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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어느 날 멈춰있던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움직이는 땅 위에 살고 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지구의 표면을 구성하는 열 개가 넘는 판들은 손톱이 자라는 속도(1년에 4~5cm)와 비슷한 빠르기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화산과 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판구조 운동이다. 하지만 지구가 태어나자마자 판이 움직인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 땅은 가만히 멈춰있는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기에는 너무 뜨거웠던 지구

원시지구는 너무 ‘핫’했다. 소행성의 잦은 충돌이 원인이었다. 소행성이 떨어질 때마다 지표면의 암석이 녹았고, 지구는 부글부글 끓는 마그마로 뒤덮였다. 이것이 지구 초기에 존재했던 ‘마그마 바다’다. 소행성에는 핵에너지를 내뿜는 방사성 동위원소도 많았다. 지구는 더 뜨거워졌다. 핵폭탄 수천 개가 끊임없이 지구로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판구조운동이 일어나려면 섭입과 판당김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섭입은 밀도가 큰 판이 밀도가 낮은 판 아래로 들어가는 현상이다. 일본에 지진이 많은 이유가 북아메리카판이 섭입 되는 위치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중력에 의해 섭입 중인 판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부분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현상을 판당김이라 한다. 섭입과 판당김은 판구조운동의 핵심이다.

펄펄 끓던 원시지구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었다. 원시지구의 맨틀은 지금보다 200°C 이상 더 뜨거웠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광물이 마그마 상태로 녹아 있었다. 액체가 된 광물 중 가벼운 물질은 부력이 커 잘 뜨기 때문에 땅 위로 쉽게 빠져 나갔다. 뜨지 않고 남은 물질이 지각하부에 달라붙으면서 지각은 아래로 점점 두꺼워졌다.

두꺼워진 지각은 맨틀에 비해 밀도가 낮아 맨틀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떠오르는 힘이 중력보다 커서 판당 김도, 섭입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충분히 차가워진 다음에야 판구조운동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떠오르는 지각이 처음 판을 움직였다

그렇다면 판구조운동의 핵심인 섭입이 언제 처음 일어난 걸까. 지난 9월 호주 시드니대 패트리스 레이교수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결과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200km가 넘는 두꺼운 대륙판이 중력에 의해 무너지며 주변 판들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근처에 있던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섭입되기 시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륙판은 점점 두꺼워지는 중이었다.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작용하는 중력도 커져갔다. 마침내 중력을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자, 대륙판은 옆으로 퍼지면서 주변에 있던 해양판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부력이 큰 대륙판은 계속 해양판을 밀어내고 밀도가 높은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파고들면서 첫 ‘섭입’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판구조운동이 바로 시작된 건 아니었다. 판을 떠오르게 하는 힘이 여전히 강했기 때문이다. 판은 한동안 ‘내려가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패트리스 레이 교수는 “지구 내부가 식고 지각과 상부맨틀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오늘날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판구조운동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판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이 떠오르는 힘을 완전히 제압해 버린 것이다. 그 이후 판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지구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 판구조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다. 만약 판구조운동이 없었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명체의 탄생에도 판 구조 운동이 도움을 줬다는 견해가 있다. 원시지구의 진화 과정은 아직 많은 부분이 비밀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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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장성준 강원대 교수
  • 에디터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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