이 만든 발모제를'1010 모발재생정'이라고 명명했다. 이 이름은 1백번 실패하고 1백1번째 성공을 거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뒤이어 그는 1985년에'102'를 개발했는데, 이 약은 발모효과는 없고 탈모방지효과만 있다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아시아의 탈모증환자 수천명이'101'을 바른 후 탁월한 발모효과를 보았다고 소개했다. 또 개발자인 조(趙)씨는 북경시내 6대병원에서 약 3백명의 대머리족에게 테스트한 결과, 80%의 사람들에게 유효했다고 주장했다.

조(趙)씨가 명예원장으로 있고,북경중의(中医·한방의사)병원 장지례(張志禮)피부과주임을 고문으로 영입한 경송(勁松)의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현재 접수된 환자수만 1만명 이상, 그중 입원치료중인 사람은 1백명이 넘는다고 한다. 진찰을 통해 투약된 환자는 거의 1백%가 발모효과를 보였다는 게 병원측의 주장.

'101'호'의 적응증(適應症)은, 원형탈모증, 남성형 탈모증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 말하면 거의 모든 탈모증에 효능이 있다는 다소 믿기 어려운 얘기다. 그러나 화상에 의한 경우나 선천적으로 모근(毛根)이 없는 경우에는 별 효력이 없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3~4개월 안에 효능여부 판정돼

북경의 '101'제조회사는 '101'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액결절을 제거해줌으로써 발모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말초혈관을 확장시키는 '미녹시딜'의 약리적 근거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101'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번 바르는데, 젊은 사람은 한달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평균해서 3~4개월 간 계속 바르면 발모가 되나 이때까지 무반응인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수입희망업체인 백산전자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한 '101'수입희망업체가 보건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중공 하남의학협회가 발표한 독성실험보고서가 첨부돼 있다. 이 보고서는 돌연변이실험, 급성독성실험, 생쥐의 기형(畸形)독성실험으로 분류돼 있는데, 급성독성실험시'101'을 다량투여한 생쥐에서 간질성폐렴이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형독성실험 결과였다. '101'을 생쥐에 다량 사용할 경우 생쥐의 머리, 사지(四肢), 꼬리 등에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량투여했을 경우에는 기형발현이 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101'의 복용지침서는 임산부와 알레르기 환자는 사용하지 말 것을 명기하고 있다. 또 이 약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101'사용 후 귀밑 종양, 머리 가려움증, 안질환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한다.

독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중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많은 양의 중공산 발모제가 유입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가짜 '101'도 팔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련자는 "수(手)작업으로 제조되는 진짜 '101'의 월간 생산량은 3~4만병에 불과한데, 국내에서 돌고 있는 양은 그보다도 많은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또 그는 "가짜 '101'은 색깔과 냄새 그리고 인쇄상태에서 진짜와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일반인이 식별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뒤 "수입여부가 결정되면 어쩌면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전망했다.

관련업계에서는 '101'의 현지가격은 6~7만원 정도이나 수입될 경우 세금포함해서 12만원선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백mg의 홍차색 액체로 된 '101' 1병이면 3~4개월은 바를 수 있다. 중앙대 약대 김종갑교수는"정식으로 수입허가가 날 때까지는 참는 게 상수다. 특히 '101'은 중공 국내용과 국외용이 따로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101'와 더불어 국내수입이 검토되고 있는 중공산 발모제 '다이보(大宝)'는 '삼로창' 이라는 화장품회사 제품. 중국에서는 발모제를 준(準)의약품으로 취급, 제약회사가 아닌 화장품회사에서도 제조할 수 있다. 특히 '삼로창'은 종업원이 모두 장애자로 구성된 회사로 수익금의 대부분은 장애자복지에 쓰여진다고. '101'보다는 배합성분이 간단한 '다이보'는 5가지 생약성분으로 만들어진다. "'101호'에 비해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인정돼, 86년에 네덜란드 보건당국으로부터 수입허가를 따냈다"고 '다이보'수입희망업체인 럭키의 한 관계자는 자랑한다.
 

'101'의 상품선전 안내장


중공산 발모제 수입을 둘러 싼 이전투구

또 최근 새로 나온 중공산 발모제로는 여이(麗爾)와 인삼생발보(人蔘生髮寶)가 있다.

인삼을 주성분으로 하여 13종의 한약제와 비타민 등 양약제를 섞어 만든 여이는 중공인민해방군 군사의학원의 개발품. 군사의 학원에 따르면 이 약을 바른 60명중 4분의3이 2주~6개월 이내에 발모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한약재를 배합해 만든 인삼생발보는 중공제남철도국 중심위생방역소가 만든 약제다. 이 약제의 효능에 대해 중공의 신화사통신은 원형탈모증의 98%, 지루성탈모증에 대해서는 88%의 유효율을 보인다고 전한다.

현재 일반약국에서 살 수 있는 허가된 발모제는 '트리코사카라이드'제제와 '미녹시딜'제제 뿐이다. 그나마 '미녹시딜'은 극히 최근에야 사용제한이 풀렸을 정도다. 따라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101'을 비롯한 모든 중공산발모제는 불법유통 약제가 된다. 그래서 보사부는 이들 약제의 유통을 적극 단속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데,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게 약품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중공산 발모제의 수입을 둘러싸고 럭키, 백산전자, 정우제과, 세경교역을 비롯 2백여업소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 몇몇 업체는 벌써 국립보건원에 허가관계서류를 제출, 수입허가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의약품의 수입허가여부는 대게 1백22일안에 결정되므로 3~4개월 후엔 일반약국에서 중공산 발모제를 구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종적인 수입허가는 보사부의 결정사항이지만 학술적인 뒷받침은 보건원과 보건안전연구원이 담당한다. 결국 허가가 되느냐 안되느냐는 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달려있는데, "외국의 선례를 많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보건원의 한 연구관은 밝히고 있다. 아울러 그는 "자체적인 독성실험을 통해 나온 데이타를 판정기준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나, 중국산 발모제의 경우 서류검토와 정량(定量)분석으로 수입여부가 판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보건당국자의 태도에 우려를 표명하는 측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큰 이권이 달려있는 만큼 적당히 처리해서는 안될 사항이라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비록 일부에선'영약(靈藥)'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는 '101'이지만, 국내 약학자들에게는 그리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서울대 약대 심창구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른바 비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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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기은 기자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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