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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성큼성큼 걷는 거대로봇 만들 겁니다”

interview - 데니스 홍 미국 버니지아공대 교수




데니스 홍 미국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 교수(40)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과학자였다. 1시간에 걸친 인터뷰내내 그에게선 연구하는 게 너무 신나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뚝뚝 묻어났다.

지식경제부가 9월 28일 주최한 ‘융·복합 국제 컨퍼런스 2011’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홍 교수는 이번 방한기간에서 오직 과학동아 독자만을 위해 단독 인터뷰를 승낙했다.

홍 교수는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가 2009년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으로 선정한 세계적인 로봇공학자다.

 

“요즘 가장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로봇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배 안에서 불을 끄는 화재진압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예요. 사람같이 생긴 로봇이 배에서 난 불을 끄는 건데 사고가 난 원전 안에서도 쓸 수 있죠. 또 하나는 10m 높이의 거대 로봇이에요. 와, 이거 정말 멋있지 않아요?”

오랫동안 만난 사람처럼 홍 교수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바로 자신의 연구에 대해 ‘자랑’하기 바빴다. 현재 배에서 사용하는 불끄는 로봇은 뱀처럼 생겼다. 그러나 홍 교수는 “배 안은 사람이 다니는 게 훨씬 쉽다”며 “두 발 달린 인간형 로봇이 좁은 틈 사이로 기어들어가고 높은 문턱을 넘어 불을 끄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홍 교수가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개발한 인간형 로봇 ‘찰리2(CHARLI 2)’는 지난 7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로봇월드컵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베스트 휴머노이드상을 받았다.

미래 전장 뒤바꿀 꺽다리 로봇

홍 교수가 내년부터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3층 높이의 거대로봇은 더 혁신적이다. 세 발로 걷는 이 로봇은 두 사람이 들고 다니며 바로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다. 전장에서 정찰, 감시 등의 임무를 맡을 수 있다. 홍 교수는 “로봇이 이동하는데 장애물을 피하는 게 골칫거리지만 키가 10m나 되면 이동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장애물을 피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다.

만나자마자 로봇 이야기를 정신없이 하다 홍 교수가 로봇공학자가 된 사연이 궁금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스타워즈를 보고 로봇에 빠져들었다”고 말해왔다.

“첫 장면부터 홀딱 빠졌어요. ‘빰~빰 빠바바 빰 빰’하는 음악 소리와 함께 커다란 우주선이 위로 올라가잖아요. 그때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키 작은 R2D2, 키 큰 C3PO를 보면서 로봇 과학자를 꿈꾸게 됐죠.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만든 로봇은 다 스타워즈를 따라하는 셈이에요.”

홍 교수는 인터뷰 도중 “우리 실험실이 미국의 로봇 연구소 중에서 최고”라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그의 실험실에 있는 대학원생은 18명, 대학생은 30명이 넘는다. 홍 교수는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지식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창출하는 시너지가 엄청나다”고 자랑했다. 자신의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팀워크. 동료와 협력을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로봇은 결코 혼자서 만들지 못해요. 기계, 전자, 컴퓨터, 센서 등 한 분야를 잘 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일해야 되요. 정말 가족같이 일해야 하죠. 비결이요? 많이 웃고 친절하고 다른 사람에게 성의껏 대하는 게 중요해요.”
 
[데니스 홍 교수가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인간형 로봇 찰리2를 선보이고 있다. 홍 교수는 “로봇은 여러 전공의 사람들과 협력 연구가 필수”라며 “협력을 잘 하려면 동료에게 많이 웃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당부했다.]


신나는 일을 하라

홍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고려대 3학년에 다니던 도중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과학동아를 즐겨보던 독자였다”며 “이렇게 과학동아와 인터뷰하는 것도 청소년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고 싶어서”라고 강조했다. 처음 교수가 됐을 때는 한동안 연구비를 받지 못해 새벽 4시에 사무실에서 연구계획서를 쓰며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어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50억 원이 넘는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신나요. 취미라고 생각하니까 밤낮 열심히 해도 지루하지 않죠. 월급 받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이거 총장님이 보면 안되는데(웃음). 자기 분야에서 1인자가 되려면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데 가지 마세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일하면 1등이 될 수 있죠. 온리 원(Only One)이 넘버 원(Number One)이 돼요.”

마지막으로 홍 교수에게 로봇의 미래를 물었다.

“그거 알면 제가 하고 있게요? 하하. 3D, 그러니까 지루하고(Dull),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을 로봇이 사람 대신 할 거예요. 지금 로봇의 장벽은 동력과 액츄에이터(로봇이 움직이게 하는 작동장치)예요. 이 문제가 해결되면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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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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