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통증을 정복한다 : 통증 극복하는 하이테크 의술

먹는 약에서 신경파괴술까지

 

아플 때 가장 많이 찾는 진통제.그러나 잠깐 통증이 멈춘다고 병이 나은 것은 아니다.
 

통증치료실에서 흔리 쓰이는 방법으로는 진통제 투여, 물리 치료, 전기 자극, 신경 차단술, 신경 파괴술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누구에게나 일정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것이 아니다. 따라서 통증의 양상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진통제다. 신체의 어떤 부분이 아프고 쑤시면 대개 약국에 가서 진통제를 사먹는다. 이는 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서 즉시 효과를 나타낸다는 장점이 있다(한때 스테로이드성 약을 복용해 효과를 많이 봤지만, 온몸이 붓고 머리가 몽롱해지는 부작용이 있어 현재는 사용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약의 작용 시간이 짧기 때문에 효과가 금세 사라지며, 통증이 가라앉으면 원래의 질환이 모호하게 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된다.

이 외에 많이 사용되는 진통제로는 마약성 제제들이 있다. 이는 약국에서 판매하지 않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병원에서 투여 받아야 하는데, 주로 수술을 받은 뒤 근육주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마약성 진통제로는 모르핀, 데메롤 등이 흔히 쓰이는데 호흡 억제나 중독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현재 마약성 진통제로 구분돼있지는 않지만 펜타조신이나 누바인 등은 마약에 준해 취급돼야 할 약제다.

진통제를 투여하는 경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먹는 것이다. 또 근육이나 정맥에 주사하는 방법이 있다. 요즘은 수술을 받은 환자나 난치성 통증, 그리고 말기 암환자에게 척수를 둘러싼 막사이의 빈 공간(경막외강과 지주막하강)으로 마약성 제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특히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면 마취에서 깨어난 뒤에도 수술에 의한 통증을 거의 모르고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있어 회복이 매우 빠르다.

하지만 마약성 제제는 부작용과 더불어 내성이 빨리 생겨 환자가 요구하는 양이 급속하게 증가된다. 그래서 아무리 말기 암환자라 해도 마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신경차단술이나 신경파괴술과 병행해 마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치료해야 한다. 여기서는 통증치료실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60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반외과 개업의로 정력적으로 활동하던 K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나타났다. 급한대로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증세는 악화돼 그만 외과의사의 상징인 집도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K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왼손으로 청진기를 들고 약처방이나 주사처방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통증이 시작된지 2년 후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무릎 밑 양쪽 다리가 모두 부러졌다.

K원장은 즉시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때 척추 마취를 시행하던 마취의가 환자가 옆으로 누울 때 심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통증 치료실에 가보라고 권유, 수술한지 4일째 부터 치료(견갑상신경차단술)를 받았다. 이후 어깨의 통증이 씻은 듯이 좋아져서 다리가 나은 후 다시 집도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그래서 K원장은 혼잣말로 "그때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바로 전화위복" 이라고 생각하며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견갑상신경차단술

신경차단술의 일종. 어깨를 움직이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인 견갑상신경을 차단해 어깨통증을 치료한다. 통증치료실에서 이용되는 신경차단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으로 성상신경절(목 부위의 척수를 구성하는 교감신경덩어리) 차단과 경막외강내(척수를 둘러 싼 경막 바깥쪽에 있는 공간) 차단을 들 수 있다.

성상신경절 차단은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차단술로서 머리, 목, 어깨, 젖꼭지 상부의 통증 치료에 이용된다. 목에서 기관지 바로 옆을 뚫어 6번째 경추에 국소 마취제를 주사하면 된다. 이 차단술은 통증 외에도 알레르기성 비염, 이명, 돌발성 난청, 망막색소변형증, 다한증 등 다양한 질환에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막외강내 차단은 머리를 제외한 모든 곳의 통증에 이용된다. 특히 보통 디스크라고 불리는 증상이 있을 때 요추부위 가운데 선에 구멍을 뚫고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섞어 주사하면 통증이 상당히 줄어든다.

통증치료에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해 오랫동안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일례로 대상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수포성 질환)에 걸린 나이든 사람의 경우 항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하며 낫기를 기다리다가 무서운 신경통으로 시달리기 쉽다. 만일 발병 즉시 성상신경절 차단이나 경막외강내 차단을 하면 대부분 후유증을 방지할 수 있다.

사례 2

40대말의 C씨는 시외버스를 운전하는 신체건장한 남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왼쪽 얼굴 아래, 즉 턱을 중심으로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다. 이 통증은 주로 밥을 먹거나 말을 할 때 생겼고, 이후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칼로 얼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C씨는 병원에서 삼차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경련제 일종인 테그레톨이란 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통증은 다소 줄었지만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가 어지러워 하루종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C씨는 생계 때문에 약을 그만 먹고 운전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날 승객 중 한사람이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삼차신경절의 일부를 파괴시키는 수술을 받고 아직까지 별탈없이 지낸다고 알려줬다. C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고 다시 즐거운 표정으로 운전대을 잡게 됐다. 그는 지금도 운전을 하다가 "그때 그 승객이 내 차에 타주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지경이 됐을까" 하는 생각으로 슬며시 웃곤 한다.
 

