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오로라 여행](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147992311854756233edf8d.jpg)
꿈과 환상을 깨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보는 오로라는 사진만큼 화려하지 않다. 북극해에서 오로라를 직접 본 김봉욱 아라온호 선장은 당시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눈으로 그냥 보면 구름인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인지 오로라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카메라 화면으로 보니 그제서야 그 초록색이 나오더라고요.” 북극과 남극을 제 집 드나들 듯 다니는 쇄빙연구선의 선장조차도 오로라를 구분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성공적인 오로라 여행을 위한 가이드
캐나다 유콘 주에서는 오로라 예측 서비스(auroraforecast.com)를 제공한다. 15분 간격으로 오로라 상태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다. 오로라 지수는 1~15이며 숫자가 클수록 오로라가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 상태를 보여줄 뿐 일주일이나 한 달 전 상태를 미리 알고 여행 계획을 잡을 순 없다. 오로라의 상태를 미리 알 수 없는 것은 오로라가 태양의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누적된 관측데이터로는 태양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다만 11년 주기로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을 아는 독자라면 조금 더 오로라 여행의 성공률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로라가 나타날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생각해야 할 중요한 변수는 ‘날씨’다. 하늘에서 오로라가 펼쳐지는 실제 위치는 대기권 중 가장 위쪽인 열권이다. 대기 현상은 보통 지상 10km 이내에서 발생하는 기상 현상이 도와주지 않으면 관측하기가 어렵다. 오로라 여행을 계획한다면 일단 해당 지역의 날씨부터 알아보는 게 좋겠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은 어디일까. 캐나다 북부,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로라 여행으로 유명한 지역은 많다. 포털 검색에서 후기도 많다. 공통점은 지구의 ‘북쪽’이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는 지구 가까이에 와서는 지구의 자기장을 따라 자기력선이 모이는 극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로라 여행이 ‘북극권’에 집중된 이유다. 혹시 남쪽으로 오로라 여행을 갈 순 없을까.
![“새벽이 되면 아우로라(Aurora)가 아우로라(Aurora)가 솟을 수 있도록 장밋빛 손가락으로 밤의 장막을 연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17061194665475625449785.jpg)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남쪽, 남극권에서도 오로라가 발생한다. 단지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곳에 일반 사람이 가기 어려울 뿐이다. 실제로 올해 장보고과학기지 제1차 월동대 이창섭 대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남극 오로라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내온 바 있다. 남극은 태평양 방향으로 치우쳐 있는데, 태평양 방향에서 남극과 가장 가까운 곳은 공군 수송기로 8시간이 걸리는 뉴질랜드다. 남극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남아메리카 끝단, 남극 반도 방향은 오로라를 관측하기엔 지나치게 북쪽이다.
오로라 여행에 성공하려면 시기도 잘 타야 한다. 북극권이 춥다고 해서 여름, 그러니까 북극이 가장 따뜻한 시기에 떠난다면 여행에 실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여름의 북극은 하루 종일 낮이 계속 된다(백야). 물론 낮에도 오로라는 발생한다. 북극과 남극 상공에서는 1년 내내 오로라가 일어난다. 다만 낮에는 햇빛이 강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오로라 여행상품이 9~11월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 종일 밤이 계속되는 한겨울이 오로라를 관측하기에 좋지만 여행하기엔 너무 춥다. 적당히 춥고 적당한 밤이 있는 9~11월이 오로라 여행의 최적기인 셈이다.
이쯤 되면 오로라 여행이 전적으로 운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듯하다. 기자가 아는 모 선배는 신혼여행으로 핀란드까지 갔지만 오로라 지수가 너무 낮아 오로라 관측을 못했다.
태양 입자와 대기 입자의 화려한 충돌
사람을 이렇게 애타게 만드는 오로라는 정체가 무엇일까. 로마 신화에서는 태양이 솟도록 새벽의 여신이 하늘의 문을 여는 과정이라고 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늘에 생긴 틈에 빛을 내는 공기가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로라를 자주 목격한 알래스카의 에스키모 족은 오로라를 불길한 징조로 여겨 외출할 때 무기를 가지고 나갔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도 오로라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고려사 등에 기록돼 있다. 확률적으로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에서도 1년에 하루 정도로 오로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날아온 전하를 띤 입자(하전 입자)가 지구 대기에 있는 입자들과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전 입자는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이쯤 되면 왼손을 들고 엄지와 검지, 중지를 직각으로 펼쳐 -플레밍의 왼속 법칙- 방향을 살피기 시작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원형 코일에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유도 전류를 만드는 것처럼 지구 자기장과 만난 하전 입자는 남극과 북극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입자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는 에너지를 잃지 않고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가 지구의 대기권에 들어온 순간부터 산소, 질소 분자와 충돌하며 지상으로 내려간다. 이 때 잃어버리는 에너지가 오로라로 나오는 것이다. 지상 90km 쯤에선 에너지를 모두 잃게 된다. 이곳이 정확하게 오로라의 끝단이다.
