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NASA) 앵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뻔한 뉴스에 식상하셨죠. 저희는 이제 좁은 대한민국 안에서 복닥복닥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겠습니다. 온 우주로 시야를 넓혀 새로운 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야심차게 준비한 개편입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취재할 수 있는 기자 5명을 뽑아 우주로 보냈습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뉴스를 여기서 만나보시죠.
(두두두 둥두둥~ 노래 반주)
나사 앵커 지금 막 들어온 속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 1200년만에 대가뭄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상공 685km에 떠서 토양 수분을 측정하고 있는 취재기자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마프(SMAP) 기자!
SMAP 기자 네, 여기는 캘리포니아 하늘 위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겉으로 보기에는 땅이 멀쩡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지름 6m짜리 거대안테나를 이용해 5cm 깊이까지 땅 속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싹 말라버린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바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나사 앵커 SMAP 기자 덕분에 가뭄대책을 미리 세울 수 있겠군요. 농가에서 취수계획을 변경하거나 작물의 이식시기를 늦추는 식으로요. 그런데 신기하네요. 땅 속 수분을 볼 수 있다니…, 다시 한번 보여주실래요?
SMAP 기자 저 그게…, 벌써 지나와버려서요. 똑같은 위치로 돌아가는 데 2~3일 걸립니다.

나사 앵커 ……(당황). 네, 시청자 여러분, 새 소식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두두두 둥두둥~ 노래 반주)
나사 앵커 오늘 아주 특별한 손님을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유럽에서 오신 ‘우주국’님입니다. 오래전부터 지구의 토양 수분을 측정해 오신 분이죠. 어서 오십시오.
유럽우주국(ESA) 안녕하세요. SMAP 기자는 우주에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특종을 하네요. 대단합니다. 하지만 우리 스모스(SMOS) 위성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요. SMOS는 2009년부터 활동한 베테랑입니다. 토양수분뿐 아니라 바다의 염도도 측정해요. 최근엔 바다 전체를 대상으로 산·알칼리 지도도 만들었습니다. 하하하.
나사 앵커 (심기 불편) SMOS는 이제 그만 퇴역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원래 임무가 2013년까지였던 걸로 아는데…, 그리고 해상도가 50km밖에 안 돼서, 해상도 10km인 SMAP 기자보다 한참 떨어지죠. SMAP 기자는 4초마다 거대안테나를 한 바퀴씩 회전시켜 폭 1000km에 이르는 지역을 동시에 관찰할 수도 있지요!
ESA (당황) 아니 뭐 여기 싸우러 나온 것도 아니고…, 두 위성이 사이좋게 취재를 하면 되지요. 지구의 ‘피부수분관리사’랄까요? 허허,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홍수가 나서 물에 잠길 지역도 같이 예측하고 얼어 붙은 땅이 언제 녹는지 예측도 하고….
나사 앵커 (단단히 삐졌음) 네, 다음 소식입니다. 현재 4호 태풍 ‘마감’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연결해보겠습니다. 래피드스캣(ISS-RapidScat) 기자!
ISS-RapidScat 기자 네, 여기는 지구 386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입니다. 제 임무는 바다 바람을 관찰해 날씨를 예측하고 폭풍과 허리케인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태풍에서 오는 극초단파를 분석해 속도를 정확히 분석한 결과, ‘매우 빠름’으로 나옵니다. 기사를 지금 당장 토해놓으라는…(지지직).
나사 앵커 태풍의 영향이 상당한가 봅니다. 이번 태풍으로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예측해보겠습니다. 지피엠(GPM) 기자!
GPM 기자 네, 지구 상공 407km 지점에 떠 있는 GPM입니다. 레이더와 극초 단파로 지구에 내리는 비와 눈의 양을 측정해 3시간마다 지구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높이 10km, 폭 200km를 동시에 측정한 영상을 3차원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이번 태풍은 엄청난 강수량까지 동반한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지지직).

나사 앵커 계속 연결 상태가 안 좋은 걸 보니 이번 태풍이 유독 심한가 봅니다. 다른 소식을 들어보죠. 작년 7월 우주로 떠난 오씨오-2(OCO-2) 기자가 최근 전세계 이산화탄소 지도를 완성해 보내왔습니다. 주로 남미, 남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 이산화탄소가 집중돼 있다고 하는데요, OCO-2 기자의 리포트를 들어보시죠.
OCO-2 기자 지구에선 매년 온실가스 약 400억t이 생성됩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화석연료를 태운 덕이죠. 이 중 25%는 바다에, 25%는 나무와 식물에 흡수되며 나머지 50%는 대기권에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고 과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이 비율을 정확히 측정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작년 10월 1일부터 42일간 1차 측정을 한 결과 과학자들이 세운 모델이 얼추 맞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결과는 올해 말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나사 앵커 OCO-2 기자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또한 미세먼지 주발생지역이기도 합니다. 오염물질과 연기, 미세먼지, 구름 등 에어로졸의 이동경로를 관측하고 있는 기자를 만나보겠습니다. 캐츠(CATS) 기자!
CATS 기자 네, 지금 제가 서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봐도 뿌연 미세먼지가 중국 상공을 덮고 있네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 1월에 이곳에 도착해 레이저 장비로 구름의 위치 및 분포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세 종류의 파장으로 구름의 높이, 너비, 두께를 알 수 있죠. 머지않아 화성이나 목성 대기탐사로 이직할 생각입니다. 여기선 제 능력이 아깝네요.
나사 앵커 (할 말을 잃음) 농담…이시죠?
(두두두 둥두둥~ 노래 반주)
나사 앵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방금 활약한 기자 5명을 비롯해 저희 취재기자 20명이 지구 주위를 돌며 기후변화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훈련시키고 있는 기자 13명도 앞으로 2022년까지 우주에 배치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내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