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life & tech] ‘강철 멘탈’ 되는 법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12

‘강철 멘탈’ 되는 법

대학 수업에서 발표 한번 잘못했다고 “내 인생은 이제 끝났어. 아무도 이런 나를 채용하지 않겠지”라며 난리법석을 치던 사람이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삶이 끝장난 것처럼 쉽게 좌절하던 사람이었다. 반면 중요한 일에서 크게 미끄러지고 난 뒤에도 “다음에 더 잘 하면 돼”라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왜 어떤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어떤 사람은 덤덤히 넘어갈 수 있는 걸까? ‘멘탈이 강철같다’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자존감’보다는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

흔히 멘탈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존감은 ‘스스로가 얼마나 멋지고 가치 있다 생각하는가’와 관련된 주관적인 판단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뿌듯함, 자랑스러움처럼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고 자기비하를 적게 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얼핏 멘탈이 강해질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존감보다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이 좌절감을 이기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정도가 다르듯, ‘자신을 향해 너그러운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미국 텍사스대 리사 네프 교수팀은 자신에게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패를 겪어도 잘 견뎌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은 실패 앞에서도 자신을 혼내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곧잘 인정했다. 이런 사람은 좌절을 겪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부정적 정서를 덜 느끼고 더 빨리 극복했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높은 자존감에 부합하는 ‘증거’를 끊임없이 찾아야 해 유지비가 많이 든다. 혹시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그만큼 더 큰 좌절을 맛보게 된다. 자존감의 추락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실패를 하면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책임 회피나 ‘애초에 그 일은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 같은 합리화 전략을 많이 쓴다.

자신에게 너그러울수록 발전 가능성도 커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마크 리어리 교수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참가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를 떠올리게 하고 두 가지 방향으로 대응을 하게 했다. 한 집단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라’는 식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실패를 극복하게 했다. 다른 집단은 ‘자신도 한낱 인간이며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자존감을 높인 집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데 급급했다.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질 기회를 가진 참가자들은 책임을 인정하고 전자에 비해 부정적 정서를 덜 느꼈다.

이들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만큼 단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더 강했다. 예컨대 성적이 낮게 나왔을 경우 자존감을 높이는 대응을 한 사람은 ‘내가 못한 게 아니라 시험문제가 유독 어려웠던 거야’ 같은 정신 승일러스트│더미리를 통해 위안을 얻고 넘어간다. 자신에 대해 너그럽게 생각해본 사람은 다음에는 더오랜 시간동안 공부를 했다.

실패 앞에 겸손해지기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채찍질하거나 결과는 덮어놓고 나는 멋진 사람이라 정신 승리하는 것은 좌절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너그럽게 자신을 이해하고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현실적인 자기인식이 정신건강을 지켜주고 발전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현실적인 자기인식은 ‘겸손’과도 맞닿아있다. 우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늘 성공만 할 수 있겠는가. 성공하지 못한 나를 ‘못났다’고 비난하고 스스로 실망하는 비현실적인 자기인식은 엄청난 오만이 아닐까. 또 자신에 대해 너그러운 사람은 타인에게도 너그러웠다. 심지어 자신에게 적대적인 상대에게 앙심을 품는 정도마저 덜 했다. 원수를 용서나 사랑까지는 못 해도 ‘덜 미워한’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 현실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만큼 중요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도 고군분투한 나와 주변 사람 모두 늘 실패를 겪는 평범한 인간이다. 내가 때때로 실수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히는 것처럼 주변 사람도 실수로 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때 웃으며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은 너그러움을 가지자. 그러면 나도, 친구도 좌절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새해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송준섭 기자
  • 박진영

🎓️ 진로 추천

  • 심리학
  • 사회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