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hot science] 포스트시즌의 세가지 미신

가을야구에 에이스 없어도 된다?

가을야구에 에이스 없어도 된다? '포스트시즌의 세가지 미신'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머니 볼’을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머니 볼은 기존 야구 철학을 무시하고 숫자와 기록을 바탕으로 최저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추구하는 야구 방식이다. 머니 볼을 시작한 이후 오클랜드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문제는 포스트시즌에만 올라가면 번번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오클랜드는 올해도 여지없이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어떤 이는 포스트시즌만의 ‘승리의 법칙’이 있어서 머니 볼이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말일까? 가을야구의 대표적인 ‘미신’ 3가지를 살펴보자.

야구의 신과 경기를 하는 줄 알았다

2002년 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정규 시즌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LG 트윈스를 너끈히 제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LG 트윈스에는 작전 야구의 대가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6차전 끝에 패배하긴 했지만 김 감독은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규 시즌과 가을야구의 가장 큰 차이는 전력분석이다. 전력분석을 꼼꼼히 한 팀을 상대로 정규 시즌만큼 점수 내는 게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홈런이나 장타 위주의 롱 볼(long ball) 대신 적재적소에서 점수를 짜낼 수 있는 작전 위주의 스몰 볼(small ball)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에 김성근이 있다면 미국에는 아지 기옌이 있다. 기옌은 메이저리그에서 스몰 볼을 가장 잘 하는 감독이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 시절 그는 점수를 적게 주고 필요한 만큼만 뽑는 ‘짠물 야구’로 월드 시리즈를 제패했다. 그의 실력을 인정해 롱 볼과 스몰 볼을 구분하는 기록의 이름을 ‘기옌 숫자’라고 부른다. 기옌 숫자는 팀 전체의 득점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기옌 숫자가 30이라면 팀 전체의 득점 중 30%를 홈런으로 득점 한 것이다.
 
스몰 볼의 달인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아지 기옌 감독
[스몰 볼의 달인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아지 기옌 감독]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의 기옌 숫자 통계

포스트시즌에서 정말로 스몰 볼이 유리한지 확인하기 위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들을 기옌 숫자를 기준으로 절반으로 나눴다. 기옌 숫자 상위권 팀은 롱 볼, 하위권 팀은 스몰 볼 팀으로 정했다. 그 결과 스몰 볼 팀이 롱 볼 팀에 비해 훨씬 더 득점이 줄어들었다. 이유는 수비였다. 포스트시즌에는 수비가 촘촘해져, 미신과는 달리 수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몰 볼보다는 담장을 직접 넘겨버리는 롱 볼이 더 유리했던 것이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기옌 숫자가 가장 높은 팀은 38.1의 넥센 히어로즈다. 2위는 NC 다이노스로 33.4다. 작아 보이지만 사실 꽤 큰 차이다. 벌써부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넥센의 화력쇼가 기대된다(참고로 기자는 삼성 팬이다).
 
클러치 히터로 유명한 데릭 지터. 지터는 정말 찬스에 강할까? 아쉽게도 올해 은퇴했다
[클러치 히터로 유명한 데릭 지터. 지터는 정말 찬스에 강할까? 아쉽게도 올해 은퇴했다.]

2001년 월드시리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 양키스가 맞붙었다. 시리즈 4차전 연장 10회에 마운드에 오른 애리조나 김병현은 뉴욕의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터는 대표적인 ‘클러치 히터’로 불린다. 꼭 점수를 내야할 상황에 한 방 쳐주는 타자를 말한다. 야구 중계에서도 캐스터들이 항상 그 타자의 득점권 타율을 말해주곤 한다. 그렇다면 클러치 능력을 타율처럼 수치화 할 수 있을까? 수학으로 야구를 보는 ‘세이버매트리션’들은 클러치 능력을 수치화 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었다(INSIDE 참조). 클러치 공식은 상황(타순 등)에 관계없이 평균적으로 타자가 팀에 공헌한 정도를 알 수 있다. 클러치 값의 평균은 0이다. 클러치 값이 클수록 평소보다 위기 상황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다는 뜻이다. 값이 2.0보다 크면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다. 작년 메이저리그 클러치 1위인 클리브랜드 인디언스 카를로스 산타나도 2.02로 겨우 2.0을 넘겼다. 2000년대 전체를 보면 2005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데이빗 오티즈가 3.31을 기록해 1위다. 놀라운 사실은 오티즈가 20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2005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2.0을 넘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마이너스 값을 기록한 적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그의 별명은 ‘미스터클러치’다. 김병현에게 끝내기 홈런을 친 데릭 지터도 2006년에 단 한 번 2.0을 넘겼을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유독 약한 ‘새가슴’으로 알려진 은퇴한 알렉스 로드리게즈의 경우, 마이너스 값을 더 많이 기록했지만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은 -0.5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동안 지터와 오티즈의 평균 클러치 값은 -0.1과 0이다.
 
클러치 히터인 오티즈, 지터와 새가슴 로드리게즈의 클러치 값

클러치 이렇게 계산한다
정말로 클러치 능력이 있다면, 매해 높은 클러치 값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클러치 히터라고 알려진 선수조차 매해 고무줄처럼 값이 변해 평균적으로는 평균적으로 0에 수렴한다. 클러치는 ‘능력’이 아니라 0에 수렴하는 ‘운’에 가까웠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클러치 값을 직접 제공하는 곳이 없다. 대신 득점권 타율을 살펴보면,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삼성 라이온즈 야마이코 나바로가 0.407의 타율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나바로가 과연 운을 뛰어넘어 진짜 클러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가을을 지배하는 에이스가 필요하다


고(故) 최동원 선수는 1984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7경기 중 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 자책점 1.80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롯데가 아닌 ‘최동원이 삼성을 이겼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포스트시즌에 에이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야구의 오랜 상식이다.

평균 자책점

에이스가 정말 중요한지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를 뽑는 ‘사이영 상’은 에이스의 좋은 기준이다.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두 팀 선발진의 사이영 상 투표 점수를 모두 더해 비교하면 양 팀의 에이스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맞붙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살펴보자. 디트로이트에는 사이영 투표에서 209점을 얻은 맥스 슈어저와 49점을 얻은 애니발 산체스가 있었다. 오클랜드에는 바톨로 콜론 혼자 25점을 기록했다. 그 결과 강력한 에이스를 앞세운 디트로이트가 오클랜드를 3승 2패로 눌렀다.

분명히 강한 에이스가 있으면 유리하지만, 예외도 적지않다. 미국에서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사이영 상 점수 총합이 60점 이상 차이가 나는 팀들이 포스트 시즌에서 82번 만났다. 이 중 점수가 높은 팀의 승률은 54%였다.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더 높은 승률을 기록했지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결과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 진로 추천

  • 통계학
  • 경영학
  • 경제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