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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3할 타자는 최고의 타자일까

3할 타자는 최고의 타자일까



당신은 프로야구단 스카우터. 올해는 최고의 타자를 데려와야 한다. 과연 어떤 기록을 먼저 봐야할까. 외야에서 잠자던 아재들이라면 가장 먼저 ‘타율’을 말할 것이다.

그들이 항상 귀에 꼽고 있는 라디오의 야 구 해설자조차 ‘3할 타자’와 ‘2할9푼 9리’ 타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통계로 야구를 살펴보는 세이버매트릭스 연구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타율로 타자를 평가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라는 것이다.

2001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한 신인 선수가 ‘타율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선수는 첫해부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2004년에는 262개의 안타를 치며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에게 ‘입치로’로 유명한 스즈키 이치로다.

2004년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이치로의 타격 성적을 자세히 살펴보자(다음페이지 위쪽). 그래프 속 지표 모두 타자의 실력을 설명하는 지표다. 재밌는 점은 각 기록에서 이치로의 순위가 극과 극이라는 점이다. 타율은 1위지만 장타율은 리그 87위다. 덕분에 메이저리그 팬 사이트는 불바
다가 됐다. “타율 1위 무시하지 마세요”라는 이치로파와 “장타율 87위가 무슨 MVP냐”는 반 이치로파의 키보드 배틀이 끊이지 않았다.

1998년~2013년 한국 프로야구 득점 결정계수

타율보다 출루율과 장타율

둘 중 누가 더 정확한 설명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야구가 ‘득점’ 중심 스포츠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야구는 상wOBA / GPA대팀보다 더 많이 득점해야 이길 수 있다. 점수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타자가 더 좋은 타자다. 그래서 위의 여섯 가지 공격 지표와 경기당 득점 간의 결정계수(R²)를 구했다. 결정계수는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통계학적 도구다.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밀접한 관계가 있고 0에 가까울수록 그렇지 않다.

타율의 R²값은 0.7083이 나왔다. 통계적으로 0.70 이상이면 둘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타율은 득점과 관련이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다른 기록들이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OPS, wOBA, GPA는 90%에 달하는 연관성을 보인다. OPS가 높은 선수라면 득점 전반에 높은 기여를 할 가능성이 90%는 된다는 뜻이다. wOBA의 R²값은 0.9142로 여섯 지표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계산법이 복잡하다. OPS의 단점을 보완한 GPA는 출루율과 장타율만으로 쉽게 계산할 수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야구에서 득점을 위한 두 가지 핵심요소인 ‘출루’와 ‘적시타’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결과는 지당하다. 먼저 타자가 출루를 해야 한다. 그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적시타가 필요한데 장타일수록 주자가 득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자는 출루율을, 후자는 장타율을 뜻하기에 두 요소를 바탕으로 만든 지표들이 단순한 안타의 확률인 타율보다 높은 득점 상관관계를 갖는 것이다.

서건창이 정말 최고타자인가

이치로의 기록을 다시 살펴보자. 리그 전체 타율 1위, 아메리칸 리그 외야수 중 출루율 1위를 기록했지만 정작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선수에게 수여되는 ‘실버슬러거’는 받지는 못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아메리칸리그 외야수 25명 중에서 이치로는 OPS 7위, GPA 4위, wOBA는 8위에 그쳤다. 반면 아직 통계가 익숙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타율이 높은 선수를 여전히 좋게 평가한다. 올 시즌 MVP를 받은 서건창 선수는 타율 1위를 기록했다. 서건창의 올해 OPS 순위는 9위다. 올해 한국프로야구 OPS 1위를 기록한 강정호 선수는 MVP 투표에서 99표 중 고작 7표를 받는데 그쳤다.

타자를 설명할 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타율을 절대적이고 최우선적인 잣대로 여긴다. 스포츠신문과 해설자들의 전통적인 야구관이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세이버매트릭스의 출발점도 바로 그곳이다. 올 한해 통계와 야구의 허와 실을 찾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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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희원 작가
  • 글 및 사진

    Bizball Project
  • 에디터

    송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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