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과학뉴스] 허니버터칩 왜 맛있는 거야?

돋보기 뉴스



허니버터칩도 감자칩이다. 그런데 달다. 아카시아꿀과 설탕, 결정과당을 사용해 단맛을 낸다. 대신 보통 감자칩보다 덜 짜다. 일반 감자칩은 과자 100g당 소금의 양이 540mg이고, 허니버터칩은 483mg이다. 고정관념을 깬 ‘단 감자칩’, 이것이 허니버터칩의 비밀이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김치찌개에 넣은 소금의 비밀

기자는 자취를 시작한 날,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다. 아무리 마법의 조미료라는 MSG로 간을 해도 찌개가 싱거웠다. 설탕을 넣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 눈에 띈 게 소금이었다. 소금을 반 스푼 넣자 맛이 확 살아났다. 지나치게 많이 넣은 MSG와 설탕 맛까지 되살아나 그날의 김치찌개는 먹을 수 없게 됐지만 ‘소금을 넣으면 다른 맛이 살아난다’는 교훈은 확실하게 얻었다. 이것이 바로 허니버터칩의 비법이다.

기자의 경험대로 적당한 짠맛은 음식 전체의 풍미를 돋운다. 특히 짠맛은 단맛과 궁합이 좋다. 또 적당량의 소금은 카페인, 염산키니네, 황산마그네슘 등의 쓴맛을 줄인다. 쓴맛을 내는 요소와 설탕이 든 혼합물에 약한 짠맛을 내는 초산나트륨을 넣으면, 쓴맛은 감소하고 단맛은 강해진다(그래프 참조). 반면 설탕만 들어있는 용액에 소금을 넣으면 단맛에 큰 변화가 없다.

다시 말해 쓴맛과 단맛이 같이 있으면 짠맛이 단맛의 천적인 쓴맛을 억제해 단맛을 더 달게 해주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할 것은 ‘적당한’ 양의 짠맛이다. 지나치게 많은 소금은 오히려 혀에 있는 쓴맛 수용체를 활성화해 이번엔 쓴맛을 더 쓰게 하고 단맛을 떨어뜨린다. 허니버터칩은 짠맛의 황금비를 찾아낸 데 두 번째 성공 비결이 있다.



단맛인 듯 쓴맛인 듯 단맛 같은 너


앞서 말했듯 단맛의 천적은 쓴맛이다. 그런데 외외로 단맛과 쓴맛 물질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심지어 같은 물질이 단맛과 쓴맛을 오가는 경우도 많다. 설탕보다 1000배 더 달다는 사카린이 대표적이다.

사카린은 자신의 탄소 원자에 결합하는 할로겐 원소에 따라 단맛과 쓴맛을 왔다 갔다 한다. 특히 가장 커다란 요오드가 결합하면 아예 쓴맛만 남는다.

두 물질이 얼마나 비슷했으면 우리 혀에는 단맛 수용체와 쓴맛 수용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하나의 수용체가 있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혀에서 단맛을 느끼는 수용체는 ‘T1R2-T1R3’라는 단백질 단 하나다. 반면 쓴맛 수용체는 10여 개가 넘는다. 쓴맛을 내는 음식이 단맛을 내는 음식보다 훨씬 다양한 걸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모르는, 제조사도 모르는 허니버터칩의 또 다른 비밀이 있을지 모른다.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고메버터의 발효향과 꿀의 단맛, 감자칩 특유의 알싸한 짠맛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너지를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소고기와 마늘을 예로 들며 “소고기와 마늘을 넣고 오래 끓이면 고기에도, 마늘에도 없던 성분이 새로 생겨 새로운 맛을 낸다”고 말했다. 허니버터칩에도 꿀과 소금, 감자가 섞이면서 미지의 X 성분이 생겨나 소비자에게 신선한 맛을 안겨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허니버터칩이 부럽다면 주말 오후에 앞치마를 메고 자신만의 재료들을 조합해보자. 단 성공은 보장하지 않는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 진로 추천

  • 식품학·식품공학
  • 화학·화학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