오로라는 지상에서 90~250km 상공에 거대한 커튼처럼 펼쳐지기 때문에 오로라 커튼이라고도 부른다. 가장 아래쪽이 색이 강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흐릿해 보이지만 실제로 커튼의 아래와 위쪽은 밝기 차이가 거의 없다. 단지 빛이 광원과 관찰자의 거리에 반비례하게 어두워지기 때문에 이렇게 보일 뿐이다.
오로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와 충돌해 에너지를 받은 산소와 질소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까.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있다. 전자는 에너지를 받아 흥분하면 ‘들뜬 상태’가 된다. 이때 일반적으로는 주변에 있는 다른 원자나 분자로 에너지를 전달해 불안정한 상태를 해소하지만, 고층대기는 공기 밀도가 매우 희박하다. 즉 근처에 다른 입자가 없다. 따라서 흥분한 산소나 질소 분자는 충돌로 얻은 에너지를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전자기파의 형태로 방출한다. 이것이 바로 오로라다. 사실 오로라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을 가진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 적외선, 전파같은 다양한 전자기파가 들어 있다.
![붉은 오로라와 녹색 오로라는 보이는 높이가 다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9636099854756410d983c.jpg)
![목성 오로라와 토성 오로라. 자기장이 있는 행성이라면 오로라가 만들어질 수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13085708835475649ec146f.jpg)
목성과 토성에서도 보이는 오로라
오로라를 우주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지상에서 300~400km 고도를 날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면 실마리가 될 듯하다.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는 지상의 사람과 달리 우주정거장에서는 오로라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상단의 붉은 색도 확실히 보인다. 다만 오로라 빛을 내는 공기가 희박한 만큼 색이 강하지는 않다. 우주정거장에서 보는 오로라는 빛 가루로 이루어진 사막을 스포츠카가 쌩하니 달려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거대하고 밝은 띠가 지상을 두르고 있다. 오로라가 강할 때면 지구 자극을 중심으로 둥그런 띠가 나타난다. 태양의 하전입자가 지구를 두르고 있는 자기력선을 따라 들어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도 오로라가 나타날까. 가까이 태양과 같은 별이 있고, 그 행성을 둘러싼 자기장과 적당한 기체가 있다면 어느 행성에서든 오로라가 만들어진다. 태양계에서 오로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목성과 토성이다. 목성 오로라는 보이저 1호가 지나갈 무렵인 1979년 처음 발견됐다. 당시에는 그저 목성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으로 취급했지만, 시간이 흘러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정밀한 관측을 한 뒤에야 목성에서 발생하는 오로라 현상으로 밝혀졌다. 특이하게도 목성은 태양에서 오는 하전 입자가 오로라를 만들지 않는다. 목성은 자전 속도가 10시간 정도로 매우 빠른데, 이 때문에 생기는 전기 에너지가 목성 대기와 충돌해 오로라를 만든다.
목성보다 더 유명한 것은 토성 오로라다. 2004년 토성에 도착한 카시니 호가 꾸준히 보내오는 자료도 많다. 토성 오로라는 지구 오로라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단지 행성 대기의 ‘재료’가 다를 뿐이다. 토성 오로라는 수소로 인해 만들어진다. 빛을 만드는 원자가 다르니 색도 당연히 다르다. 토성 오로라는 붉은색이며, 분포높이가 무려 1000km나 될 정도로 거대하다. 그 외에 천왕성과 해왕성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됐다. 해왕성에서는 보이저 2호가 오로라를 관측했지만 천왕성은 2011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들의 오로라 현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천왕성 오로라는 다른 행성의 오로라가 수 시간씩 지속되는 것과 다르게 2분 정도만 나타나며, 띠가 아닌 점 형태로 발생한다. 심지어 행성 내부 활동이 멈춰 자기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화성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된다.
글의 마지막에 이야기하게 됐는데, 사실 올해는 오로라를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태양은 11년 주기로 활동성이 변하는데, 올해가 활발한 3~4년 중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 시기가 오려면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각자 통장의 잔고와 가계부를 한 번 확인해 보자. 그리고 과감하게 비행기 표를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를 덤으로 데려가면 더욱 좋다.
![오로라가 생기는 고도](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268047246547564ae76782.jpg)
![오로라 이야기 출간 이벤트](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2014/11/290483228547564b530c3e.jpg)