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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활동의 비밀을 가득 간직한 제주도는 ‘지구의 역사책’으로 불린다.
전국에서 모인 10명의 지구과학 교사가 그 비밀을 캐내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4일 내내 강렬한 햇빛 때문에 30분만 걸어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 날씨였지만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빈 교사들의 발걸음은 항상 분주했다.
각 지역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답게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다. 그 열정과 땀의 기록을 여기에 담는다.



탐사기간 : 8월 7일(월) ~ 8월 10일(목)
참가교사(가나다순) : 박경수(전북 부남중), 서대찬(경북 선산고), 성종규(부산 금양중), 이기춘(전남 옥곡중), 이정민(충남중), 정윤기(경남 물금고), 조후자(서울 구로여자정보산업고), 채수정(충남 부여여중) 지도교수 및 인솔진행자 : 박정웅(서울 숭문고, 지구과학교육연구회 자연탐사학교장), 황석규(서울 국사봉중), 김헌수(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정책과 교육연구관), 장민철(동아문화센터, 인솔진행자)


1. 제주 여신의 나막신에서 떨어진 흙덩이, 오름

비행기에서 제주도를 내려다보면 한라산이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제주도에 한라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오름’이 약 370개 있다. 오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자그마한 산.

설화에 따르면 설문대 할망이라는 제주여신이 신고 다니던 나막신에서 떨어진 흙덩어리가 오름으로 형성됐다. 실제로는 한라산을 형성한 큰 화산 주위에 생겨난 작은 화산체다. 오름은 대부분 한라산이 거의 완성된 다음 제주도 전 지역에서 크고 작은 화산폭발로 만들어졌다.

오름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은 한라산 동쪽 구좌읍 송당리 부근으로 높은 오름, 검은 오름,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용눈이 오름은 다른 오름과 비교해 오르기 쉬울뿐더러 수십 개의 오름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오름은 분석구와 응회구로 분류한다. 제주도 오름의 90% 이상인 약 350개가 분석구다. 분석구는 화산이 폭발할 때 떨어져 나간 조각(분석)이 언덕모양으로 쌓여서 만들어진다. 반면 응회암이 쌓여서 만들어진 오름을 응회구라고 한다. 응회암은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화산재가 쌓여서 굳은 암석이다. 응회구는 남쪽 해안에 주로 분포하며 송악산, 용머리해안, 우도의 소머리해안이 속한다.

 

용머리해안에서는 화산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여러가지 모양의 층리를 볼 수 있다.



2. 대장금 다녀간 이중오름, 송악산

용머리해안은 맑은 제주 바다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큰 파도가 칠 때는 위험하므로 조석시간을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용머리해안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면서 보는 것이 좋다. 용머리 서쪽해안에서는 화산폭발로 생긴 얇은 층상 구조를 볼 수 있다. 또한 동쪽해안에서는 파도에 밀려온 크고 작은 입자들이 해안가를 깎아 만든 많은 돌개구멍을 만날 수 있다.

용머리해안과 연결돼 있는 산방산은 거대한 종모양을 이루고 있다. 일명 ‘돔형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산방산 남쪽 절벽에는 주상절리가 발달돼 있다. 산방산과 용머리지역은 네덜란드 사람 하멜이 처음 발을 디딘 곳으로 유명하다.

TV 드라마 ‘대장금’의 마지막 촬영지로 유명한 송악산은 뛰어난 경치만큼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송악산은 제주도에 있는 오름 중 하나지만, 다른 오름과는 모습이 다르다.

송악산 바깥쪽에는 먼저 만들어진 경사가 완만한 오름(응회구)이 있고, 안쪽에는 나중에 만들어진 경사가 급한 오름(분석구)이 있다. 이것은 이 지역에서 두 번의 큰 화산활동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두 개의 다른 오름이 겹쳐 있다는 뜻에서 송악산을 ‘이중오름’ 또는 ‘이중화산체’라고 부른다. 안쪽 오름의 산마루에 올라가면 가운데에 깊게 파인 분화구를 볼 수 있다.