척추 신경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거나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 통증 치료에 잘 사용된다.
 

삼차신경절 파괴술

삼차신경(얼굴 감각을 지배하는 신경)통증 치료에 사용 되는 것이 신경파괴술이다. 이 시술은 삼차신경의 가지 부분을 알코올로 파괴시키거나 삼차신경절의 바로 위쪽에 글리세롤을 투여해 신경절 자체를 파괴시킨다.

신경을 파괴시키는 방법으로는 알코올, 페놀, 글리세롤 등의 신경파괴제를 이용하는 방법, 신경을 냉각 시키는 방법, 신경을 열로 응고시켜 파괴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은 신경을 수술적으로 절단하는 방법이다.

사례 3

40대말의 C씨는 건강을 자신하며 사업에 몰두하다 어느날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주위 조직에 퍼져 이미 수술이 곤란한 지경이었고, 참기 어려운 통증이 배와 등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C씨는 통증치료실에서 복강신경총 파괴술을 받았다. 이후 그는 복통이 거의 없을 정도로 통증이 호전돼 퇴원하기에 이르렀다. 계속 업무를 보며 지내던 C씨는 수개월 수 복강에 물이 차면서 통증이 도져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경막외강 내에 가는 관을 낑우고 자가 조절장치가 달린 약제투여기를 이용해 모르핀을 계속 투여했다. C씨는 3개월가량 경과한 뒤 편안한 상태에서 임종을 맞았다.

복강신경총파괴술

복강신경총은 요추 1번 양쪽에 있는 신경덩어리다. 이를 국소마취제로 차단하면 대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짧아 알코올을 투여해 파괴시키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선 국소마취제로 차단해 복부나 등쪽에 나타나는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일정한 시간을 기다려 특별한 부작용이 없으면 알코올을 투여한다. 신경파괴제를 이용한 방법은 이외에도 흉부와 요부의 교감신경절, 삼차심경분지, 외톨이신경절 등의 파괴에 이용된다.

전자자가조절장치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환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정한 양의 진통제로 똑같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래서 환자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면 가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환자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정도의 통증이 온다고 생각될 때마다 스스로 스위치를 눌러 약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일회용이나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약제 투여기이다. 이때 환자가 무분별하게 약제를 투여하는 일을 막기위해 투여기에 적절한 잠금장치가 설치된다. 예를 들어 한시간에 두번 이상은 아무리 환자가 약제를 투여하려고 애써도 더이상의 약제가 투여되지 않도록 만듦으로써 환자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사례 4

20대 초반의 L군은 산을 타다 발목을 다쳐 석고붕대를 감고 요양했지만 발목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점차 혈액순환도 나빠졌다. 그래서 앉아 있기만 해도 통증이 심해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L군은 반사성 교감신경 위축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상에서 7개월 간 시름과 번뇌속에 보낸 뒤 통증치료실로 이송됐다. 우선 요부교감신경차단술을 받자 증상이 완화되고 혈액순환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해 다시 한번 같은 수술을 해 효과를 확인한 뒤 요부교감신경절 열응고술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앉으면 통증이 심해 척수 자극기를 이식받았다. 그러자 통증이 훨씬 감소돼 앉는 것은 물론 서서 목발을 짚고 걸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L군은 1주일 후 척수자국기를 영구적으로 이식받은 뒤 현재는 지팡이만을 짚고 걸어다니고 있다.

교감신경절응고술

열로 신경을 응고시켜 파괴시키는 방법. 신경차단술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때 사용하는데, 80C로 90초간 시행한다. 요추 2번, 3번, 4번에 있는 교감신경절을 파괴시키면 다리 통증에 효과가 있다. 팔이나 흉부에 통증이 있을 때는 흉추의 교감신경절을 파괴하면 된다.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함께 요통의 흔한 원인인 척주간관절증후군의 치료에도 열응고술이 사용된다. 이외에도 삼차신경통, 암성 통증, 늑간신경통, 대상포진후 신경통의 경우처럼 한정된 부분에 통증이 있을 때나 운동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선택적으로 응고시킬 때 사용된다.

척수자극기
 

척추에 영구적으로 이식된 전기 자극기.
 

척수의 뒷면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법. 작용메커니즘은 분명치 않지만 통증전달경로를 혼란하게 만들고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보통 시험적으로 1주간 시행해 환자가 만족스러워 하면 영구적 이식술을 시행한다. 이식후 작용기한은 3-7년.

일반적으로 다른 방법들을 시도한 뒤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때 시도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통증치료 방법 중 가장 진보된 방법이지만 모든 경우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철 교수

🎓️ 진로 추천

  • 의학
  • 약학
  • 의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