3 조개화석 백화점, 서귀포층

내친 김에 좀더 남쪽 지역으로 가보자. 화산지역에서 보기 드문 화석들을 서귀포층에서 볼 수 있다. 서귀포층은 천지연 폭포 밑에서부터 남쪽 해안을 따라 약 50m 높이의 절벽에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조가비나 작은 조개들, 산호와 같이 종류와 크기가 다양한 화석들이 뒤섞여 나타난다. 절벽 주위의 바위에는 생물들이 흙을 파고 들어가 살았던 모습을 보여주는 생흔화석도 있다.

서귀포층에 포함돼 있는 화석생물 가운데 약 50%의 후손이 현재 대부분 먼 남쪽 바다에서 살고 있다. 이는 서귀포층이 만들어질 당시의 바다가 지금보다 더 따뜻했음을 알려준다. 또 다양한 생물들의 화석이 한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때 화석들이 폭풍과 같은 환경에서 급속하게 만들어진 지역임을 암시한다. 단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는 곳이므로 화석을 맘대로 가져갈 수 없다.
 

서귀포층은 조개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조개의 생혼화석이다.


4 육각 돌기둥 절벽, 대포동 지삿개

중문 관광단지의 서쪽 대포동 해안가 지삿개에서는 높이가 수십m 되는 돌기둥 절벽을 볼 수 있다. 돌기둥이 겹겹이 쌓여서 마치 성처럼 해안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과 같다. 제주도와 같은 지형에서 볼 수 있는 기둥모양의 구조를 주상절리라고 한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모양으로 쪼개져서 만들어진다. 기둥의 단면은 주로 오각형과 육각형을 띠며 가뭄 때 논바닥이 갈라진 모양과 비슷하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빨리 식는 환경에서 잘 생긴다. 용암의 두께, 냉각속도에 따라 높이 수십m, 지름 수십cm에서 수m의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발달한다.

이 지역은 융기와 바닷물의 침식으로 형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용암이 식으면서 주상절리를 만든 뒤 융기해 해수면 밖으로 노출됐다. 그 뒤 오랜 세월 바닷물의 침식으로 현재와 같은 장관을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지삿개 주상절리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다각형의 절리가 잘 보인다.


5 악마의 정원, 섭지코지

2003년 화제의 드라마 ‘올인’ 촬영지로 유명해진 섭지코지. 주인공이 머물던 성당이 방문객의 시선을 끈다. ‘섭지’는 협지(좁은 땅)에서 유래된 이름이고, ‘코지’는 코끝처럼 바닷가로 불쑥 튀어나온 땅(곶)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섭지코지의 인근 주차장 해안 일대는 표면이 거칠고 크고 작은 암석들이 엉켜 있다. 이 암석 위를 걷는다는 것은 힘들고 위험해 이런 지형을 ‘악마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주변을 돌아보면 촛대모양의 바위 ‘선돌’이 바닷가에 서 있다. 높이가 약 10m 정도 되는데, 암경(용암기둥)으로 분화구 중심부에 해당하고 섭지코지의 등대 밑 부분이 분화구의 가장자리다.
 

선돌바위는 분석구를 만든 화산 분출 통로였다. 선돌바위에서 섭지코지 전망대까지 표면이 거친 암석들이 분포해 있다.



6 섬 속의 섬, 우도

제주도에서 가장 큰 섬인 우도는 소가 길에 누워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섬은 전체가 평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소머리오름(우도봉)이 분포하는 남동쪽에서는 특색 있는 지형이 나타난다.

소머리오름 일대에는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검멀레 해안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보인다. 시루떡을 층층히 쌓아놓은 듯한 모습으로 응회구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검멀레 해안을 거닐면서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검멀레동굴’로 가보자. 이곳은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졌다. 동굴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 정취는 짜릿한 감흥을 안겨준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동굴 음악회는 동굴의 음향을 이용하므로 신비를 자아낸다고 한다.

우도에서 가장 유명한 건 무엇보다 흰모래로 가득한 서빈백사 해수욕장. 이곳 모래는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끈적임이 전혀 없어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예전에는 산호 부스러기로 잘못 알려지다가 최근 홍조류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생긴 홍조단괴로 밝혀졌다. 이런 해변은 세계적으로 희귀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다.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서빈백사 해수욕장의 모래는 홍조류가 돌맹이처럼 굳어서 생긴 홍조단괴로 밝혀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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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은정 기자
  • 사진

    김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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